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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끝장 불황 ‘문래머시닝밸리’에 카페촌이?

“월세 올라 카페도 안 되고 공장도 망하고”

  • 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

[르포] 끝장 불황 ‘문래머시닝밸리’에 카페촌이?

  • ● 금속 가게 25% 영업 안 해
    ● 카페 들어선 후 월세까지 올라 이중고
    ● “쇳소리 나는 곳에서 누가 뭘 먹나”
    ● 퓨처밸리로 지역 활성화? 기대 없어!
문래 머시닝 밸리에 어떤 가게들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내판이다. [정보라 기자]

문래 머시닝 밸리에 어떤 가게들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내판이다. [정보라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 끝자락에 자리 잡은 ‘문래머시닝밸리’는 문래동 1~4가 지역에 있는 산업용 기계제작 단지다. 이곳에는 1300여개 소규모 업체가 밀집해 있다. 머시닝밸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청계천과 을지로에 있던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형성됐다. 43년 간 문래동 머시닝밸리에서 P부동산을 운영해온 A씨는 “1980~90년대에는 워낙 일감이 많고 사람이 부족해 하루 24시간 내내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A씨는 “공장의 일거리가 많이 없다. 공장에 출근해 (종일) 놀다가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3월18일 문래동 1~2가를 찾았을 때도 금속 가게의 25% 가량이 문을 닫은 채 쉬고 있었다. 

H사의 B씨는 “문래동이 과거 공장지대로 잘 나갈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 죽었다. 경기가 어려워 일감이 많이 줄었다. 이 골목에서는 큰 집(공장) 몇 곳만 일하고 나머지는 거의 논다”고 전했다. H사는 50년 간 이곳에서 산업용 기계를 제조해 온 토종 업체다. 

문래머시닝밸리의 업체들과 오랫동안 거래해온 경기도 김포 M사의 C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주일에 10개씩 제품을 사갔다면, 최근 1년 새는 1주일에 5개씩 사간다”며 “경기가 나빠 구매수량을 절반 이상 줄였다”고 말했다. 

문래소공인특화지원센터 관계자도 “문래동에 기계 금속 가공 분야와 관련해 1300여개 사업장이 있는데 매년 수십 개씩 줄고 있다. 이중 1인 사업자 분들이 80%를 차지하지만 그마저도 대규모 산업단지에 밀려 일감을 얻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카페와 월세

기계 제작 업체가 나간 자리에 펍이 들어오려고 공사 중인 상태다. [정보라 기자]

기계 제작 업체가 나간 자리에 펍이 들어오려고 공사 중인 상태다. [정보라 기자]

활기를 잃어가던 문래동에 새바람이 불 때도 있었다. 3~4년 전 쯤 금속가게 주인들이 세를 싸게 놓기 시작하면서다. 이 자리에 도자기, 갤러리를 취급하는 예술인들과 카페, 베이커리, 술집 등 2030 세대들이 좋아할만한 상점들이 여럿 들어서기 시작했다. P 부동산 대표 A씨는 “문래동 2가의 경우 젊은 사람들이 차린 가게나 공방의 비율이 40%를 넘었다”고 말했다. 저녁 6시 즈음, 이들 가게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여럿이라고 한다. 이 씨는 “오늘도 목동에서 온 문래동에서 갤러리를 열겠다는 20대 남녀 한 쌍이 계약을 마치고 갔다”고 덧붙였다. 

1년 전 문래동 머시닝밸리에서 도자기 공방을 차린 D씨는 “5~6년 전에는 문래동에 공방이 1,2개 정도 있었다. 수 년 새 월세 때문에 홍대에서 망원동 갔다가 문래동으로 온 경우가 많아 공방이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월세가 올랐다. 문래동에서 2대째 산업용 기계제조업에 종사 중인 E씨도 “카페가 여럿 들어선 뒤 월세가 20% 올랐다”고 토로했다. 

H사에서 산업용 기계를 제조해온 B씨 역시 “산업용 기계를 만드는 공장이 떠나면 그 자리에 카페들이 밀고 들어온다. 카페가 문래동에 몰리자 평균 50~60만원 하던 월세가 70~80만원으로 올랐다”고 귀띔했다. 

B씨 회사 맞은편에는 공장을 개조해 만든 카페가 있다. 그는 “여기(문래머시닝밸리) 오는 사람들 다 카페 가려고 들른 것”이라고 말했다. B씨와 이야기 하는 사이에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3명의 여성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페 옆에는 술집이 개업을 앞두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B씨의 말이다. 

“동네 사람들 입장에서는 위화감이 생기죠. 자기 취향대로 하는 거라 뭐라고 할 수가 없지만, 남들 열심히 일하는데 젊은 애들과 아줌마들이 와서 노는 모습을 보면 좀 그렇죠.” 

그렇다고 카페와 술집이 모두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문래머시닝밸리에 맥주공방을 차린 F씨는 “주말에나 장사가 조금 되는 정도”라며 “(하지만) 아직 뜨지도 않았는데 뜬다는 말이 나오니 (되레) 월세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문래동에서 건물을 세를 놓았다는 G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카페나 술집을 열었는데 다 닫았다”며 “쇳가루 날리고 소리 요란하게 들리는데 옆에서 밥 먹는 게 그렇지 않냐”고 말했다.


퓨처밸리

1월 17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영등포 아트홀’에서 열린 ‘2019 신년인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경인로 문래동을 중심으로 퓨처밸리를 조성하고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청년희망복합타운을 타임스퀘어 인근에 2022년까지 만들겠다. (중략) 경인로 주변에는 도시재생을 위한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최대 5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문래동 현지에서는 ‘구정’을 두고 불신부터 앞선다. G씨는 “500억 갖고 여기가 활성화가 되겠냐. 5000억을 투자해도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말에는 급속한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 묻어나왔다. 

“여기 사람들을 위해 세를 내 줄 거야? 기계를 사 줄 거야? 봉급을 확 올려 줄 거야? 최저임금 인상으로 봉급이 올라가지고 결국엔 직원들 다 잘렸다. 그러니 사업을 축소해 주인 혼자 하는 곳이 늘었다. 문래머시닝밸리 사람들 도와주려면 매출이 늘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신동아 2019년 4월호

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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