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80조 ‘그림자금융’이 위험하다!

“골칫거리 P2P대출, 금융 뇌관 될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9-04-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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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그림자금융’ 부실 우려 제기

    • 그림자금융 무너지면 국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불안해질 수도

    • P2P 대출 평균 연체율, 저축은행보다 높아

    • 업계 3위 P2P 업체 대표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

    • 정부 차원에서 P2P대출 법제화 추진해야

    • 부동산펀드보다 안전성 높은 리츠 활성화 필요

    국내외 주택 시장이 201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호황을 구가하면서 국내 시중은행은 물론 ‘그림자금융’의 부동산 상품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비은행 금융 중개)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집합투자기구 형태로 운용되는 ▲대체투자펀드(부동산펀드 및 특별자산펀드)와 ▲부동산신탁 ▲비은행권 부동산PF(Project Financing) ▲부동산 유동화자산 및 채무보증 ▲P2P 부동산 관련 금융이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림자금융 부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림자금융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고서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현황과 업권별 리스크 관리방안’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그림자금융 80조 원이 부실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국내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 규모는 469조7000억 원(2018년 9월 말 기준)으로 이 중 17%가 부실 위험군에 속하는 셈이다. 

    그림자금융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부동산신탁으로 수탁액이 242조5000억 원에 달한다. 그 뒤를 이어 부동산 관련 대체펀드 139조 원, 비은행권 부동산PF 대출 41조1000억 원, 부동산 유동화증권 23조8000억 원, PF채권보증 및 신용보강 22조2000억 원, P2P 부동산 관련 대출이 1조1000억 원 정도 된다.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을 비롯해 정부 규제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과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부동산 투자상품의 부실화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향후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확대되면 해당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이는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일반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100만 원 투자하고 상환금 9만3500원?

    2019년 2월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가 열렸다. [뉴시스]

    2019년 2월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가 열렸다. [뉴시스]

    이에 대해 신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은 고수익-고위험 요소가 강한 만큼 전체 규모가 커질수록 리스크도 따라 커진다. 특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타 금융기관과의 연계성이 강화돼, 그림자금융이 부실화하면 국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P2P대출 위험도가 높은 상태다. P2P대출은 온라인 플랫폼 운영업자가 특정 대출상품을 게시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금을 모아 차주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P2P대출업체는 차주에게 원금과 이자를 받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중계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얻는다. 한편 이들은 자체 대출에 규제를 받기 때문에 ‘통신판매업’으로 등록한 뒤 ‘대부업’ 자회사를 설립해 대출을 실행한다. 대부업체는 등록하기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중위험-중수익’의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빠르게 성장해온 P2P 시장은 2018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은 후 최근에는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기준 P2P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전체 P2P대출(1조7000억 원)의 65.1%인 1조1억 원(담보대출 3840억 원, PF대출 7160억 원) 정도 된다. 따라서 해당 금융은 부동산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향후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면 업권 전반의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기준 P2P대출 평균 연체율은 2018년 5월 말 기준 12.5%이며,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은 4.9%인 반면 PF대출은 18.7%, 부동산담보대출은 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여신을 제공하는 저축은행업권(5% 수준)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일부 업체의 연체율은 90.65%에 달하기도 한다. 1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제 날짜에 상환된 돈이 9만3500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허위 물건 담보 없이 대출 진행

    한편 P2P업체의 불법대출 또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이 P2P와 연계된 대부업체 178곳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여 개 기업에서 불법대출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3월 초에도 업계 3위 P2P업체 대표가 사기·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3월 8일 P2P 업체 대표이사 주모(33) 씨를 구속기소하고 영업본부장 노모(33) 씨는 불구속기소했다. 이들 업체와 공모해 투자금을 챙긴 부동산 시행사 대표이사 이모(51) 씨, 대부업체 운영자 박모(50) 씨도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투자자 6800여 명을 속여 총 162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P2P 업체 대표 주모(33) 씨 등은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확보하지도 않은 부동산 등을 담보로 내세우는 방법으로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홈페이지에 담보가 없는 부실 부동산을 정상적인 상품으로 소개하거나, 차주가 기존 대출을 정상 상환한 것처럼 꾸며 이력을 게시하기도 했다. 

    허위 상품은 시행사들과 담보 없이 대출을 주고받는 식으로 거래됐다. 시행사는 신탁사에 토지소유권을 증명해 수익권 증서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토지 소유권이 없어 담보를 설정하지 못했다. P2P 이용자들이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 외에 별도의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13~20%에 달하는 수익률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3월까지 투자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연체금액은 총 253억 원에 달한다. 또한 이들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대출 목적으로 모집한 투자금 73억 원을 기존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며 ‘돌려막기’ 등의 부정을 저질렀다. 이 같은 방법으로 외형을 부풀린 업체는 2017년 11월 상장회사에 110억 원에 매각될 뻔했으나, 추후 상장사가 해당 업체의 부실 경영을 문제 삼아 계약이 파기됐다.

    ‘P2P대출 법제화’ 절실

    전체 그림자금융 대출 중 P2P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잘못됐을 경우 다수의 개인투자자에게 광범위하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볼 때 현행 대부업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태에서 P2P업체를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별도로 관리할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P2P대출 법제화와 관련해 5개의 제·개정안이 발의,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그중 가장 힘을 얻고 있는 내용은, 전문 금융기관이 P2P금융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이다. 전문금융회사가 P2P금융에 투자하게 되면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팀이 P2P회사의 심사평가 능력과 채권 관리 프로세스를 엄격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지난 2월 ‘P2P금융 법제화 공청회’를 열어 법안 제정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는 P2P 금융 법제화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 입법 지원 등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업계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성준 렌딧 대표(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운영위원장)는 “지난해 10월 렌딧, 팝펀딩, 8퍼센트 등 3개사가 모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를 발족했고, 강력한 자율규제안도 만들었다. 앞으로 법제화가 빨리 이뤄져, 기존의 금융은 하지 못했던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한 점 등 P2P금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림자금융 중 하나인 부동산펀드 부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유동성이 축소되면 펀드 가치가 급락하고 대규모 환매에 따른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 기간이 길고 만기·유동성 변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직접개발형 부동산펀드의 경우, 만기도래 시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펀드 수익률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대규모 환매를 요구하는 이른바 ‘펀드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대량의 투자자금이 이탈해 주식이 급락하고 투자자의 손해 또한 커지게 된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리츠(REIT’s·부동산주식회사)’ 상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츠 상품 활성화로 부동산펀드 안전성 높여야

    부동산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와 달리 ‘리츠’는 부동산회사의 주식을 사서 배당을 받는 방식이다. 일반 주식거래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 원하는 시점에 매매가 가능하고 환매 수수료도 없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선제적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상장돼 있는 리츠는 이리츠코크렙, 신한알파리츠, 에이리츠, 케이탑리츠, 트러스제7호, 모두투어리츠 등 6개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 리츠에 편중돼 있어 개인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해외에서는 노후 준비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이 바로 리츠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도 안전성과 수익성을 갖춘 리츠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리츠를 운용하는 투자회사가 안전성과 전문성을 갖췄는지 확인하고 임대 수익은 물론 향후 매각 때 투자 수익까지 감안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비은행금융 비중이 높은 편이다. 명목 GDP 대비 그림자금융 규모는 129.4%(2016년 말 기준)로 캐나다, 중국, 스위스, 미국에 이어 5위를 차지한다. 따라서 그림자금융에 잠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그림자금융의 범위와 자료 공개, 업권별 리스크 측정을 위한 당국과 금융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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