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호

현장 리포트

거물급 예비후보 9인의 승부수①

20대 총선 서울 격전지 종로·마포갑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6-02-24 14: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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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당의 강북벨트 탈환이냐, 야권의 수성(守城)이냐. 야권 분열로 4·13총선 서울 지역 판세가 여권에 유리해진 듯하지만 승부사들의 앞길은 안갯속이다. 그중에서도 격전지 종로, 마포갑, 구로을, 광진을은 각 정당의 총선 승리 바로미터. 오랫동안 밑바닥 민심을 다져온 풀뿌리형 예비후보에서부터 험지 출마를 자청하고 나선 차기 대권 후보까지 표심(票心) 얻기 각개전투가 치열하다. 이들 지역 화제의 예비후보 9인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종로


    오세훈
    “험지 출마 고민했지만 나는 종로 개발 적임자”
    박    진 “정치 1번지는 ‘일회성 거물’에 표 안 준다” 
    정인봉 “내가 당협위원장…두 사람 왜 나왔나”

    1월 17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가 후끈 달아올랐다. 5선(選) 관록을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현역으로 깃발을 꽂은 종로는 16~18대 총선에서 내리 3선을 한 박진 새누리당 전 의원이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고, 20년간 무료 법률상담을 하면서 민심을 얻은 정인봉 종로구 당협위원장의 뚝심도 무시할 수 없다. 종로는 이렇듯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출전으로 4·13총선 최대 격전장의 한 곳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외에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막걸리 새누리당 중앙위 사회복지분과 부위원장과 장창태 21세기 종로발전포럼 대표가 등록을 마쳤다. 노무현 정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박태순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로 출전하는 등 10명의 예비후보가 종로에 등록했다.
    종로는 윤보선, 이명박, 노무현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로 정치 거물들이 각축을 벌여온 지역이다. 민심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19대 총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6선의 홍사덕 의원, 18대 총선에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고배를 마셨다. 
    박 전 의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서울시를 통째로 뺏기고 뒷문으로 종로에 들어왔다”고 비판 하지만 오 전 시장은 “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후보를 꺾을 종로 발전 적임자”를 자처한다. 다음은 오 전 시장과의 일문일답.



    ‘꽃꽂이 후보’ vs 지역 연고

    ▼ 왜 종로 발전 적임자라고 생각하나.
    “종로는 서울의 중심인데도 발전이 더디고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다. 서울시장 재임 때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도심부활 프로젝트를 시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양도성 성곽공원 조성, 이대부속병원 이전, 혜화고가도로 철거, 북촌 한옥마을 조성, 서촌과 삼청동길 단장 등 많은 일을 했다. 일제에 의해 분리된 창경궁과 종묘 연결 복원 사업, 율곡로 터널 사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내가 시장 재임 시절 계획한 거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종로는 용적률 등 법적·제도적 규제가 많고, 창신·숭인동 뉴타운 사업이 무산되면서 오히려 낙후 지역도 생겼다. 이런 곳은 도심 블록형 재개발 등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문화유적을 통해 상권을 만들어야 한다. 종로에는 일을 해본 사람이 필요하다. 난 일을 해봤다.”
    ▼ 박 전 의원 측은 오 전 시장이 종로에 연고가 없는 ‘꽃꽂이 후보’라고 비판한다.
    “박 전 의원은 마치 자신의 ‘영토’에 내가 날아온 것처럼 말하는데, 그가 지난 4년간 이 곳에서 무슨 활동을 했는가. 현재 당협위원장은 정인봉 전 의원이다. 차라리 (내가 공천을 받으면) 정 전 의원에게 미안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지역 연고가 통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나도 종로와 인연이 많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생활 근거지가 종로 6가, 을지로 6가 부근이었다. 쌀도 팔고 철물도 파는 잡화상을 했다. 서울시장 공관도 혜화동에 있었고, 학교도 중동중(1984년 수송동에서 일원동으로 이전)을 졸업했다. 그런 내가 이곳에 연고가 없는 사람인가.”
    ▼ 김무성 대표로부터 험지 출마를 권유받았는데, 결국 종로에 출마하게 돼 김 대표와 불편해진 건 아닌가.
    “김 대표가 당을 위해 험지 출마를 제안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야당 거물 인사를 떨어뜨리는 표적공천인데, 나로서는 명분도 없을뿐더러 야당 후보가 ‘무빙 타깃’이라는 게 고민거리였다. 당시 김한길, 추미애 의원(광진갑, 을)과 박영선 의원(구로을) 지역구 출마가 거론됐다. 하지만 내가 그 지역구로 간다 해도 그분들이 출마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탈당하거나 비례대표를 받는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막상 내가 출마했다가 ‘타깃’이 이동한다면 나는 다시 종로로 와야 하나. 김 대표께도 얘기했다. 나중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보라고.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국회의원이라면 일이 중심이 돼야지, 상대 후보 떨어뜨리는 게 목표가 돼서야…. 출마선언문에도 이런 마음을 완곡하게 담았다.”
    ▼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친하게 지내는 분도 있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문에 박 대통령이 대선 치를 때 힘들었다고 나를 미워하는 분도 있다. 나는 계파에 의존하지 않는다. 정치역학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권 후보로서는 부족한 게 많다. 내가 재선 서울시장 출신이라 중진처럼 보이겠지만 아직 초선(16대)이다(웃음). ‘여의도 정치’도 잘 모르고, 외교·안보 분야도 공부해야 한다. 한 나라를 운영할 때는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더 갈고닦아서 준비된 다음에 도전해야지, 지금은….”
    ▼ 박 전 의원과 정세균 의원은 무상급식 투표에 대해 사과부터 하라고 하는데.
    “당시에는 포퓰리즘 광풍 속에 여당에서조차 원칙을 저버리는 분이 많았다. 이 문제를 위해 끝까지 싸웠고, 6개월 이상 이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포퓰리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장을 마련했다고 본다. 다만 시장직을 거는 우(愚)를 범했고, 그로 인해 ‘안철수 현상’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등장하는 등 예측 불가한 정치 상황이 이어진 것에 대해서는 열 번, 스무 번 반성하고 있다.”
    ▼ 여론조사에선 정세균 의원을 근소하게 앞섰고, 새누리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월등히 앞섰다(1월 30일~2월 2일 YTN 조사 오세훈 44.7%, 정세균 41.7%. SBS 조사 오세훈 50.0%, 박진 17.9%, 정인봉 5.2%).
    “당내 경선은 그렇다 쳐도 본선은 쉽지 않다. 종로는 야당 국회의원과 야당의 재선 구청장이 버티는 지역이다. 이른바 관변단체의 80% 이상을 야당 인사가 장악해 야당의 조직력이 센 곳이고, 정세균 의원도 조직 관리를 잘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당구조, 한국 정치 고질병

    안 전 대법관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구석구석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국민에게 믿음 주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새벽부터 자정까지 분 단위로 민심을 훑고 있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다.
    ▼선거운동을 하며 느낀 점은.
    “국민은 ‘경제도 어려운데 북한의 도발로 안보 문제까지 겹쳐 생활이 고달프다’고 말씀하신다. ‘당신도 의원이 되면 기존 정치인과 똑같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현역인 19대 의원들도 후보 시절에는 ‘당리당략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결국은 이러한 신뢰의 문제다. 내가 말하는 정치 변화는 이런 작은 부분부터 바꿔가면서 믿음을 주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국가 변화를 이끌어가는 거다.”
    안 전 대법관은 2월 1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한국 정치 변화를 위해 출마했다’고 했고, 1월 25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치 쇄신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차떼기 수사(2003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검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 과거 자신의 경력을 강조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뭐라고 보나. ‘차떼기 수사’ 검사 때와 달리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쇄신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에 대한 믿음이 없다 보니 정치 본연의 갈등, 이해관계 조정 역할을 못 하는 거다. 국민의 의견을 모아 새로운 제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건 정치의 몫이다. 나는 대법관으로 판결을 내릴 때 균형 잡힌 중재자의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고, 그런 경험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국민 대표로서 정치 쇄신을 해야 하고, 검사는 법에 따라 해야 한다. 지난 30년 간 검사와 대법관으로 사회·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민의 힘으로 정치 쇄신을 한 경험도 있다.”
    ▼‘정치 쇄신을 위해선 인재 영입이 중요한데, 현재의 상향식 공천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한국 정치의 고질병 중 하나가 잘못된 정당구조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새로운 인물, 능력 있는 인물이 당에 새로 수혈되는 게 어렵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물결이 들어오는 것을 유리천장으로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 정당의 선순환 구조가 어려워진다. 좀 더 활기차고 생기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왜 마포를 선택했나.
    “부산에서 학교 다닐 때는 공부와 거리가 있는 학생이어서 담임선생님은 나를 ‘B급 학생’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마포 숭문중으로 와서 새 친구를 만나고 환경도 바뀌면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법관까지 할 수 있었으니, 이제는 정치인 안대희로 거듭나는 출발점으로 삼은 거다.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마포의 꿈을 재개발하겠다’고 했다. 
    “3E를 챙기겠다고 결심했다. 공부하기 좋은 동네(Education), 삶이 풍요로운 동네(Economy), 살기 좋은 동네(Environment)를 만들겠다. 마포는 광화문 도심과 공항, 여의도를 잇는 데다 대학가가 위치해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이점이 있는데 그동안 책임 있는 이들이 이를 특화하지 못했다. 문화가 함께 숨 쉬는 균형 개발에 역점을 두겠다.” 
    ▼당내 경선과 본선 전략은 뭔가. 더민주당에선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마설도 나도는데.
    “마포 주민들께 인사드리고 그분들 목소리를 듣느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더민주당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모르긴 해도, 아버지 대(代)부터 40년 넘게 마포에서 정치활동을 해왔는데 교체 얘기가 나온다면 노 의원이 일을 잘 못했다는 걸 당이 인정한 거 아닌가. 19대 국회에서 노 의원은 71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된 건 1건 뿐이다. 보여주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거다. 합리적인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노웅래가 야당 대표인가”

    강승규 위원장은 “안 전 대법관은 어렵게 쌓아 올린 마포갑 당협의 노력을 무시하더니,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니 이간책과 회유책을 쓴다”고 주장했다.
    ▼민심은 어떤가.
    “지난해 2월 당협위원장 선거에 당선된 후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 전 대법관이 ‘험지 출마’를 명분으로 출마한다니 황당해하신다. 한번 생각해보라. 노웅래 의원이 야당 대표 인사인가. 그러니 주민들은 ‘마포가 진짜 험지냐’고 되묻는다. ‘강승규가 불쌍하다’고도 한다. 안 전 대법관은 자신의 역할과 신망을 깎아내리는 일을 했다.”
    ▼주민들이 강 위원장을 왜 불쌍하다고 여기나.
    “강승규가 19대 선거에서 공천 못 받더니 이번에도 당에서 찍혀 안 전 대법관이 왔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처음엔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를 의심했지만, 확인해보니 당에서 마포에 출마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안 전 대법관이 현장을 누비면서 무엇을 했나. 구의원 등 나의 지지자와 주민들에게 ‘당에서 요청해 할 수 없이 나왔으니, 후보 경선 안 해도 새누리당 후보와 진배없다’며 이간질을 했다. 내겐 회유도 하더라.”
    ▼어떤 회유를 받았나.
    “안 후보를 지지하는 선후배들이 나에게 간접적으로 ‘(마포)구청장에 나가라’고 회유하더라. 이 지역 모 회장도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났더니 ‘(안 전 대법관이) 대선에 나가면 함께 일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후보 사퇴를) 종용하더라. 녹취도 해 놓았다. 새누리당은 안 전 대법관을 선택할 거라는 뉘앙스를 풍기다가, 지금은 경선 없이 공천을 받을 거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더 앞선다. 안 전 대법관이 출마 선언하고 5일간 후원금 모금이 한 푼도 안 되다가, 6일째부터 재개됐다. 지금까지 5000만 원 넘게 들어왔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다시 (나를 위해) 뭉치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의 마포 출마가 당의 험지 출마론을 수용한 ‘인재 영입’으로 분류되면 최고위에서 100% 국민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를 수도 있지 않나.
    “마포가 험지고, 당에서 공식 요청했다는 증거가 있나. 일반적으로 7(일반인 70%) 대 3(당원 30%) 비율로 여론조사를 하는데, 당원을 배제한 일반인 100% 여론조사를 한다면 이건 명백한 특혜다. 험지 출마라면서 마포갑 당원들의 노력을 폄훼했는데 특혜까지 줘야 하나.”
     ▼시급한 지역 현안은 뭔가.
    “큰 틀에선 정치에 대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상향식 공천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정치 혁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내에 공덕 전통시장 등 자영업하시는 분이 많은데, 자영업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혁신, 교육환경에 관한 혁신적 대안 제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밝힌 공약도 있고, 앞으로 하나씩 발표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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