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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개척자’ 이종수의 독일 편지

독일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결혼식

30년간 청첩장 한 번 받지 않아

  • | 이종수 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독일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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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는 독일에서 찾아볼 수 없다

2005년 독일 레지스트리 사무실(등기소)에서 결혼하는 한 커플. [Ralf Roletschek]

2005년 독일 레지스트리 사무실(등기소)에서 결혼하는 한 커플. [Ralf Roletschek]

독일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 졸업까지 모든 교육비는 국가가 부담하고 만 16세가 돼 성인이 되면 부모는 아이의 인생 문제에 간섭해서도 안 되며, 아이들은 부모의 도움에 의지하려 하지 않고 결혼 문제도 자신들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여긴다. 부모가 자처해서 할 일이 없다. 결혼하거나 동거하는 것은 법적으로 부모가 간섭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2015년 8월 10일 자 일간신문 ‘디벨트’에는 ‘연간 3000명의 소녀가 독일에서 강제결혼의 위험에 처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났다. 독일연방가족부의 발표를 인용한 기사였다. 주로 독일에 거주하는 이슬람권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일인데, 부모가 고향에 갈 때 딸의 배우자를 미리 결정해두고 딸 방학 기간에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도록 한 것이다. 독일은 이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이슬람권에서 온 시민권자로 어린 자식의 동의 없이 강제결혼을 시키려는 부모는 2011년부터 6개월 이상 5년 이하의 형을 받도록 형법237조에 명시했다. 그러니 독일에서 부모는 절대로 자녀의 결혼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1949년 봄 사범학교 1년 후배의 결혼식이 대전에서 있었다. 딸 부자인 어머니가 단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결혼에 중매인을 여러 사람 두고 며느릿감을 골랐다고 한다. 어머니가 집안이나 인물을 보고 좋은 신부 후보자를 여럿 골랐는데, 내 후배는 전부 거절했다. 무려 선을 32회나 보고 32번째 여인을 결혼 후보자로 결정했는데, 어머니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고 후배는 내게 하소연했다. 하지만 결혼 당사자가 결정했기에 결혼식은 성대히 거행됐다. 선택의 자유는 내 후배에게 있지 그 어머니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30회 이상의 선을 보는 데 적어도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그 정신적 고통이 적지 않았다고 그의 어머니는 내게 귀띔했다.


전후 독일에 흔했던 가정 파탄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매는 수천 년의 전통을 간직한 배우자 선택법이다. 구약성서에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의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몸종 에리저를 메소포타미아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옛날 상류사회에서는 중매에 의한 신랑신부 결합이 양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중매결혼의 장점은 상대방의 사회적, 종교적인 환경을 참작해 결혼할 배우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초 독일에 유학 왔을 때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제작된 일본영화 ‘아버지와 딸’을 본 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어머니를 잃은 후 딸이 아버지 뒷바라지를 하며 같이 살아왔는데, 딸이 30세 가까이 되어가자 딸을 중매로 택한 사위와 결혼시키면서 결혼식 전날 아버지가 한 말이 기억난다. 

“결혼한다고 해서 애정이 바로 싹트는 게 아니다. 애정은 여러 해를 같이 살아가는 동안에 싹터 커간다. 너의 어머니도 결혼 후 방에 혼자 앉아 울고 있던 것을 내가 자주 봤다.” 

이것은 결혼 후에 이혼이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봉건사회 결혼생활의 일면이다. 21세기에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남녀동권인 사회구조하에서는, 특히 유럽 사회에서는 중매란 옛 유물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 후반 독일 사회에서 남녀 결혼 문제는 아주 보수적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젊은 군인이 대거 희생되면서 수많은 가정 문제가 발생했다. 전쟁 생존자는 포로수용소를 거쳐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온 후였다. 

1967년 여름 내가 근무하던 병동에 한 22세 간호보조원이 북독일 하노버지방에서 왔다. 미모에 건강하고 키가 큰 여자였다. 간호사들 커피 타임에 같이 차를 마신 적이 있는데, 자기는 이혼했지만 자기 잘못이 없다며 법원 서류를 보여줬다. 당시만 해도 부부가 이혼할 때 한쪽이 간통죄에 의해 처벌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이 또한 당시의 결정적 이혼 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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