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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스폰서

“순천에서 여자 데려와 지리산 관광호텔에서 검사들과 술판 벌였다”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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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 오전 성낙인 위원장 등 검사 스폰서 의혹 진상 규명위원들이 서울고검 회의실에서 열리는 첫 회의를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준비팀에서는) 다 알고 있었죠. 천 내정자에게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었고 논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천 내정자는 ‘준비할 필요도 없다’고 했어요. ‘지금까지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낙마한 경우가 없다’면서 말이죠. 그래서 아예 예상 질문에 넣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딱 걸린 거지. 수원지검장 때 간첩 원정화 사건을 잘 해결한 뒤 청와대 측에서 굉장히 심임을 하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청문회에 대해서 별로 걱정을 안 했어요.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겁니다. 그러다가 막상 벽에 부닥치니 도망치듯 사표를 던져버리고. 검찰만 병신이 된 거지. 처음부터 인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 간부는 당시 이 개인정보는 검찰에서 흘러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천 내정자의 임명에 불만을 품은 검찰 간부가 흘렸을 것이란 설명. 정보의 구체성으로 볼 때 타 기관에서 흘러나가기 어려운 자료였다는 게 추정의 근거였다. 그는 “사건이 터지는 순간 우리 조직에서 나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시간을 거슬러 2006년으로 올라가면, 광복 이후 최대 법조브로커라는 별칭이 붙었던 윤상림 사건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윤씨는 검찰 스폰서라기보다는 법조브로커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오랫동안 검찰과 법원을 돈으로 관리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넓은 의미에선 스폰서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윤상림 사건 당시 전·현직 검찰 직원들이 곤욕을 치렀다.

사건 당시 만난 윤씨 주변 인물들은 윤씨의 자택(서울 강남구)에 드나들었던 검찰 간부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었다. 낮이든 밤이든 사람들로 넘쳐났는데 주로 고스톱을 쳤다는 것이다. 전·현직 검사장급 이상 법조인도 여러 명이었다는 게 윤씨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었다. 한 검찰 간부는 당시 기자에게 “나도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OOO 검사장님이 계셔서 놀랐다”고 말했었다.

브로커 집에서 고스톱



윤씨는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던 지리산 자락의 한 관광호텔에서도 검사들과 자주 술판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주말에 등산이나 휴가 등을 핑계 삼아 전국(특히 호남지역)에서 찾아온 검사들과 지하 룸살롱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윤씨의 부탁을 받고 이 관광호텔에서 30여 차례 술값을 대줬다고 주장하는 종교인 오OO씨는 이런 얘기도 전한 바 있다. 오씨는 윤씨를 2001년경 당시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했다.

“내가 2001년부터 최근(2005년)까지 OOO관광호텔에 족히 30여 번을 갔는데, 갈 때마다 판·검사들이 있었습니다. 많을 때는 4∼5명, 적을 때는 2∼3명이었어요. 가족들과 같이 휴가를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검사들은 보통 부장검사급 이상을 불러서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했고 무슨 부탁을 하는 것도 여러 번 봤어요. 서울에서도 술자리를 많이 가졌는데, 판사들과 술을 먹는 자리에서 돈봉투 돌리는 것도 여러 번 봤어요.”(‘신동아’ 2006년 3월호 참조)

기자는 스폰서 정씨 사건이 터진 후에도 오씨와 한 번 만났다. 이 자리에서도 오씨는 윤상림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는 자기가 술값을 댄 검사들과의 술자리에 대해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OOO관광호텔에서 술을 먹을 때는 종종 순천 같은 곳에서 여자들을 공수해 와서 먹곤 했어요. 3명을 부를 때도 있고 5명을 부를 때도 있고. 원래 그 호텔이 장사가 되는 곳이 아닌데, 윤씨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술판을 벌였습니다. 서울에서도 술을 자주 먹었는데 제일 기억나는 사람은 H검사입니다. 그 사람은 정말 윤씨 덕을 많이 봤어요.”

오씨가 ‘덕을 봤다’고 한 일 중에는 2001년경 H검사의 모친상 때 벌어진 일도 들어 있다. 당시 오씨는 윤씨의 전화부탁을 받고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에쿠스를 장례차량으로 보냈다고 했다. H검사는 그걸로 3일장을 치렀다. 오씨는 “나중에 차를 받아보니 아주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 검사는 고맙다는 인사 한번 안 했다. 운전기사도 딸려 보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밥도 제대로 안 먹였더라. 당시 장례식장에서 윤씨가 거의 상주 노릇을 했다. 윤씨가 일일이 다 전화를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렀는지 모른다. 검사 한 명 모친상에 정치인이며 기업인이 그렇게 많이 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상림 사건이 한창이던 당시 H검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로 한참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H검사는 “검찰 선배인 A변호사로부터 윤씨를 처음 소개받았다. 밥을 먹은 일은 있지만 술을 마신 기억은 없다. 장례식 때 빌린 차는 윤씨 소유 차량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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