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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크로스(CROSS) 인문학 ⑥

행복을 행복해 하라 그래야 행복해진다

행복을 행복해 하라 그래야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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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이란 무엇인가?
  • 살아 있는 것 속에서 살아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다.
  • 자족하지 않는 사람은, 마음에 욕심이 가득 찬 사람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
  • 행복은 물질이나 조건이 아니라 그것을 마음의 지복으로 받아들이고 누리는 주체의 역량이다.
  • 행복은 실재가 아니라 마음을 물들이는 기이함이며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복을 행복해 하라 그래야 행복해진다
우리는 행복 없이도 너끈히 살 수가 있다. 그러나 행복 없는 삶은 메마른 삶이다. 메마른 삶이란 자루가 없는 호미와 같다. 자루가 없는 호미란 애초에 그것이 생겨난 도구적 기능에서 완벽하지 않다. 뭔가 모자란 것이다. 호미는 자루가 달려야 호미로서 제 구실을 할 수가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행복이 결락된 삶이란 재미도 없고 지루한 삶이다. 행복은 삶을 자라게 하는 필수 자양분이다. 행복 없는 삶은 자양분을 취하지 못하니 결국은 고갈되고 만다. 고갈은 삶의 사막화를 초래한다. 사막에는 모래바람이 분다. 늘어난 불평과 불만이 모래바람이다. 모래바람 속에서 사람은 필경 불행하다. 나는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불행 때문에 삶을 끝내는 사람은 흔치 않다. 가장 나쁜 삶이라도 죽음보다는 더 나은 것이기 때문이다.

가능성과 희망이 고갈되고, 한 치 앞의 미래도 보이지 않고 온통 불투명할 때, 나는 불행하다. 오래 실직한 상태고 수중에 돈은 다 떨어졌는데, 카드회사에서 연체된 카드대금을 독촉받을 때, 나는 불행하다. 도무지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이 큰돈을 벌고 떵떵거릴 때, 입만 열면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나는 불행하다. 사랑이 습관과 의무로 전락해버렸을 때, 더 이상 연인을 기다리는 일이 가슴 떨리는 기쁨이 아니게 될 때, 나는 불행하다. 문득 어린 시절의 어떤 순간들,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 귀향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정말로 기뻤다. 그런데 그 행복했던 순간들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나는 불행하다. 몸이 아프고 주위에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나는 불행하다. 나에 대한 근거 없는 나쁜 소문이 돌고 그 소문 때문에 절친했던 사람이 나의 억울한 사정을 헤아려보지도 않고 말없이 등을 돌릴 때, 나는 불행하다. 나의 우둔한 결정과 선택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을 당할 때, 나는 불행하다. 정말 배가 고플 때, 마실 물이 없을 때, 누군가에게서 욕을 들을 때, 하루가 덧없이 저물었다고 느낄 때, 나는 불행하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 나는 불행하다.

행복과 불행 사이

행복이란 이 모든 것과 정확하게 역상(逆像)을 이룬다. 정신의 고양(高揚), 생기의 가득참, 기쁨의 생동 속에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 마음에 뜻밖에도 가득 찬 고요와 평화, 도취, 꿈이 현실이 될 때 그 융합도 행복감을 불러온다. 행복이란 마음에 채워야 할 어떤 공허도 없을 때 온다. 사랑, 웃음, 도취로 이끄는 기호들, 드높은 목표의 달성, 경이롭게 펼쳐진 자연 절경들……, 이것들이 불러일으키는 놀라움과 기쁨은 우리에게 생기를 주고 가슴 뛰는 삶으로 이끈다. 가슴 뛰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다. 가슴 뛰는 삶은 운명의 피동적인 수납이 아니라 내가 꿈꾼 바로 그 삶, 자발적 의지와 행동으로 일군 최상의 삶이다. 반면에 공허는 내적 결핍이며, 마음이 내적 결핍을 품고 있을 때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의미의 고갈, 생기의 고갈로 마음이 팬다. 공허는 마음에 파인 부분을 뜻한다. 공허를 채우는 것은 무엇인가?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다. 그것은 보람과 기쁨의 상실이다. 누군가에게서 사랑받지 못할 때, 혹은 버려졌다고 느낄 때 세계는 텅 빈 것 같고, 삶은 공허해진다. 나의 자유가 타자에 의해 회수되고 자존감이 짓밟힐 때,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았을 때, 내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느낄 때, 나 혼자만 고립되어 있을 때, 나는 행복하지 않다. 나 같은 것은 아무 가치도 없는 거야. 내가 죽어서 사라지더라도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 거야. 이런 말들이 마음속에서 꾸역꾸역 솟아나올 때 우리는 불행하다.

여기 행복에 관한 개구리의 우화가 있다. 연못의 물이 점점 말라가고, 그 수위가 현저하게 낮아진다. 연못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개구리에게 이런 현상은 위기다. 개구리는 이런 현실에 대해 깊이 실망한다.

“옛날의 그 깊고 넓은 연못, 풍부한 물로 가득했던 그곳이 그리웠습니다. 물위를 온통 뒤덮은 연꽃과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백합은 천상의 아름다움을 머금고 취할 듯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삶은 너무 아름다웠죠. 대숲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잔잔한 리듬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물가 풍경은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행복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진 연못에는 핑의 깊은 내면을 채워줄 그 무엇도 없었습니다.”(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핑!’)

개구리 ‘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척박한 현실에 내던져져 있다. 그 척박한 현실을 넘어서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핑’은 “무언가 ‘되기(be)’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해야(do)’만 해”라는 멘토의 조언을 듣는다. ‘핑’은 멘토의 조언에 따라 행복을 찾아 떠난다. 다시 멘토는 말한다. “네가 행하는 대로 네가 만들어진다”라고. ‘핑!’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행복이란 의도적인 삶, 즉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선택하고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멘토는 말라가는 연못을 버리고 새로운 연못(꿈)을 위해 도약하라고 말한다. 도약을 떠받치는 것은 강렬한 열망, 결단력, 자발적 의지다. 나는 “실행이 곧 존재다”라는 멘토의 메시지를 따르는 ‘핑’에게서 한국인의 모습을 언뜻 본다. 우리는 얼마나 오랫 동안 “하면 된다”는 구호를 앞세우고 살았던가.

안타깝게도 여러 객관적인 통계를 근거로 한다면 한국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가 않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도 어른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 주변을 보아도 행복하다는 사람보다는 사는 게 시들하다는 사람이 훨씬 많다. 이는 민주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부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을 선망하고 배우려는 제3세계 국가의 사람들이 볼 때 기이한 일이다. 오늘의 한국을 만든 한국인의 기질로 “냄비 근성, 강인함, 활력, 승부 근성, 도전 정신, 자신감, 대담함, 빨리빨리 문화, 신바람, 악바리 근성, 잡초 근성, 거침, 격정, 난폭함, 떼거리 근성”(연합뉴스, 2006년 7월 11일자, 여기서는 진중권,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재인용)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능동적 기질이 목표지향적 삶을 일구고 이 목표지향적 삶 하나하나가 모여서 한국을 경쟁력이 있는 국가로 만들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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