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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배고픈 현대인의 양식 문화 테라피가 뜬다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nate.com

마음이 배고픈 현대인의 양식 문화 테라피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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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랑새를 찾아 헤매던 동화 속 어린 남매의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의 불안하고 우울한 일상과 묘하게 중첩된다. 물질적 풍요가 가져다준 정신적 빈곤 탓이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더 이상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아니다. ‘힐링’이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만큼 심리적 안정과 위로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에게 문화 콘텐츠는 교양과 여가 활용의 가치를 넘어 허기진 마음을 채우고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테라피’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마음이 배고픈 현대인의 양식 문화 테라피가 뜬다
물안개가 장관을 이루는 북한강 기슭,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만 알려진 이곳 북한강변 카페촌에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커피 박물관으로 잘 알려진 카페 ‘왈츠와 닥터만’의 금요음악회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꽤나 이름난 연주회다. 규모는 작지만 이준일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신동일 화백, 클래식 해설가 이지혜 씨 등 내로라하는 클래식 전문가들의 맛깔스러운 해설이 곁들여진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의 명연주를 정기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느 클래식 연주회처럼 말쑥한 슈트 차림을 요구하지도 않고, 박수를 언제 쳐야 할지 몰라 진땀을 뺄 필요도 없으며, 여느 연주회와는 달리 미취학 아동이라 해서 출입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무대는 연주자들의 표정과 아우라, 작은 떨림까지 생생하게 전달될 만큼 객석과 가깝다. 음악회가 끝나면 연주자들과 해설가, 관객이 한자리에 모여 오붓한 다과회를 연다. 몇 해 동안 이어져온 연주회인지라 단골 관객도 상당해서 이제는 친구처럼 허물없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터놓는다. 그날 감상한 곡에 대한 고상한 품평보다는 연습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는 연주자에게 관객들은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하고, 해설가는 무대에서 미처 다 풀어놓지 못한 작곡가와 작곡에 얽힌 깨알 같은 뒷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엄마 손을 꼬옥 잡고 온 꼬마 아가씨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말에 축하 인사도 이어진다.

삶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해방구

“딱딱하게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고,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연주자와 관객, 관객과 작곡가가 음악으로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일련의 과정이지요.”

왈츠와 닥터만 박종만 관장은 2006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금요음악회가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자연과 음악과 커피,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곳에서 만들어낸 공감대는 관객과 연주자, 해설가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이 된다.

문화칼럼니스트 송준호 씨는 현대인에게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은 ‘여가생활’을 한다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문화생활은 일탈과 같은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배고픈 현대인의 양식 문화 테라피가 뜬다

카페 ‘왈츠와 닥터만’의 금요음악회 장면.

“현대인은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죠. 소통의 부재 속에서 소외당하고 감정 억제를 강요당해온 현대인에게 TV드라마나 연극, 영화는 대리만족의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거죠. 뮤지컬을 보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을 느끼거나 촌스러운 신파를 보면서 극 중 인물에게 감정이입해 눈물을 펑펑 쏟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같은 소설이나 ‘아프니까 청춘이다’같은 책들이 몇 년째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고수하는 것도 같은 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를 통해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 거죠.”

최근 들어 이러한 문화 콘텐츠의 치유 효과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이를 활용한 가시적 성과가 부쩍 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새롭게 설립된 예술 관련 치료센터의 수만도 3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문화 테라피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의 폭도 그만큼 넓어졌다. 단순히 ‘즐기는 문화’에서 공감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는 ‘인간성 회복의 과정’으로서의 문화생활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는 것이다.

예술과 일상 사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

하지만 그는 거창하게 예술치료나 문화 테라피라는 타이틀에 얽매여 큰돈이나 시간을 들여야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의 상황 설정과 분석 앞에 긴장하기보다 스스로 휴식과 자각의 시간을 찾아가는 ‘여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화가 어려웠던 가족들과 영화 한 편을 함께 감상한다거나 지방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 참석해 자연과 예술을 향유하는 색다른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훌륭한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제공한다. 심리 상담이나 치료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에게는 오히려 이러한 방법이 문화와 예술이 전하는 치유의 효과를 한결 쉽고 편안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예술과 문화를 접하는 데는 여전히 상당한 부담과 압박이 작용한다. 음악에 대한 소양이 없으면, 그림에 대한 소양이 없으면 무식하다거나 재능이 없다는 식의 핀잔을 들을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무관심하고 무감각해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버리기도 한다.

“음악을 감상할 때 읽어야 할 것은 음표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종종 관객석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계신 분들이 카메라에 잡히곤 하죠. 물론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추억의 노래를 통해 전해져오는 가수의 마음, 그리고 그 노래에 얽힌 각자의 사연이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 짧은 몇 분이 일상에 떠밀려 잊고 지냈던 과거와 화해하는 시간일 수도 있을 거예요.”

클래식 해설가이자 감성 컨설팅업체 ‘더감’을 운영하는 이지혜 대표는 음악을 통해 감동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연주자의 기교나 작곡가의 재능이 아닌 자신과의 대화, 화해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을 접하는 데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강요다. 좋다니까 무조건 일단 들어보자 라든지, 장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올바르게 감상할 수 있다는 강박은 오히려 감동과 몰입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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