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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기업 지속가능경영 점검

국제표준 외면, 실상은 홍보용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한국 대표기업 지속가능경영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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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리딩 그룹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KT·SK텔레콤 국제 표준 외면
  • ● 이미지 세탁에 CSR 이용
  • ● 지속가능경영 원칙과 연결고리 찾아야 성공
  • ●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45곳만 CSR 보고서 발행
한국 대표기업 지속가능경영 점검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KT·SK텔레콤 등 국내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잘한다고 알려진 주요 기업들은 정말 잘하고 있을까. 답변은 간단치 않다. 예컨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26000 원칙에 얼마나 충실한지, 또 지속가능경영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얼마나 성실하게 작성됐는지 따져보면 과연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일반적으로 해마다 나오는 지속가능보고서에는 경제·환경·사회 등 3대 축(triple bottom lines)의 차원에서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경영) 활동 내용이 담긴다. 원칙적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가 담겨야 하지만 기업들은 자사의 입맛에 맞는 홍보용으로만 채우거나, 독자적인 외부 검증도 실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불편한 진실’에는 눈을 감는다. 영국 BBC 나이키 등 앞서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이 연례 보고서에 자사의 악성 스캔들까지 언급하면서 개선을 약속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선진국에선 해마다 5, 6월에 전년도 성과와 비전을 담은 연례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한다. 3월 주총이 끝난 뒤 그 결과물을 담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이 시기에 발간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들쭉날쭉하다.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다. 연례 보고서를 꾸준히 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몇 년 전 한 번 내고 개점휴업 상태인 곳도 여럿이다. 지난해 11월 국제표준인 ISO26000이 발효되고, 이것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기업의 CSR 활동을 감시하는 좋은기업센터(소장 김주일)는 지난 3월 국내 주요기업들의 CSR 이슈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2011년 한국 주요기업 10대 CSR 이슈’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유해물질 노출,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 차별, 포스코의 인도 오리사 제철소 건립을 둘러싸고 떠오르는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 SK텔레콤의 채무불이행자 이중규제 논란, KT의 정액제 무단가입 및 불성실한 환급처리 등은 모두 국제 규범인 ISO26000에 어긋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관련 내용을 CSR 보고서에 담지 않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작업장

한국 대표기업 지속가능경영 점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가장 큰 CSR 이슈 가운데 하나는 반도체 작업장의 유해물질 관리 문제다. 이는 ISO26000 가운데 ‘인권’의 공모회피, ‘노동관행’ 가운데 직장에서의 보건 및 안전항목과 관련된다. 2007년부터 기흥공장과 온양공장에서 일한 뒤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 조혈계 암에 걸린 종업원 2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유해물질 노출 피해자와 사망자가 각각 120여 명, 45명으로 늘어나면서 삼성전자는 기흥공장의 1라인을 철거했고, 3라인은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세계적인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인 미국의 인바이론(Environ)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만들어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 결과는 올해 7월께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법조, 학계, 보건의료계, 노동, 인권, 여성, 시민사회단체 소속 534명은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선언’을 통해 ‘삼성전자는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에 이 문제와 관련된 질의서를 발송했던 투자회사인 네덜란드 APG 자산운용은 소식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조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뢰의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독립적인 제3자의 조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국의 권위 있는 기관에 역학조사를 의뢰했지만 아직까지는 작업장 환경과 백혈병과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5월 말 출간 예정인 연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노동자의 인권 노동환경 개선, 유해물질 및 임직원 보건 안전에 관한 부분은 담아도, 피해자 발생 부분 등은 적시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반도체사업부 산하에 산업보건분야 민간연구소인 ‘삼성전자 건강연구소(소장 조우현 연세대 교수)’를 설립하고 임직원 건강 증진을 위해 화학물질, 작업환경 등에 관한 중장기 연구활동을 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11월 창립 40주년을 맞이해 비전 2020을 선포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4000억달러의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 세계 IT업계에서 압도적 1위 달성, 브랜드 가치 5위권 진입, 존경받는 기업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가 제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38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전년도보다 4계단 상승한 것이다. 전자 부문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9개 주요 항목 대부분이 산업 부문별 1~3위권임에 반해 ‘사회적 책임’ 항목은 전자 부문에서도 8위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존경받는 기업 10위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5년 연속 CSR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지만 인권·노동·환경·반부패 선언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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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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