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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어떠한 시장 상황에도 가치투자 원칙 고수”

‘설립 10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CIO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어떠한 시장 상황에도 가치투자 원칙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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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객 자산 까먹고 반성 끝에 가치주 펀드 1호 출시
  • ● “경영진의 단기 수익률 집착에서 자유로운 게 행운”
  • ● “5년 후 2~3배 벌 주식 안 보여 큰 스트레스”
  • ● “‘쏠림’ 편승 않고 대주주 경영 참여 株 선호”
“어떠한 시장 상황에도  가치투자 원칙 고수”

김형우 기자

주식으로 돈 버는 가장 간단한 방법.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 누구나 아는 이치지만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돈 벌었단 사람은 드물다. 이와 반대로 행동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 탐욕이 발동해 ‘상투’에도 사고, 주가가 폭락하면 싼 주식이 널렸는데도 공포에 질려 시장을 떠난다.

가치투자자는 어쩌면 이런 본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주가가 폭락하면 오히려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한다. 주가가 내재가치 밑으로 떨어지는 종목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는 주식이라도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높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이채원(52) 부사장은 국내에 가치투자를 대중화한 주인공.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에 곧잘 비유된다.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대표이사 김남구 부회장)가 이 부사장의 가치주 펀드 운용을 위해 설립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4월이면 어느덧 10년이 된다. 한국투자금융은 산하에 한국투자증권(주), (주)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을 거느린 금융그룹.
이 부사장의 책상 위엔 주가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3대나 있다. 다른 한쪽엔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는 “게을러서 아직 다 못 봤다”고 했지만 고독한 가치투자자의 길이 엿보였다. 그는 특별한 취미도 없이 오로지 주식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월 7일 그를 만났다.



‘10년 기다려줄 여유’

▼ 10주년을 축하한다. 그런데 회사 설립 자체로만 보면 올해 20주년을 맞은 신영자산운용(주)이 더 오래됐다.

“비(非)제도권엔 뒤늦게 운용사를 설립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 가치투자 선배들이 있다. 그러나 제도권 기록만으로 보면 1998년 12월 출시한 ‘동원밸류 이채원 1호’가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전용 펀드다. 외환위기 직후 코스피가 1000포인트에서 300포인트로 추락하면서 운용하던 펀드가 40%가량 손실이 난 게 계기다. 코스피 하락률보다는 나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고객의 원금을 까먹은 것이라 괴로웠다. 깊은 반성 끝에 ‘금리 + α’의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가치투자 전용 펀드가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회사가 흔쾌히 받아들여줬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인 신영마라톤펀드가 14년 됐기 때문에 우리가 회사 설립은 늦어도 가치주 펀드만으로 따지면 1호 기록은 내가 갖고 있다.” 

▼ 신영 CIO 허남권 부사장을 의식할 것 같다.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절친한 사이로, 가치투자의 동반자이자 경쟁자다.”

▼ 허 부사장과의 운용 스타일 차이라면?

“나는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정량적인 부분 못지않게 지배구조나 비즈니스 모델 같은 정성적인 부분도 감안한다. 보유 종목만으로 평가한다면 신영은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주식 및 대형주를 선호하는 듯하다. 또한 우리는 경기 민감주 비중이 낮고 보험주 같은 경기 방어주를 선호하는 편인데, 신영은 조선·철강·건설주 같은 경기 민감주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장 민감도를 나타내는 우리 펀드의 베타계수가 신영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좀 더 소심하고 겁이 많은 편이고, 신영은 다소 과감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에선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는 회사 경영진이나 투자자들 때문에 CIO들이 자기의 투자 철학을 마음껏 펼치기 힘든데….

“코스피가 급등하는데 자기가 산 주식이 1년 동안 오르지 않는다면 이를 버텨낼 CIO는 없다. 회사를 그만두든지,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갈아엎든지 해야 한다. 그런 압력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나나 허 부사장은 행운아다. 김남구 부회장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로 운용하는지 너무나 잘 안다. 또한 운용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김 부회장이 투자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입장에서 때로 ‘수익률에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안 될까’ 하고 속으로는 답답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 얘기를 일절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수익률을 위해 철학을 포기하고 시장의 인기주를 추격 매수할 수 없기 때문이고, 또 가치주 펀드는 수익이 장기간에 걸쳐 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도 사람을 길게 보고 평가한다는 얘길 듣는다. 더욱이 처음부터 ‘10년 이상 투자할 분만 모신다’고 선언했기에 고객도 최소한 10년은 기다려줄 여유를 갖고 있다. 펀드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들이다.”



예측불가 재료주 대박 안 믿어

2006년 4월 18일 선보인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1호 주식형 펀드의 3월 4일 현재 설정액은 1조5334억 원. 지난 1년간 및 2년간 수익률은 각각 -3.82%, -2.09%로 손실을 기록했지만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151.26%나 된다. 국내 공모 펀드 3600여 개 중 수익률 기준으로 상위 1% 안에 드는 실적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37.64%에 불과했다.   

▼ 최근 1, 2년 수익률이 안 좋은데….

“다행히 고객들이 단기 수익률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 2009년, 2010년엔 절대 수익률이 각각 44.16%와 15.73%로 괜찮은 편이었지만 코스피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꼴찌에 가까운 실적이어서 힘들었다. 이후 3년간은 좋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누적 수익률이 상위 1%에 들었기에 고객들도 이해를 잘 해준다.”

▼ 최근 몇 년 새 화장품, 제약주가 급등했다. 해당 주식을 상당히 일찍 팔아버린 것도 최근 저조한 수익률의 원인은 아닌가.

“그 점에선 실수를 했다. 화장품 업종의 펀더멘털 개선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랐고 이익도 많이 기록했는데, 이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옛날 생각만으로 대응하다 일찍 처분했는데, 이후 주식이 폭등해 다시 살 수가 없었다. 2009~2010년 경기 민감주가 크게 오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LG화학을 펀드에 편입했다가 주당 20만 원에 팔았다. LG화학의 내재가치 측면에서 그게 적정 가격이라고 판단해 매도했는데, 이후 60만 원까지 올랐다. 그런데 시장엔 늘 거품이 끼게 마련 아닌가. 그러다 결국 16만 원까지 떨어졌다. 적어도 LG화학만 놓고 보면 우리 펀드가 많이는 못 벌었지만 손실은 내지 않았다.”

▼ 기업의 내재가치를 어떻게 계산하나.

“여러 방법이 있지만 워런 버핏이 쓰는 현금 흐름 할인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어떤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현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방법이다. 미래의 물가와 금리, 환율 등 모든 것을 예측해야 하기에 버핏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치합산법을 쓴다. 기업은 대체로 과거에 번 돈을 공장 설비, 부동산, 유가증권 현금 등으로 쌓아놓는데 이게 자산가치다. 또한 현재 지속적이고 구조적으로 벌 수 있는 수익가치와 미래 수익인 성장가치가 있다. 기업가치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합으로 본다. 성장가치는 보너스로 보고 여기에 합산하지 않는다. ‘현재 실적은 안 좋지만 5년 후 신약을 개발해서 대박을 칠 것’이라는 얘기는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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