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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 수 있는 건 모두 빨아드립니다”

‘대한민국 세탁왕’ 이범돈 크린토피아 대표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빨 수 있는 건 모두 빨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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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넥타이 정장맨’ 꿈꾸던 시골 소년
  • ● 드레스셔츠, 신발, 병원 세탁물…업역 확대
  • ● 적자 상태, ‘노마진’으로 돌파
  • ● 생산 노하우, 점주 로열티로 승부…대리점 2340곳
“빨 수 있는 건 모두 빨아드립니다”


그는 충청도 예산 촌놈이었다. 농사꾼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소풍 가는 대신 밭으로 달려 나갔다. 마늘꽁(마늘종)을 뽑아 팔면 용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성미가 마을에 소문이 났던지 사람들은 그를 두고 ‘효심 가득한 농사꾼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밭에서 일을 끝내고 나와 손을 씻을 때면 손톱 밑으로 파고든 흙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어냈다. 새하얀 드레스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맨 멋진 ‘넥타이맨’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그때 그 시골 소년은 국내 최대 세탁 프랜차이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이범돈(56) 크린토피아 대표다.

1992년 설립한 크린토피아는 24년간 쌓아온 세탁 노하우로 대한민국 대표 세탁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깨끗한 인테리어, 첨단 자동화 시스템, 기계설비 개발 등 철저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지사 128개, 대리점 2340개의 탄탄한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췄다(지난해 11월 기준). 농사지을 때부터 익힌 꼼꼼한 일처리와 원칙을 고수하는 신념은 그를 뚝심 있는 사업가로 우뚝 서게 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농사꾼이 될 것으로 봤지만, 사실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를 꿈꿨어요. 하얀 드레스셔츠가 참 멋져 보였거든요. 사업가는 늘 드레스셔츠에 넥타이를 맨다고 생각했거든요.”



참외 장사의 교훈

▼ 본격적으로 사업가를 꿈꾼 계기가 있습니까.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였는데, 놀러 가고 싶어도 돈이 없었어요. 시골에서 고생하며 농사짓는 부모님께 차마 손을 못 벌리겠더라고요. 친구들과 장사를 했죠. 새벽 용산 청과시장에서 참외를 떼어와 팔았어요.”

▼ 많이 팔았나요.

“아뇨, 망했어요. 본전도 못 찾고 며칠만에 접었죠.”

▼ 왜?

“처음에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참외를 팔았어요.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 집집마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더라고요. 우리가 “참외 사슈~” 하고 크게 외치면 그 소리가 안방까지 들렸나 봐요. 주민들이 슬리퍼를 신은 채 나오더군요. ‘학생들이 고생한다’면서 1000원어치 사려던 아주머니가 2000원어치 사갔어요. 그날 ‘완판’ 했습니다. 그래서 잔머리를 굴렸죠. 더 좋고 비싼 참외를 떼다가 부촌에서 팔면 돈을 더 많이 벌 거라고.”

▼ 결과는 안 들어도 알 것 같네요.

“네. 한 개도 못 팔았어요. 부자들이 사는 곳은 대문도 다 잠겨 있었죠. 아무리 참외 사라고 외쳐도 닫힌 철문 밖으로 사람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지나가는 몇몇 사람에게 매달려봤지만,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을 애용하는지 반응이 영 시큰둥해요. 그때 깨달았죠. 소비자가 속한 계층, 취향, 지역에 따라 판매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 돈은 못 벌었어도 큰 교훈을 얻은 겁니다.”

▼ 세탁사업도 그때 떠올렸나요.

“세탁사업은 친형님(이범택 크린토피아 회장)이 창업하셨어요. 대학생 때에는 구체적으로 사업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경제적으로 자립해야겠다는 마음이 컸고, 나중엔 기왕이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사업,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정도….”

하지만 이범돈 대표는 1983년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창업이 아닌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사무기기 제조기업 신도리코에서 1년, 한국전력에서 7년간 재무 업무를 맡았다. 주로 원가를 분석하고 예산을 편성해 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꼼꼼하고 정확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8년을 일하다 보니 숫자에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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