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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자본주의 성공 키워드 종교적 금욕주의와 합리성

  • 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서구 자본주의 성공 키워드 종교적 금욕주의와 합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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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자본주의 성공 키워드 종교적 금욕주의와 합리성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지음, 김덕영 옮김, 길, 4만 원

카를 마르크스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유난히 오랫동안 수난을 겪고 있는 인물이 막스 베버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대학가에서 검문검색을 하던 경찰은 학생이 들고 다니는 막스 베버의 책을 발견하면 무조건 압수하곤 했다. 마르크스를 부르던 이름 ‘맑스’와 베버의 ‘막스’를 구분하지 못해서 일어난 수난은 1950년대나 21세기를 가리지 않는다.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을 지낸 박상증 원로목사가 1950년대 말 미국 유학을 마친 뒤 배를 타고 귀국할 때의 일화다. 부산세관을 통관할 때 처음 뜯은 상자 속 맨 위에 있던 책이 하필이면 영어로 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원제 ‘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이었다. 세관원이 “이거 맑스(마르크스)잖아” 하면서 책을 옆으로 밀쳐놓았다. 마중 나온 친구가 세관원에게 “이건 공산주의자 맑스가 아니고 기독교 막스요”라고 설명했지만 세관원은 막무가내로 기다리라고 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책은 모두 문교부(현재의 교육부)로 가져가 허가를 받아야 하니 며칠 대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4년 국군기무사가 병영에 반입할 수 없는 금서를 발표하면서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포함시켰다.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가 공산주의 ‘찬양·동조’가 의심된다며 이 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와 이름이 비슷한 데다 그의 대표작 ‘자본론’과 책 이름마저 흡사했던 게 죄라면 죄다. 그러자 시중에는 “맑스 때문에 애꿎은 막스가 고생한다”는 우스개까지 나돌았다.

베버의 대표작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평했듯이 근대 사회과학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논쟁적인 저작 가운데 하나다. 베버의 궁금증은 근대의 합리적인 자본주의가 왜 유럽에서만 싹터 성공적으로 정착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는 서구의 역사가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20세기 들어서야 식민 지배를 청산한 뒤 근대국가를 세운 제3세계의 학자들에게도 중요한 물음표였다. 베버가 찾은 해답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다.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 윤리

그는 근대 유럽의 자본주의 기원을 문명비교 분석방법으로 찾아냈다. 이윤추구 동기에 따라 작동하는 ‘모험가적 자본주의’는 지리적으로 중국 인도 바빌론, 시대적으로 고대와 중세에도 있었지만, 서부 유럽의 경우 이와 구별되는 ‘합리적 자본주의’가 출현했다는 점이 독특하다는 게 베버의 생각이다. 이 같은 합리적 자본주의 정신의 뿌리는 칼뱅주의로 대표되는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 윤리라고 베버는 맥을 짚었다.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나, 베버는 자본주의가 태동한 영국의 청교도에 눈길을 뒀다. 청교도의 금욕주의야말로 근대적 자본주의의 촉매라고 여겼다. 금욕주의는 사치와 향락, 태만을 죄악시하는 반면 부의 축적을 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신의 명령으로 받들었다. 베버는 금욕주의가 돈벌이의 윤리적 멍에를 벗겨주고 자본 축적도 가능하게 했다고 본 것이다. 더 단순화하면 종교개혁이 유럽의 합리적 자본주의를 낳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프로테스탄트’란 말은 1529년 2월에 열린 독일 슈파이어 국회에서 루터계 제후와 도시들이 황제 카를 5세를 비롯한 로마가톨릭 세력의 억압에 항거한 데서 유래했다. 루터파 교도들이 이때 얻은 별명인 ‘프로테스탄트’(항의하는 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신교도 전체를 이르는 용어로 굳어졌다. 프로테스탄트는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제국을 비롯해 전 유럽으로 퍼졌고, 이민자들을 통해 북아메리카까지 확산됐다.

베버는 서양 문명의 핵심적인 특징인 합리성이 자본주의의 형성과 발달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고 논증한다. 베버가 말하는 자본주의 정신은 ‘자유로운 노동의 합리적인 자본주의적 조직화’와 ‘정기적 시장에 맞추어진 합리적 산업조직의 존재’ 같은 것들이다.

합리적 자본주의가 서구에서만 나타난 것에 대해 베버는 ‘소명’과 칼뱅주의 ‘예정교리’에 주목했다. 예정교리에서는 절대주권자인 신이 자신의 뜻대로, 일부 사람만 구원되도록 예정해놓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직업을 신의 소명이라 믿고, 예정설을 통해 구원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경험적 증거, 즉 성실한 노동의 결과물인 자본이 형성되고 축적된다고 했다.

프로테스탄트가 득세하면서 게으름이 비판을 받고 원죄를 가진 인간은 노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게 됐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을 구원의 한 방편으로 여긴 프로테스탄트들은 더 열심히 일했다. 산업혁명 이후 임금노동자가 등장하면서 필요한 만큼만 일하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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