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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20세기 뒤흔든 혁명 교과서

사회주의, 계급투쟁, 프롤레타리아 독재…

  • 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20세기 뒤흔든 혁명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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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뒤흔든 혁명 교과서

무엇을 할 것인가?
니콜라이 레닌 지음, 최호정 옮김, 박종철출판사



19세기 중반 차르 체제의 러시아는 수많은 사회적 모순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이때 한 편의 연애소설이 젊은이들의 가슴을 뒤흔들어놓았다.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는 로맨스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자유와 혁명을 읊조리고 있었다.

이 소설은 젊은 지식인들에게 사랑과 혁명, 진보와 인간애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대위의 딸’,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와 더불어 러시아혁명 문학사의 걸작으로 꼽힌다. 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인민주의 혁명가 체르니셰프스키는 이 소설도 옥중에서 탈고했다.

혁명을 꿈꾸던 청년 니콜라이 레닌도 이 소설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 그리고 소설이 나온 지 꼭 40년이 되던 1902년 똑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정치 팸플릿인 레닌의 책 ‘무엇을 할 것인가?’(원제 Что делать?)는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고 추종하는 모든 사람이 숙독해야 할 ‘혁명 교과서’가 됐다.

레닌이 32세에 내놓은 이 책은 대중의 자생성에 의존하는 조합주의적 경제투쟁을 비판하면서 의식성과 정치투쟁을 강경한 목소리로 설파한다. 사회주의혁명과 계급해방을 위해서는 소수정예의 ‘프롤레타리아 전위당’이 나서 사회주의적 계급의식을 확고하게 심어줘야 한다는 게 주장의 고갱이다.

“우리는 사회민주주의 의식이 노동자들에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오직 외부에서 들여올 수 있을 뿐이었다. 노동자 계급은 그 자신의 힘만으로는 노동조합주의 의식, 즉 조합으로 단결하여 고용주들과 투쟁하고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이러저러한 법률들을 정부가 제정하도록 하는 등등의 것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마련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은 모든 나라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사회주의 학설이라는 것은 유산계급의 교육을 받은 대표자들, 즉 지식인들이 일궈낸 철학, 역사, 경제 이론들에서 자라난 것이다.”

“중도는 없다”

레닌이 이 책에서 주로 공격하는 경제주의자들은 단순히 ‘경제투쟁’만을 중요시하는 노동조합주의 정치가들이었다.

“마치 자신들이 아메리카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떠벌리며 열중하는 바로 그 ‘고용주의 정부에 대한 노동자의 경제투쟁’이라는 것은, 러시아 벽촌의 대중 가운데서 파업이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사회주의에 관해서는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는 노동자들도 스스로 하고 있는 일 아닌가. 우리는 ‘경제적’ 정치라는 죽 하나만으로 먹여 키울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인들이 우리 스스로도 아는 일을 반복해서 말하지 말고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 공장의 경험과 ‘경제적’ 경험으로는 스스로 결코 깨달을 수 없는 것, 바로 정치적 지식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더 많이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레닌은 농촌공동체를 기반으로 자본주의를 뛰어넘으려는 인민주의 노선(브나로드 운동)과 달리 프롤레타리아 계급에서 혁명의 싹을 찾았다. 더욱 중요한 건 프롤레타리아의 ‘자생적 의식’을 지도하는 혁명 전위를 앞세웠다는 사실이다. 레닌의 전위주의는 이후 전 세계 사회주의 혁명의 모델이 됐다. 프롤레타리아 바깥에서 혁명적 계급의식을 가르치는 지도부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중앙에 권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중앙집중주의’로 이어졌다.

레닌은 여기서 이론 투쟁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혁명적 이론이 없다면 혁명적 운동도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러시아의 사회민주주의당에서 이론의 중요성은 사람들이 자주 잊고 있는 또 다른 세 가지 상황에 의해 더욱 커지고 있다. 첫째, 우리 당은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제 면모를 갖춰가고 있으며, 운동을 올바른 길에서 끌어내릴 위험이 있는 다른 경향의 혁명 사상들과 결산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둘째, 사회민주주의 운동은 본질적으로 국제적인 운동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민족적 쇼비니즘과 투쟁해야 한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는 또한 청년기의 나라에서 시작하는 운동은 다른 여러 나라의 경험을 체현할 때에만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러시아 사회민주주의당의 국민적 과제는 전 세계 그 어떤 사회주의 정당도 직면해본 적이 없던 성격의 것이다. 선진적 이론으로 지도되는 당만이 전위 투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매스 미디어의 위력 간파

레닌은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강조한다. “유일한 선택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냐,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냐 둘 중 하나다. 여기에 중도는 없다.”

레닌은 이데올로기 개념을 허위의식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하지 않고 긍정적 의미로 확장해 이데올로기가 계급투쟁에서 차지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학설로서의 사회주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투쟁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경제 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또한 그런 경제 관계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가 낳은 대중의 빈곤과 비참함에 반대하는 투쟁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계급투쟁은 나란히 발생하는 것이지 하나가 다른 하나를 낳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전제 조건 아래에서 생겨난다. 현대의 사회주의적 의식은 깊이 있는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만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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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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