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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J는 이제 노동자의 우군이 아니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DJ는 이제 노동자의 우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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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파업투쟁과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검거령, 7월 총파업과 정부의 강경대응, ‘파국’이 예상되는 하반기 구조조정…. 노정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명동성당에 ‘지휘본부’를 차린 민주노총은 장기투쟁에 돌입할 태세다. 이런 가운데 단병호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한 사태 해결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허허실실’이라던가. 6월28일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은 사복경찰 10명과 전·의경 2개 중대가 지키고 있는 서울 명동성당에 진입했다. 6월14일 체포영장이 떨어진 지 보름 만이었다.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에서 차출된 361명의 전담체포조와 ‘포상금 500만원과 특진’을 내건 경찰 수뇌부를 비웃듯이 단위원장은 “검문도 받지 않고 들어왔다. 서울 시내 모처에서 지도부와 수시로 투쟁 방향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노동계 인사들에 따르면 단위원장은 수배중에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활동하는 강심장이라고 한다. 그는 원천봉쇄된 대학도 정문으로 걸어서 들어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골목길을 걷다가 경찰에 붙잡힐 만큼 여유롭다는 것. 지난해 10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만난 단위원장은 기자에게 수배시절의 무용담을 털어놓은 적도 있다.

“한번은 경기도 안양 어딘가에 숨어 있는데, 그 집 아래층에 경찰관이 살았어요. 집 앞에는 지서가 있었는데 거기에 내 사진도 붙어 있더라고. 그런데 그 경찰이 나한테 인사를 하는 거야. 그래서 나도 같이 인사하면서 지냈지 뭐.”

노동운동에 뛰어든 지 15년. 그는 여섯 번이나 수배자가 됐다. 1989년 3월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을 찾아가 파업중인 노동자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처음 수배대상이 된 이래 한국노동운동이 전환점을 맞을 때마다 그는 몸을 숨겨야 했다. 인터뷰는 7월5일 오전 9시에 시작됐다. 이날은 민주노총이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에 항의하며 2차 총파업을 선언한 날이다. 명동성당엔 아침부터 장대비가 퍼붓고 있었다.

―투쟁본부로 명동성당을 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대표가 외곽에 머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떤 형태로든 공개된 장소에서 위원장 노릇을 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던 거죠. 그래서 여건이 좋은 조계사와 명동성당을 놓고 고심하다가 이리로 온 겁니다.”

―막연한 질문 같은데, 언제까지 명동성당에 머무르실 예정입니까.

“정부의 대응이 일시적인 것 같지 않아요. 저는 민주노총을 무력화하려는 전면적 탄압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그런 의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장기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1차로 추석까지는 갈 것으로 생각해요. 잘 안되면 연말까지 이곳에 머무를 수도 있고요. 명동성당측이 그 문제로 몹시 고심하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DJ는 철저한 신자유주의자

9시25분. 손수레 한 대가 농성중인 천막 앞으로 왔다. 아침식사였다. 비가 내리는 바람에 식당에서도 준비가 늦은 모양이다. 메뉴는 동태찌개와 김치찌개. 공기밥을 깨끗이 비운 단위원장은 “TV뉴스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문이 너무 심해서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고, 단위원장은 현장에서 단련된 노동자답게 TV를 들여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과연 기발한 생각이었다.

―정부가 초강경 대응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하반기에 정부가 추진할 정책과 정권재창출 구도 때문으로 봐요.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정책을 지연시킨다는 판단을 내린 거죠.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 같아요. 신자유주의 정책을 완성하고 정권재창출을 해야 하는데 노동운동이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까 강공책을 들고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통령은 1년 이내에 IMF를 극복하고 2년만 지나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장담했잖아요.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2년 이내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완성하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 됐어요. 문제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선거 때문에 정책 추진이 더 어렵다는 데 있어요. 그러니까 올해 안에 신자유주의를 정착시키려고 발버둥치는 거죠. 자신들의 의도대로 구조조정을 끝내고 그것을 통해 기득권층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저는 현재의 노동운동 탄압에 정권재창출 프로그램이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단위원장이 신자유주의를 거론했다. 사실 요즘 각종 시위현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가 신자유주의다. 국내외 학자들의 이론을 종합하면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민영화, 탈규제, 금융시장 자유화,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복지제도의 축소 등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반적 특성이다. 단위원장은 이 가운데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자유주의가 반(反)노동자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경우 무작정 반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지금 대원군이 쇄국정책 하듯이 무조건 거부하는 건 아니에요. 세계경제의 특성상 규정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건 신자유주의를 지상과제로 못박고 그것만 고집하는 자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확고한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른 얘기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단위원장은 현재 벌어지는 노동운동 탄압의 이면에 정권재창출 음모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통령이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노동자와 서민을 탄압함으로써 기득권층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반대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김대중 정권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세력은 보수 기득권층이다. 결국 DJ정부는 좌우 양측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보수세력이 김대중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도 있죠. DJ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정치적 토대는 서민과 노동자였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도 서민층이 DJ를 지지할 것이냐? 저는 DJ가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고 봐요. 그러니까 김대통령은 더 이상 서민층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한나라당과 경쟁하면서 보수층의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 증거로 기득권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을 계속 양산하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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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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