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국의 方外之士

한라산 名人 대각심(大覺心) 스님

“내 삶의 화두는 ‘이 뭐꼬’”

  • 글: 조용헌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한라산 名人 대각심(大覺心) 스님

1/6
  • 方外之士는 일상의 삶에서 벗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어느 조직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에는 방외지사들이 적지 않다. 민속학에 정통한 조용헌 교수가 그들의 독특한 삶을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 그 첫 번째는 올해 82세의 대각심 스님으로, 그는 35세가 되던 해 깨달음을 얻어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한라산에 은거해 득도의 길을 걸었다. 타인의 전생을 꿰뚫어보는 신통력을 가졌다는 대각심 스님의 기괴한 수행과 예사롭지 않은 삶을 알아보았다(편집자).
한라산 名人 대각심(大覺心) 스님

수행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대각심 스님.

명산(名山)에는 명인(名人)이 있다. 10여년 동안 전국의 이산 저산에 숨어 있는 기인(奇人), 달사(達士)들을 쫓아다니면서 내린 결론이다. 유명한 산에는 그 산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명산에는 산 정기가 어려 있고 그 정기를 섭취한(?) 명인이 한두 사람쯤은 있다. 산마다 산주(山主)가 있는 것. 우리나라 삼신산 중 하나에 속하는 명산이자, 수천 년 전부터 중국, 일본에까지 알려진 기산(奇山)인 한라산의 명인은 누구일까. 올해 82세의 대각심(大覺心)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필자는 제주도 토박이 이영흠씨를 통해 대각심 스님을 알게 되었다. 이씨는 ‘걸어다니는 탐라학(耽羅學) 사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제주도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안내로 한라산 이곳저곳을 답사하던 중 “한라산에 기인이 어디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씨는 “절물에 가면 대각심이라는 여자 스님이 한 분 계시는데 아주 특이하다. 앉아서 천리를 보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고 대답했다. 앉아서 천리를 본다면 숙명통(宿命通·전생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요즘 숙명통 한 도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절물’은 한라산 동쪽, 해발 600m 지점에 있다. 제주시에서 택시를 타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현재는 ‘절물 자연휴양림’으로 조성되었다. 쭉쭉 뻗은 삼나무 숲속 사이로 잘 다듬어진 휴양림 길을 걸어 400m쯤 올라가면 ‘약수암(藥水庵)’이라고 새겨진 자그마한 집이 나온다. 돌로 만든 금강역사 두 명이 청룡도를 들고 서 있는 대문을 들어섰다. 암자라고 하지만 격식을 갖춘 기와지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허름한 살림집처럼 생겼다. 마당으로 들어가니 올해 82세의 할머니가 나와 방으로 안내해준다. 160cm가 채 안 되는 작은 키에, 얼굴에 주름이 많아 눈이 매우 작아 보였다. 전형적인 제주 할망의 모습이다.

성욕은 근원적 집착이자 장애물

기인을 만날 때는 서론을 생략하고 단도직입, 핵심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 어물어물 인사말로 대화를 시작하면 KO패나 판정패로 끝난다. 선문답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기(氣)로 하는 것이다. 기는 없고 머리만 있는 사람은 처참하게 박살난다. 문제는 기선제압이다. 그러려면 어떤 이야기로 물꼬를 틀 것인가도 중요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첫 질문을 던졌다.

“스님이라고 들었는데, 머리를 기르고 계시네요. 스님이 어떻게 머리를 기를 수 있습니까?”

“머리털에 ‘도’ 있어!”

이 말은 필자의 관자놀이를 한 대 후려치는 주먹이나 다름없었다. 관자놀이를 맞고 보니 말문이 막혔다. 말이야 바른 말이다. 도는 머리털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 깎았다고 도가 있고, 머리 길렀다고 도가 없겠는가! 위기를 모면하려 처음보다 겸손한 질문을 던졌다.

“저도 도를 닦아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기도를 해도 잘 안 됩니다. 왜 그런 겁니까?”

“구멍 때문이지!”

“구멍이 뭡니까?”

“여자지, 여자에 대한 생각을 끊어야 해!”

“그렇다면 마누라도 끊어야 하는 건가요?”

“마누라야 깊은 인연인데 끊을 수 있나, 음심(淫心)을 끊어야지. 앞으로 여자를 조심해야 할거야!”

이런 자리에 아내와 같이 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사실 나는 예쁜 여자만 보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예쁜 여자가 저더러 오라고 손짓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무자(無字)를 들어야지. ‘없다’ 하고 마음을 챙겨야지.”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 공부가 되어간다 싶으면 남자나 여자나 이성의 유혹이 있게 마련인데, 이때 특히 무자 화두를 들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리고 인간이 가장 끊기 힘든 욕망이 성욕이라고 했다.

진화론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미생물인 아메바 상태로부터 고등동물로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암수의 결합에 의해 종족을 번식했으며, 번식을 통해 다시 진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따라서 성욕은 인간이 아메바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근원적인 욕망이라는 것. 즉 성욕이 없었으면 진화도, 존재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욕은 당연한 생식본능이지만, 절대 자유를 추구하는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근원적인 집착이자 장애물로 여겨진다.
1/6
글: 조용헌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목록 닫기

한라산 名人 대각심(大覺心) 스님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