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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부동산 대폭락 시대 오나 ④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월급쟁이 김 차장’을 위한 조언

하락 추세 이용한 ‘시간차 공격’으로 평수 늘려가기 시도해볼 만

  •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 |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월급쟁이 김 차장’을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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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조정기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중산층으로서는 깔고 앉은 집을 섣불리 팔아버리기도 불안한 노릇이다. 차익은 남기지 못한다고 해도 가급적 손해를 적게 볼 방법이 무엇일지 골몰하는 것은 인지상정. 오피스텔을 눈여겨보고 있는 미혼 여성과 경매시장을 탐색 중인 자영업자, 집을 팔지 말지 고민 중인 직장인을 위해 ‘하락기에도 홀로 웃을 수 있는 세 개의 충고’를 콩트 형식으로 준비했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월급쟁이 김 차장’을 위한 조언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근처 한 술집에서 퇴근한 직장인들이 간이로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서 더위를 피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

봄이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벚꽃이 지고 난 자리를 빠르게 홍자색의 철쭉과 영산홍이 메우고 있다. 해도 길어졌다. 금요일 저녁 7시30분, 상쾌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빌딩숲 구석에 위치한 서울 무교동 골뱅이집 앞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는 45세 김덕수 차장. 가진 거라곤 8년 전 어렵사리 장만한 경기도 분당의 집 한 채가 전부다. 요즘 들어 술자리마다 빠지지 않는 부동산 이야기를 귀동냥하며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일본 집값이 빠지기 시작한 것도 단카이 세대라고 인구비중이 높았던 세대가 은퇴하면서부터예요.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잖아요.” 입사 2년 후배지만 어느새 같은 직급이 된 조 차장의 괄괄한 목소리가 술자리가 파한 뒤에도 귀에서 떠나질 않는다. 김 차장이 요즘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다. 믿었던 부동산 상품들이 곳곳에서 손실을 내고 있고 오르기만 하던 아파트값이 계속해서 빠지고 있다. 맥주 몇 병에 취해 집으로 돌아온 김 차장은 부동산 관련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토요일 오후 3시, 김 차장은 도로변에 피어난 봄꽃들을 바라보면서 부암동 고갯길을 오르고 있다. 길 위에 봄 햇살이 내려앉아 있고 메마른 도로 저편에서는 5월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조 차장이 넌지시 일러준 ‘노란집’이라는 부동산 컨설팅 사무실을 찾아 나선 길이다.

막상 당도해보니 노란집은 2평짜리 작은 카페였다. 유리문에는 고딕체로 ‘솟대철학관, 부동산 고민상담소’라는 상호가 붙어 있다. 재치 있는 작명이라고 생각하며 들어선 카페 안에는 50대 후반줄에 반백의 굵은 머리칼을 가진 남자와 똘똘하게 생긴 30대 여자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다음 차례인지 바로 옆에는 검은 점퍼차림의 남자가 기다리고 앉아있다.

“어서 오세요. 상담하러 오셨어요?”

“네 오전에 전화드린 김덕수입니다.”

이 남자가 조 차장이 말하던 그 곽형근인 모양이었다. 한때 잘나가던 부동산 컨설턴트였지만 큰 사기를 당하고 이곳에서 소일거리로 상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카페 안에 테이블은 두 개뿐이었다. 기다리던 검은 점퍼의 사내 옆에 구겨 앉았다. 테이블 사이의 거리는 1m 남짓. 컨설턴트와 여성의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귀에 들어온다.

“오피스텔, 갈 때까지 갔다”

“그러니까 무조건 오피스텔을 턱하니 사면 안 된다니까. 부동산은 이제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해요. 상품가치도 중요하고.”

“금리가 2.5%밖에 안 되고 사는 원룸은 주인이 바뀌어서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네요. 그리고 오피스텔 가격은 몇 달 새에 몇 천 만원씩 뛰잖아요.”

“지금 서둘러 뛰어들면 조금 벌 수도 있을지 몰라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아니에요. 손해 날 가능성이 있어요. 본인이 살거나 월세를 받는 건 몰라도 매매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고요. 기존 오피스텔은 이미 노후했고 기능이 완벽하지 않아요. 오피스텔이 규제가 완화되고 준주택이 되면서 올해 7월부터는 좋은 상품이 쏟아질 거예요. 화장실도 2개 있고 욕조도 있고 테라스도 있고 천장도 높은 상품 말이죠.

특히 유의할 점은 기존 오피스텔이 지금 많이 올라 비싸다는 거예요. 전용면적 가격으로 따지면 주상복합단지에 있는 오피스텔이 주상복합아파트보다 평당가가 높은 게 대부분이거든요. 오피스텔은 대부분 전용면적이 평형이나 타입이라고 부르는 분양면적의 50% 수준이고 주상복합은 70%, 일반 아파트는 80% 정도니까요. 한마디로 갈 때까지 간 거죠.

중복도에다 내부시설도 부족하고 창문도 작고 천장도 주상복합보다 20㎝나 낮은데도 평당가로는 더 비싸졌어요. 그게 얼마나 가겠어요. 또 근래 들어 오피스텔이 잘 팔리니까 분양 준비 중인 공급량도 미분양 아파트만큼이나 많아질 거라고 봐요.”

상담을 받던 여자는 이제 인생 상담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돈은 2억5000만원밖에 없고 나이는 먹고 결혼 계획도 없는데 집은 있어야지요. 그렇다고 다세대나 원룸을 사자니 오피스텔보다는 안 오를 것 같아요. 혼자 사는 데 보안도 좀 걱정스럽고요, 안정적으로 내 집에 살면서 돈 될 물건 하나 찍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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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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