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호

통일교 ‘왕자의 난’

“형은 창시자의 뜻 거스른 사탄이자 타락한 천사장” VS “아버지 맹목적으로 믿는다고 구원받는 것이 아니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05-18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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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교 ‘왕자의 난’
    총체적 난국이다. 노선·재산·헤게모니 다툼이 거칠다. 목회자들이 들끓는다. 동생이 형을 상대로 송사를 벌였다느니,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느니, 하는 언론 보도에 통일교 원로들은 혀를 찬다. 그러면서도 침묵한다.

    통일교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왕자의 난이라는, 말초를 자극하는 표현이 언론 지면에 오르내린다. 후계자 다툼 혹은 헤게모니 다툼이 거세다는 것이다. 통일교 혹은 통일운동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의 3남 문현진(42)씨와 4남 문국진(41)씨가 소동의 중심에 서 있다.

    4남이 강자(强者), 3남이 약자(弱者)다. 문국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하 통일교 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은 통일교의 실권자다. 한국·일본의 조직과 통일그룹을 장악했다. 재정권, 인사권도 틀어쥐었다.

    문현진 UCI 회장 겸 GPF 재단 이사장은 통일교가 1977년 세운 국제조직 UCI의 자산을 토대로 활동하고 있다. 통일그룹처럼 UCI도 기업군을 거느린다. 문현진 회장은 문선명 총재의 사실상 장남이다. 장남과 차남은 각각 2008년, 1984년 사망했다.



    기사를 세 부분으로 나눴다. 는 통일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다뤘다. 에선 문국진 이사장을 만났다. 는 문현진 회장 인터뷰다. 2세 분쟁이 불거진 후 3남, 4남이 대담(對談)에 응한 것은 ‘신동아’가 처음이다.

    >>> 1부 통일교에 무슨 일이…

    1·후계자 다툼인가

    2010년 6월5일 문선명 총재는 부인 한학자(68)씨의 도움을 받아 7남 문형진(32)씨를 후계자로 지명하는 선포문을 작성했다. 문선명 총재가 이날 작성한 문건의 내용은 이렇다.

    “만왕의 왕은 한 분 하나님, 참부모님도 한 분 부모, 만 세대의 백성도 한 혈통의 국민이요, 한 천국의 자녀이다. 천주평화통일본부도 절대 유일의 본부다. 그 대신자, 상속자는 문형진이다. 그 외 사람은 이단자며 폭파자다. 이상 내용은 참부모님의 선포문이다.”

    선포문에서 대신자, 상속자로 지목된 문형진씨는 통일교 세계회장을 맡고 있다. 5남 문권진(36)씨는 통일교 혹은 통일운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6남 문영진씨는 1999년 사망했다.

    “현실이…, 아이 휴, 참”

    문형진 회장의 가족 혹은 측근으로 보이는 이가 문선명 총재가 선포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촬영했는데, 이 동영상이 외부로 유출됐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문선명 총재는 고령 탓인지 총기(聰氣)가 예전만 못하다. 부인 한학자씨가 불러주는 대로 글을 받아 적는 대목도 나온다. 문선명 총재 부부의 이날 대화 중 일부를 옮긴다.

    한학자 세계선교본부 회장 말만 들으라는 말은 안 하시겠어요? 그게 아버지 말씀 아니에요? 모든 선교국은, 모든 통일 백성은 세계선교본부의 공문 지시 사항만 인정하라는 데 사인하는 건 싫으세요? 인터넷에 올리면 아무 하자가 없어요. 식구들이 알면 현진이 말 안 들어요. 세계선교본부를 좀 세워주시라고.

    문선명 그렇게 하는 거야, 전부 다 여기에 들어가 있어.

    한학자 그러니 세계선교본부에서 나가는 공문만 백성들은 믿어라.

    문선명 왜 자꾸 그래? 응?

    한학자 한마디가 중요한 것 같아서요. 선교본부를 인정을 안 하니까. 그걸 좀 살려주시라는 거죠.

    문선명 아 인정이고 뭐야, 형진이 본부에다 여기 다 문형진인데 허허.

    한학자 그런데 지금 현실이, 아이 휴, 참.

    “식구들이 알면 현진이 말 안 들어요”라는 대목은 3남 문현진 회장을 따르는 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교본부를 인정을 안 하니까” “그런데 지금 현실이, 아이 휴, 참”이라는 대목은 7남 문형진 회장의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통일교 관계자는 “문국진·문형진 형제 뒤에는 한학자 여사가 있다”고 말했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3남

    통일교는 종교이자 기업이다. 문국진 이사장이 통일교가 운영하는 기업을 맡고, 문형진 회장이 종교로서의 통일교를 책임지는 것으로 후계구도가 꾸려졌으나, 문국진-문형진 체제가 마뜩잖다고 여기는 그룹 또한 적지 않다.

    공식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문현진 회장은 UCI의 자산을 바탕으로 GPF(Global Peace Festival)라는 NGO를 세워 독자 기반을 구축했다. “선교본부를 인정을 안 하니까”라는 한학자씨의 표현은 해외조직의 상당수가 7남이 아닌 3남을 따르는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문국진 이사장이 이끄는 통일교 재단은 GPF 활동이 창시자의 뜻과 무관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현진 회장은 한동안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들었다. 통일교에서 그 입지가 약해진 때는 2009년 초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격 탓에 탈락한 것으로 안다”고 통일교 간부는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후계자 수업을 받을 때 구축한 인맥, 역량을 바탕으로 통일교의 해외자산 및 조직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

    문국진 이사장과 문현진 회장은 하나같이 후계자 다툼이 벌어졌다는 외부의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분명한 회사와 달리 종교와 같은 신앙의 세계에서 신도를 소유할 수 있다고 보나? 사람을 소유할 수 있다고 보나? 아니다. 물질적 자산을 소유하는 회사와는 다르다. 누가 후계자 이슈를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문현진 회장)

    “후계 다툼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문선명 총재께서는 지난해 6월5일 통일교의 상속자, 대신자로 문형진 세계회장을 결정해주셨다. 전세계 통일교인은 이 결정과 관련해 문형진 세계회장을 환영하며, 존경하고 있다. 그 부분은 총재님 양위의 절대적 고유 권한으로 후계 문제는 종결됐다.” (문국진 이사장)

    문현진 회장을 드러내놓고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국진-문형진 체제를 비딱하게 바라보는 통일교 원로와 목회자도 적지 않다. 이들의 회의적 시선은 문국진 이사장이 밀어붙인 교회 구조조정과 기업식 교회 운영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

    최근 문국진-문형진 체제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한 통일교 간부의 설명이다.

    “돌아가는 사정을 뒤늦게 파악한 문선명 총재가 문국진 회장 측근 3명을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황선조 천주평화통일연합 한국회장을 중심에 세우고 문국진-문형진 형제는 그 밑에서 더 배우라는 게 요지로 알려졌다. 문선명 총재가 친정 체제 복귀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황선조 회장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누군가가 황선조 회장의 비리 의혹을 퍼뜨렸다. 결국 문선명 총재가 해외 순회를 떠나는 것으로 사안이 정리됐다. 문국진-문형진 형제가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2·진실 혹은 거짓 |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했다”

    4월25일 문선명 총재가 유럽으로 떠나면서 문국진-문형진 체제가 이상 기류를 잠재운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통일교 원로그룹과 일부 지도자를 들끓게 하는 일이 다시금 발생했다. 문현진 회장이 한학자씨를 상대로 239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고 신문, 방송이 보도하면서다. 중앙일보가 ‘문선명 3남, 어머니 상대 238억 소송’이라는 제목으로 1보를 썼다.(5월2일자 참조) 이튿날 조선일보는 1개 면을 통틀어 통일교 내분을 다뤘다.(5월3일자 참조) 가장 먼저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를 읽어보자.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문선명 총재의 3남 현진(42)씨가 운영하는 그룹의 계열사인 워싱턴타임스항공(WTA)은 어머니 한학자(68)씨가 대표로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선교회(통일교 선교회)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238억75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한씨는 현진씨를 비롯해 문 총재의 4남 국진(41·통일그룹 회장), 7남 형진(32·통일교 세계회장)씨의 친어머니다.”

    이 기사는 동생들과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고 있는 문현진 회장 처지에선 치명적 내용이다. 후계자 다툼에서 밀려난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낸 것으로 글이 읽힌다. 그런데 속사정을 아는 통일교 인사들은 화살을 문현진 회장이 아닌 통일교 재단에 돌린다.

    문현진 회장과 통일교 재단은 한목소리로 ‘문선명 3남, 어머니 상대 238억 소송’이라는 기사는 오보(誤報)라고 주장했다. 문현진 회장은 “법인 간 회사자금 반환 소송일 뿐”이라면서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통일교 재단도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아랫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사건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

    [통일교 선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낸 WTA는 UCI의 자회사다. 238억7500만원은 WTA 대표이사였다가 해임된 J씨가 한학자씨가 대표로 있는 통일교 선교회에 2009년 11월9일 송금했다. 문현진 회장은 이날 J씨를 해임했다. J씨는 문국진 이사장의 측근이다. 해임 직후 돈을 불법으로 송금했다는 게 WTA의 주장이고, J씨는 해임된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차용증을 받고 선교회에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한다. J씨는 통일교가 운영하는 워싱턴타임스 사장을 지냈으며 2005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도 있다.]

    통일교 ‘왕자의 난’

    문현진 씨 부부.

    ▼ 종교에 후계자가 있다고 보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분명한 회사와 달리 종교와 같은 신앙의 세계에서 당신이 신도를 소유할 수 있다고 보나? 사람을 소유할 수 있다고 보나? 아니다. 물질적인 자산을 소유하는 회사와는 다르다. 누가 후계자 이슈를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이드-쇼(Side-show: 부차적인 일)에 지나지 않는다. 3류 언론이나 시시한 드라마에나 나올 내용이다(It is a tabloid, It is a fluffy drama).”

    ▼ 그렇다면 중요한 이슈에 대해 건강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

    “실망했느냐고? 물론 그렇다.”

    ▼ 여의도 땅 문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의 답변은 아리송했다.

    “나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겠나?”

    ▼ 재산을 놓고 다투는 건가.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다. 내 아버지와 내 가정, 그리고 전체 통일운동을 오해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깎아내리는 것이다.”

    그는 문선명 총재의 뜻을 강조하면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자 했다. 솔직하지 않은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토를 달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한국에 기여하고자 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여의도 프로젝트는 한국에 수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다. 그분은 한국을 발전시키는 꿈을 갖고 살아오셨고, 한국에 귀국하시면 여의도 부지에 방문해 기도하시곤 했다. 여의도 프로젝트가 서울에 굉장한 활력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긴밀하게 협조해줬다. (최근 불거진 문제는) 불행하고 부끄러운 일이며 통일운동의 참된 모습이 아니다.”

    ▼ 여의도 땅에서 통일교인들이 시위를 했다.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의 어느 목사가 공공장소에서 코란을 불태운 일이 있다. 미국 정부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그런 행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폭력사태가 발생해 미국 젊은이들이 희생됐다. 코란을 태운 목사의 행동이 기독교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유하는 것으로 보도할 수 있을 것이다.”

    ▼ 해결할 방법은 없나. 양보한다든지.

    “해결책을 물어보는 건가?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 통일교 재단에서 당신을 공격하는 양상인데, 서운한 감정은 없나.

    “서운해하는 것으로 보이나?”

    ▼ 서운하지 않나?

    “이 어려움이 모든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라고 본다. 내가 실망했느냐고? 물론 그렇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온갖 다양한 상황을 소화할 능력이 없으면 세계적인 운동을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나?”

    ▼ 화나지 않았다는 건가.

    “나도 사람이다. 화도 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감정이 내 행동과 일을 지배하도록 할 것 같나? 아니다. 대중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이 본연의 통일운동을 대변하지 않는다. 성숙한 사람은 이 같은 일이 어느 조직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사람들이 여의도를 중심 삼고 벌어지는 사건들로 통일운동 전체를 비난하거나 내 아버지에 대한 잘못된 결론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 언론에 따르면 어머니를 고소했다는 등 비윤리적이라고 할까….

    “어느 언론을 말하는 건가. 그 언론사가 보도한 많은 내용을 철회하려는 것을 알고 있나? 그 기사를 중심자료로 사용하지 말기 바란다.”

    중앙일보 보도에 앞서 시사저널이 통일교 내분을 다루면서 WTA와 통일교 선교회의 소송을 언급한 적이 있다. 시사저널 보도엔 신도들이 읽으면 문현진 회장에게 거부감을 가질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 그 배경에 무엇이 있다고 보나.

    “나보고 또다시 추측하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그가 흥분했다.

    “내가 먼저 묻겠다. 나를 인터뷰하는 게 나에 대해 알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한국에서 창조되고 있는 타블로이드 드라마와 나를 연결시키기 위해서인가.”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통일교 재단이건 교회본부이건 신도들이 무엇을 하든, 어떤 참소를 하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와 같은 차원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항상 모략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내용에 답하고자 추측하는 것은 나에게 무책임한 것이다. 나는 내 개인만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내가 대표하는 모든 사람을 대표한다. 누군가가 무책임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나도 무책임하게 행동한다면 그것도 무책임한 것이다.”

    그가 흥분한 게 눈에 보였다.

    ▼ 통일교 재단에선 당신이 하는 일이 창시자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가 되물었다.

    “재단에서 정말로 그렇게 말했나?”

    ▼ 공식적으로 그렇게 얘기했다.

    그는 가정, 추측을 요구하는 질문엔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봐라. 내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코멘트 하겠는가.”

    ▼ 한국 사회에서 장남이 가진 의미가 작지 않다. 동생과 화해하는 메시지를 전해달라.

    “어떤 전제를 갖고 질문하고 있다. 어떤 전제, 가정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이야기를 쓰느냐가 결정된다. 내가 보기엔 갈등, 서운한 감정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 같다. 나는 그렇지 않지만, 상대편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것을 추측할 수도 없고, 추측하기엔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많고 바쁘다. 나는 사실 장남이 아니다. 물론 살아 있는 자녀 중엔 장남이다. 장남의 위치가 중요한 것은 비단 한국에서만은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장남의 책임은 가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부모와 가정, 그분들이 대표하는 모든 것에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나와 혈연관계인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 혈연관계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부모나 형제자매를 선택할 수 없다. 동생들이 어떻게 행동하든지 간에 형으로서 품위(dignity)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한국 국민이 나의 아버지를 (종교의 창시자가 아닌) 인류의 소망을 일깨운 분으로 올바르게 인정하게 되기를 바란다.”

    “현실에 터 잡지 않은 이상주의자냐고?”

    GPF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NGO다. 종교적 이기주의를 초월한 초종교 운동, 가정의 가치, 봉사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 기구라고 한다. 케냐에서 나이로비 강 정화사업을 벌이면서 정파 간 분쟁을 극복하는 일에 도움을 줬다고 그는 설명했다. GPF는 네팔, 브라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몽골 등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일회성 행사로 이룰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 통일교의 자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일부 통일교 인사들은 비판한다.

    “개발도상국은 더 이상 서구사회를 모델로 보지 않는다. 케냐에서 서로 정적(政敵)인 대통령, 총리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GPF가 주관하는 국제회의가 개최됐다. 그 행사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강조했다.”

    8월 몽골에서 GPF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는 몽골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했다.

    “몽골 지도자 중 북한 최고지도자와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이 많다. 몽골 대통령이 후원자로 나선 몽골 GPF 대회는 동북아 평화정착과 관련해 중요한 행사가 될 것이다.”

    그는 스케일이 컸다. ‘보편적 영성’ ‘신 아래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이란 표현을 썼다.

    ▼ 당신은 이상주의자(idealist)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모르겠다. 당신이 말해보라. 많은 경우 사람들이 이상주의자라는 단어를 쓸 때, 그 단어는 머리는 구름 속에 있고 현실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준다. 당신이 나를 볼 때 그런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세계에 기초를 두고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이슈를 일깨우는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나? 나는 모르겠다. 스스로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당신이 판단해라.”

    그의 아버지는 2009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라는 제목이 붙은 자서전을 냈다. 그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 출판기념회 때는 안 간 건가.

    가지 않은 건지, 가지 못한 건지를 물은 것이다.

    그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통일교 ‘왕자의 난’
    “통일교의 명예가 상처 입었다”

    UCI 관계자는 문국진 이사장 측근들이 놓은 ‘덫’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재단의 주장대로 빌린 돈이라면 빚을 변제하면 그만인데, 의도적으로 변제하지 않으면서 소송하게끔 유도했다는 것이다. 패륜아로 몰아세우려는 통일교 재단 인사들의 음모에 걸려들었다는 주장이다.

    문선명 총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K씨가 소송을 당한 선교회의 사무총장을 현재 맡고 있는데, 그 역시 문현진 회장에 의해 UCI에서 해임됐다. K씨는 지난해 2월 세계 각국의 통일교 지도자들 앞에서 문현진 회장이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면서 그를 깎아내린 일이 있다.

    통일교 재단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 탓에 내부에서 난리가 났다. 우리가 언론에 정보를 흘려 보도하게끔 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도 언론사에 항의하고 있다.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므로 이 부분과 관련해선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부 신도는 통일교 재단이 ‘문현진 죽이기’의 일환으로 정보를 흘렸으며, 그로 인해 통일교의 명예가 상처 입었다고 여긴다. 일부 원로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통일교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전했다. 이러한 추측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재단이 보도 과정에 개입한 흔적은 없다.

    지주회사인 UCI의 자회사인 WTA의 대표가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법인을 고소한 사건이지만, 이 역시 J씨·K씨를 해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라는 점에 비추어 주도권 다툼에서 비롯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문현진 회장은 “소송은 후계 구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3·여의도 땅 다툼 | 동생이 형을 상대로 소송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파크원 공사 현장은 일꾼이 떠나 흐린 날씨만큼이나 스산하다. 이 현장과 어깨를 맞댄 SFIC(서울국제금융센터·56층) 건축 공사가 활기찬 것과 대조를 이룬다. 파크원은 마천루(摩天樓) 두 동(72층, 56층)을 짓는 프로젝트다. 2조3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이 사업을 놓고 송사(訟事)가 벌어지면서 지난해 11월 공사가 중단됐다.

    통일교 재단이 공사가 중단된 ‘여의도 땅’의 소유주다. 지상권은 Y22라는 곳이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 통일교 재단으로부터 99년 기한의 지상권을 확보했다.

    송사는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 소유자의 다툼이다. 통일교 재단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법원에 지상권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Y22에 넘겨준 지상권을 되돌려 받겠다는 게 소송의 골자다. Y22가 자신들을 기망해 계약을 맺었다는 게 통일교 재단의 주장이다. Y22는 문현진 회장이 장악한 UCI의 관계사다.

    통일교 재단은 Y22가 고층건물 2개동을 미래에셋을 비롯한 금융사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격분했다. 성지나 다름없는 곳을 제멋대로 처분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정관 변경 및 주무관청 허가를 거치지 않았고, 기망을 당해 체결했으므로 계약이 무효라는 게 문국진 이사장 쪽 의견이다. 반면 문현진 회장 쪽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계약을 뒤늦게 문제 삼고 있다. 공사 중단으로 인해 물적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법원은 2월21일 “기망을 당했다거나 착오로 인해 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서 통일교 재단이 요구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문현진 회장이 작은 전투에서 1승을 거둔 형국이지만, 재산 다툼은 피도 눈물도 없는 형국으로 계속되고 있다. 양쪽이 싸움을 멈추고 양보하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풀어 없앨 공산은 작아 보인다.

    범(汎)통일교가 보유한 알짜배기 땅

    여의도 땅은 범(汎)통일교가 서울에 보유한 부동산 중 알짜배기다. 땅을 둘러싼 다툼은 재산 싸움이지만, 주도권 다툼과도 연결된다.

    2005년 통일교 재단이 Y22와 계약을 맺을 때 재단 이사장은 문현진 회장의 장인인 곽정환(75)씨가 맡고 있었다. 그 무렵, 그는 통일교의 2인자로 불렸고, 사위인 문현진 회장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었다. 통일교 공식문건에 ‘곽정환 패밀리’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성지를 제멋대로 처분하려는 세력을 가리킨다. 문현진 회장이 가진 영향력에 상처를 내는 수단으로도 소송이 활용되는 것이다.

    문국진 이사장은 “우리는 곽정환 패밀리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많은 일을 위임해 진행했는데, 어서 빨리 모든 것을 원상복구하고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4·헤게모니 다툼 | “밑바닥 민심을 잡아라”

    통일교가 미국에서 발행하는 워싱턴타임스는 UCI의 자회사였으나 현재는 문국진 이사장이 경영권을 확보했다. 3남에서 4남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것이다.

    문현진 회장이 2010년 초 통일교와 관련한 인사를 이사진에서 해고한 후 워싱턴타임스의 경영 위기가 심화했고, 지난해 11월 통일교가 1달러에 워싱턴타임스를 사들였다.

    “문국진 이사장이 지원금을 끊으면서 신문사 사정이 악화했다”는 게 UCI 쪽 주장인 반면, 통일교 재단은 “지원금을 보냈으나 돈을 다른 용도로 썼다”고 반박한다.

    이렇듯 형제는 도처에서 충돌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형제간 반목의 대강(大綱)은 재산 싸움이지만, ‘포스트 문선명’ 시대를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이 그 밑바탕에 있다. ‘후계자 다툼’이라기보다는 문선명 총재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앞으로의 영향력을 두고 다투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후계자가 공식으로 확정됐으므로,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문국진 이사장은 종교로서의 통일교를 강화하고자 한다. 교회의 정식 이름을 통일교로 바꿨으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문현진 회장은 종교의 틀을 벗어나 이뤄지는 ‘통일운동(unification movement)’이 문선명 총재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통일교 재단에선 이러한 활동을 공적자금을 낭비하는 행위로 본다.

    문국진 이사장-문형진 세계회장 형제가 강자이면서 주류고, 문현진 회장은 약자이면서 비주류다. 비주류는 역전을 꿈꾼다. ‘문현진 그룹’은 후계자로 지목받지는 못했지만 궁극에는 자신들의 노선이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서 “밑바닥 민심이 바뀌고 있다”고 여긴다.

    주류는 비주류가 앞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침해할 것을 우려한다. 문현진 회장의 GPF 활동 탓에 문형진 회장이 맡고 있는 통일교회(unification church)의 해외 역량이 타격받았다.

    세계 각국에서 주도권 다툼

    형제간 헤게모니 다툼은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된 양상은 주류가 비주류에게 시비를 걸거나 공격하는 것이다. 통일교는 지난해 11월15~19일 ‘UCI 관련 교구 순회’라고 이름 붙은 행사를 일본 6개 도시에서 진행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통일그룹 문건은 순회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해놓았다.

    △순회 중 국진님(문국진 이사장) 방일, 가지쿠리 회장의 확실한 곽정환 회장 사탄 선언 △전 일본 300명 공직자들의 곽정환 회장 사탄 선언 △일본 50% 식구들은 곽정환 회장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확실히 곽정환 회장의 배신과 사탄 된 것 이해 △식구들이 UCI 및 곽정환 회장과의 관계 단절 및 e메일, 편지 거부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절대 신앙을 결의, 절대 훈독.

    통일교 재단의 일본 교회에 대한 영향력은 외관상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통일교의 교세가 한국보다 크고, 신도들이 내는 헌금도 한국보다 많다. 통일교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제3세계 국가에서는 문현진 회장의 영향력이 강하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형제가 화해해야 한다”고 여기는 중립적 통일교 목회자, 신도 사이에선 “후계자가 결정된 만큼 고개 숙이고 통일교회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견해와 “강자가 약자의 것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의견이 엇갈려 나온다.

    통일교는 종교이자 기업이다. 한일해저터널 같은 국제적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국내외에 다수의 기업을 보유한 기업 집단이면서 종교 단체다. 종교 색을 벗은 문화 언론 교육 스포츠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면서 사회적 영향력도 키워왔다.

    통일교는 그간 이단(異端) 시비를 비롯한 외부의 공격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왔다. 그런 통일교가 둘로 분열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부터 두 형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대로라면 한학자씨가 실질적 교주이자 실권자 될 것”

    통일교 ‘왕자의 난’
    형제간 다툼에서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있는 인사들은 황선조 천주평화통일연합(UPF) 한국회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2월 문선명 총재가 황선조 회장을 중심에 세우라고 했다”는 얘기가 신도들 사이에서 나돌 때 이들은 고무됐다.

    통일교의 재정권과 인사권, 종교 행사 관련 실권이 문선명 총재의 손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황선조 회장을 통해 친정 복귀를 시도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황선조 회장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는 5월2일 ‘참자녀님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사죄드린다’ ‘문국진 이사장님께 사과드린다’ ‘업무 추진 시 과실이 있었으며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에 서명했다.

    중립을 표방한 인사들은 이 서약서에 ‘굴욕’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다. 황선조 회장이 백기 투항했다는 것이다.

    통일교의 한 간부는 “문선명 총재에게 바깥 여론을 전달하는 마지막으로 남은 루트가 사라졌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실질적 교주이자 실권자는 한학자 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통일교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참부모님 생애노정 섭리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강의의 결론은 ‘한학자 여사는 하나님의 부인’ ‘문형진 회장은 섭리적인 후계자’라는 것이다.


    >>> 2부 통일그룹 회장 문국진 (문선명 4남) “형이 사탄이라는 것은 신학적으로 분명하다”

    통일교 ‘왕자의 난’
    문국진 통일교 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은 풍기는 분위기가 차가운 사람이다. 그는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서른다섯 살 때 귀국했다. 그래서 한국어가 서투르다. 그의 영어 답변은 짧고 간결했다.

    그는 정장 차림에 야구 모자를 썼다. 유럽으로 순회를 떠난 문선명 총재를 배웅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의 막냇동생인 문형진 회장 부부가 문선명 총재를 수행한다고 한다.

    ▼ 현재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더 큰 성장을 위한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통일교회와 통일그룹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형님 한 분을 제외한 모든 통일교 지도자 및 신도는 총재님 말씀에 하나 되어 더 크고 성숙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픔을 딛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신도들에게 죄송하다”

    그는 ‘여의도 땅’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의 경제적 권리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것이다.”

    긴 답변을 예상했으나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재산을 두고 다툰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여의도 공사현장 앞에서 통일교 신도 수백 명이 시위를 한 적이 있다. “곽정환은 반성하라!”라고 적힌 현수막도 나붙었다. 시위대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통일교 성지에 금융회사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

    “통일교 세계본부가 입주해야 한다.”

    “곽정환 패밀리와 그의 추종자들은 편법 불법행위를 밝혀라!”

    에서 언급했듯 곽정환 전 통일교 재단 이사장은 문선명 총재의 3남 문현진 회장의 장인으로 한때 통일교 2인자로 불린 인물이다.

    ▼ 일부 신도들은 여의도 땅을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성지’ ‘세계본부’ 같은 명분을 내세우지 않았다. 앞서 답했듯 본질은 재산권 다툼이라는 것이다.

    “식구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 재단 처지에서는 피해 본 것에 대해 충분하게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재단이 그 땅의 법적 소유자다. 그런데 권한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게 본질이다.”

    여의도 땅은 범(汎)통일교가 서울에 보유한 노른자위 부동산이다. 이 땅의 지상권을 3남인 문현진 회장이 확보한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센트럴시티도 UCI 소유다.

    ▼ 손해가 얼마나 되나?

    “데미지가 크다.”

    ▼ 계속 다툴 건가.

    “경제적인 권리가 분명하게 인정받을 때까지 다툴 것이다.”

    ▼ 조정도 가능한가?

    “어떤 식으로 조정되는지에 따라서….”

    그는 나중에 서면으로 보내온 추가 답변서에선 여의도 땅이 성지라는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여의도 땅은 단순한 토지가 아니라 전세계 통일교 신도들의 헌금과 정성으로 이뤄진 성지다. 그것을 어느 한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은 전세계 신도들의 심정을 유린하는 것이며, 신도를 무시하는 처사로 묵인할 수 없다. 권리를 찾고 지키려다보니 일이 법정으로 확대돼 마음이 무겁고, 신도들에게 죄송하다.”

    “나는 비즈니스맨”

    그는 통일교라는 종교의 후계자라기보다 비즈니스맨으로 여겨졌다. 느낌 그대로 그에게 물었다.

    ▼ 기업가 같다.

    “나는 통일교 멤버다. 신학도 얼마간 배웠다. 종교적인 사람이지만, 그것보다는 실용적인 사람이다. 재단에서 맡고 있는 일은 교회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세계회장인 동생을 실용적인 부문에서 돕는다. 막냇동생이 영적인 리더다. 그가 아버지의 영적인 후계자다. 내 역할은 훨씬 실용적인 것이다.”

    ▼ 당신에게 아버지는 어떤 분인가.

    “통일교의 창시자이자 종교 지도자다. 개인적으로는 육신의 부모다. 구세주, 재림주, 참부모로서 하나님의 참사랑을 실현하고자 이 땅에 왔다. 16세에 계시를 통해 소명 받은 사명을 92세인 지금까지 참주인의 삶, 참스승의 삶, 참부모의 삶과 참사랑을 실현하고자 전 생애를 희생했다. 강한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고자 4월25일부터 92세이신 데도 불구하고 세계 순회의 길을 출발했다.”

    ▼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여긴 적은 없나.

    “아버지의 능력과 나의 능력은 다르다. 나는 훨씬 실용적이다. 종교 지도자보다는 기업가로서의 역할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 동생인 문형진 세계회장은 종교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다.”

    그는 자신을 설명하면서 ‘practical’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현실적’ ‘실용적’으로 번역되는 영어 단어다.

    그는 후계자 문제는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교회의 다음 세대 영적인 리더로 동생인 문형진 세계회장을 지목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No problem). 그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영적인 리더다. 나는 평생을 교회가 아닌 실용적인 영역에서만 일해왔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후계 다툼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문선명 총재께서는 지난해 6월5일 통일교의 대신자, 상속자를 문형진 세계회장으로 결정했다. 총재님 양위분(문선명, 한학자)의 고유권한으로 누구도 재론할 수 없다. 문형진 세계회장은 지금도 종교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문형진 세계회장이다.”

    ▼ 통일교 재단 이사장, 통일그룹 회장으로서 문선명 총재의 뜻을 잇겠다는 것인가?

    “재단은 교회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존재한다. 기업을 소유하는 이유는 교회를 위해 자금을 만드는 것이다. 통일그룹에서의 활동이 부친이 품은 뜻을 실현하는 사업을 하는 것은 맞다. 통일그룹이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아버지의 제자들이 부친의 뜻을 실현하고자 활동해왔다. 그 연장선상에 내가 있다.”

    “기업은 돈 벌어야 해요”

    ▼ 기업가로서의 비전은 뭔가.

    “통일그룹은 통일교를 지원하고자 설립됐으나 통일교를 지원하지 못하고 오히려 통일교의 지원을 받아 유지됐다. 앞으로는 설립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한다. 통일그룹에 속한 기업과 기관들의 경영개선을 통해 통일교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통일교가 세계적 종교로 성장하는 데 사명을 다할 것이다.”

    ▼ 퍼주기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가 한국어로 답했다.

    “기업은 돈 벌어야 해요. 기업은 돈 벌어야지.”

    문현진 회장을 두고 ‘사탄’ ‘타락한 천사장’이라는 격한 표현이 통일교 일각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사탄, 타락한 천사장이란 표현은 과하지 않은가.

    그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그것은 우리 신학에서 매우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신학을 공부할 기회가 있으면 그것이 얼마나 명확한지 알 것이다. 신학적으로는 정확하다. 아버지는 우리의 메시아인 하나님의 대신자다. 아버지를 돕는 교회 지도자는 천사장의 위치에 있다. 신을 배신한 천사장처럼, 메시아이신 아버지를 배신하면 그것은 사탄이고, 타락한 천사장이다. 통일교 신학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 신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매우 간단하고, 적당한 표현임을 알 것이다”

    통일교 ‘왕자의 난’

    통일그룹 계열사를 찾은 문국진 씨.

    ▼ 형이 들으면 섭섭할 것 같다.

    “그럴 것이다(I am sure). 그는 슬플 것이다. 그러나 신학적으로는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교회가 운영되는 신학적 틀이 있다.”

    ▼ 문현진 회장의 GPF 활동은 통일교와는 무관한 것인가.

    “무관하다.”

    ▼ 문선명 총재의 뜻과 무관하다는….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그가 한국어로 답했다.

    “아버지의 뜻과 상관이 없어요.”

    ▼ 분란과 관련해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달라.

    “아버지는 내 막냇동생인 문형진 세계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큰형님은 이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곽정환 회장과 형님이 미국에 있는 우리 교회 재단 중 하나를 장악하고 자기들의 그룹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거의 모든 메이저 종교 역사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큰 종교를 보면 창시자가 있고, 창시자 다음에 분열이 있고, 다시 합쳐진다.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평화를 사랑한다는 종교에서 다툼이 일어났다

    “종교라는 것은 인류의 현재 상황을 초월하는 뭔가를 추구하는 것이다. 현실은 하나님의 성스러운 상황에서 떨어져 있기에 구원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평화를 말하는 것은 세계가 그것과 거리가 멀어서다.”

    “우리는 크리스천이다”

    문국진 이사장과 문현진 회장은 통일교의 현 위치와 미래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아버지는 종교를 세우라고 하지 않았다”라는 게 형의 주장이고, 아우는 “통일교는 문선명 총재를 메시아로 믿는 기독교의 한 분파”라고 정의했다.

    ▼ 통일교는 기독교의 한 분파인가.

    “우리는 기독교인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 독생자이고, 이 땅에 오셔서 인류에 죄를 탕감하고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그로써 인류는 하나님의 큰 축복과 은총을 받았다. 다만 기성 기독교와 우리의 신학적 차이는 우리는 레버런 문(문선명 목사)이 재림 그리스도로 이 땅에 오셨다고 믿는다.”

    통일교의 공식 명칭은 한동안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었다. 그가 실권을 차지한 후 ‘통일교’라는 표현이 강조된다. 문현진 회장 측은 통일교라는 명칭이 되살아난 것을 마뜩잖게 여긴다. 조직을 유지하려는 세력이 창시자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형제는 메시아 관(觀)도 다르다.

    ▼ 문선명 총재를 믿어야만 구원받는 건가.

    “그렇다. 덧붙여 축복을 받아야 한다. 하나님의 선교 목적은 개인이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가정 안에서 존재한다. 유대교와 이스라엘이 예수님을 받아들였다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지 않고 가정을 가졌으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개인의 구원이 아니라 가정의 구원을 강조하는 게 기성 기독교와 우리가 다른 점이다.”

    통일교에서 말하는 축복은 문선명 총재가 주관하는 결혼식에 참석해 가정을 이루는 것을 뜻한다.

    ▼ 문선명 총재를 메시아로 믿으면서 축복을 받으면 구원받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그는 통일그룹을 맡은 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낮췄다. 교회에도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신도 수, 헌금 액수 같은 실적을 잣대로 목회자를 평가하는 것이다. 문현진 회장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헌금 액수로 목회자와 교회를 평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한다.

    ▼ 구조조정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구조조정 프로세스는 고통스럽다. 구조조정을 해본 사람은 그것이 인기를 얻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고함을 들어야 하고, 협박, 시위도 있고, 사람들이 울고, 화를 내고….”

    ▼ 교회 구조조정은….

    “반감 있지.”

    그는 한국어로 말한 뒤 영어로 덧붙였다.

    “내가 해고당한 처지라면 기분 나쁘고 실망하겠지만, 그분들에게 이야기할 것은 그런 어려움 덕분에 교회가 번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에도 성과주의 도입

    문국진 이사장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은 종교의 역할 중 하나인 대(對)사회활동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꼬집는다. 종교 본연의 활동을 경시한다는 것이다.

    ▼ NGO 활동이 줄었다.

    “지금은 생산적인 면을 강조하고, 비생산적인 부분을 덜 강조하고 있다. 통일교가 기반이다. 그것을 강화해야 한다.”

    ▼ 통일교의 미래는….

    “밝다. 구조조정을 통해 교인 수가 상당히 늘고 있고, 헌금 액수도 늘어나고 있다.”

    ▼ 미국에서 어떤 비즈니스를 하나.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총 만드는 회사를 운영한다. 총에 관련한 특허 7개를 갖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마이애미대에서 MBA를 마쳤다. 미국에서 운영하는 총기회사 KAHR의 매출은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 한국에서 가장 신경 쓰는 사업은?

    “가장 큰 건 리조트 사업이다. 리조트 비즈니스는 자산은 많지만 자산 대비 이윤이 적다. 내가 선호하는 사업 분야는 아니다.”

    ▼ 세계일보, 워싱턴타임스의 상황은….

    “세계일보는 많이 좋아졌다. 적자가 270억원이었는데 15억원 이하로 낮췄다. 워싱턴타임스는 아직도 적자가 많다.”

    워싱턴타임스는 통일교가 1982년 미국에서 창간한 신문이다. 발행 부수는 적지만 워싱턴 정가에서 그 나름의 영향력을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글을 기고한 적도 있다.(2010년 6월26일자) 3남 문현진 회장이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소유권이 바뀌었다.

    ▼ 형이 넘긴 건가.

    “아버지가 되사셨다. 구입했다.”

    에서 언급했듯 통일교는 지난해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1달러에 워싱턴타임스를 인수했다. 서울에서 재정지원을 끊어 경영이 악화했다는 게 문현진 회장 측 주장이다.

    ▼ 지원을 하지 않아서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우리는 실제로 워싱턴타임스에 자금을 보냈다. 우리가 송금한 목적으로 돈이 쓰이지 않은 것으로 이해한다.”

    ▼ 지금 가진 직함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뭔가.

    “총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 소득은 총기 회사에서만 가져가나?

    “그렇다. 교회 일은 머리 아픈 게 많다. 교회와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기에 보람을 느낀다.”

    그는 한국어로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상은 머리만 아파요.”

    “세계 과반수 종교 될 것”

    ▼ 문선명 총재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세상 살기가 편했을 것이란….

    그는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었다. 질문이 끝나기 전에 “많이 생각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답했다.

    ▼ 한국 문화가 갑갑할 때는 없나?

    “시작은 조금 힘들었지만 많이 익숙해졌다. 일이 항상 바쁘니까, 일만 하니까 다른 생각을 많이 못한다.”

    ▼ 앞으로도 종교 지도자가 될 가능성은 없겠다.

    “교회의 일원이지만 내 역할은 실제적인 것이다. 동생이 더 훌륭하다. 물론 나는 종교인이다. 나한테 우리 신학을 설명하라면 설명할 수도 있다.”

    ▼ 지상천국은 언제 도래하나.

    “우리의 종교적 견해로는 참아버님(true father·통일교에서 문선명 총재를 가리키는 말)은 하나님의 뜻을 완성하는 데 승리한 사람이다. 이 시대는 다시 오시는 그리스도를 위해 준비된 시대다. 세계가 이렇게 번영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많은 사람이 잘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신학은 지구 위에 천국을 만드는 틀을 하나님이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도기가 있다. 지상천국으로 가는 과정에 하나님이 만드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신앙이 옳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통일교가 세계의 과반수 종교가 될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서울 마포의 사무실은 소박했다. 집기에서도 실용주의자 냄새가 났다. 자녀가 여섯이라고 했다. “아이 키우기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쉽지 않은 때도 있습니다”라고 한국어로 답하면서 그가 처음으로 웃었다.

    >>> 3부 UCI 회장 문현진(문선명 3남) “나는 내 삶을 살고, 내 길을 걷고 있다”

    통일교 ‘왕자의 난’
    문현진 UCI 회장 겸 GPF 이사장은 풍기는 분위기가 뜨거운 사람이다. 그는 달변에 카리스마가 넘쳤다. 인터뷰는 미국 몬태나주 보즈먼의 한 여관에서 이뤄졌다. 보즈먼은 사냥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는 문선명 총재의 아들 7명 중 3남이지만 장남과 차남이 세상을 떠나 실질적인 장남 역할을 해왔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MBA)을 졸업했다. 그는 기골이 장대했다.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올림픽(1988년, 1992년)에 출전한 일도 있다. 올해 마흔둘인 그는 자녀가 아홉이다. 큰아들이 대학 졸업반이란다. 자식 낳고, 키우는 얘기가 아이스브레이커(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말)로 구실했다.

    ▼ 이곳에 왜 왔나?

    “산속에서 정성(offer devotion)도 드리고, 동물도 돌보고 있다. 자연은 항상 학교와 같았고, 예배의 장소이기도 했다.”

    ▼ 사냥, 낚시를 즐긴다던데, 그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아버지와 함께 자연으로 나가곤 했다. 당신이 원리강론을 읽어봤는지 모르겠는데, 많은 내용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원리강론은 문선명 총재가 저술한 통일교 교리서다.

    “우리는 기독교의 분파가 아니다”

    문국진 이사장과의 인터뷰가 현실적이었다면 그와의 인터뷰는 철학적이었다. 세속적인 질문을 해도 철학적으로 답했다. 예/아니오를 묻는 질문(straight question)에도 그는 짧게 답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는 종교관, 메시아관이 동생의 그것과 달랐다. 프레임이 다르니 옳다 그르다를 따질 수 없는 문제다.

    ▼ 아버지가 메시아라고 믿나.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 안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하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먼저 메시아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다양한 해석과 의미에 대해 말하겠다. 메시아라는 개념은 유대교에서, 또는 기독교에서 그 안의 교단마다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이슬람교가 이해하는 메시아 개념 또한 다르다. 내 아버지를 메시아로 믿느냐고 물으면 그중 어떤 관점에서 말을 해야 하나? 내가 믿는 것을 설명하겠다. 그분이 인류 앞에 공헌하신 분이라고 믿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겠다,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의 꿈을 일깨워주신 분으로 믿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겠다.”

    ▼ 문선명 총재를 믿어야만 구원받는다는 데 동의하나.

    “믿음의 기대와 실체 기대라는 것이 있다. 맹목적인 믿음이나 신앙만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고 자신의 삶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실적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는 누구나 영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철학적 문답이 오가면서 그가 불교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문선명 총재를 메시아로 믿고, 축복을 받아야 구원받는다는 문국진 이사장의 종교관과는 결이 달랐다. 그는 특정 종교, 특정 신앙에 매몰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통일운동 안에서 메시아라는 개념은 폭넓게 사용된다. 거기엔 국가 메시아, 종족 메시아라는 개념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해하는 메시아의 개념은 기독교나 유대교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고, 좀 더 개방적이고 확대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버지는 한 번도 통일교회만을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고 믿지 않으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것이다. 사실 통일교회는 아버지께서 만드신 교회의 정식 이름이 아니고, 실제 명칭은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다. 어떤 사람들은 나의 아버지를 통일교회의 창시자로 생각하는데, 그분은 스스로를 통일교회 창시자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를 통일교라는 종교가 아닌, ‘통일운동’의 개척자라고 여겼다.



    “나는 종교의 틀을 벗었다”

    ▼ 그렇다면 통일교가 기독교의 분파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인가.

    그가 되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으나, “잘못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나도 동의한다(Well, then I might agree with you)”라고 말했다.

    ▼ 당신의 종교는 뭔가?

    “나는 종교의 틀을 벗어난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종교 지도자는 자기의 종교와 특정 신앙을 옹호한다. 나는 종교 지도자가 아닌 영적인 리더다. 그런 분들이 각 종교마다 많이 있다. 불교뿐 아니라 기독교에도 많다. 나와 절친한 페레이라 비숍은 브라질에서 가장 큰 기독교 종단의 대표인데, 편협한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 브라질뿐만 아니라 남미대륙에서 사회적 변혁이 이뤄지게끔 노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시민단체인 N.U의 최고 지도자인 인도네시아의 사이드 박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제도로서의 종교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종교는) 제자들과 추종자들이 창시자의 메시지를 해석하면서 점차 이를 제도화한 것이다. 조직이 생기면 관료주의가 생기고 정치가 생겨난다.”

    그는 ‘unification movement(통일운동)’라는 단어를 주로 썼다. ‘unification church (통일교회)’ 그러니까 ‘통일교’라는 표현은 통일운동과 비교할 때만 사용했다.

    그가 통일교 내분을 들여다보는 시각은 이렇다.

    “나의 아버지에게 교회를 만들고자 오셨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답하실 것이다. 근본적인 메시지를 실현하려는 세력과 조직을 유지하려는 세력의 갈등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문국진 이사장이 강화하고자 하는 ‘통일교’가 아닌 종교의 틀을 벗어난 ‘평화운동’, 그러니까 자신이 수행하는 ‘통일운동(unification movement)’이 아버지가 품은 뜻이라는 주장이다.



    “신도를 소유할 수 있나?”

    그는 천주평화연합(UPF) 공동의장, 세계평화청년연합회 세계회장을 비롯한 핵심 직책을 거치면서 통일교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2008년 UPF 공동의장에서 물러난 후 후계자 경쟁에서 탈락했다.

    ▼ 3년 전 UPF 공동의장에서 물러났다. 지금과 같은 생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리더십에 대해 얘기해보자. 지위나 권력, 돈의 힘으로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다른 사람이 감동을 받고 따라올 수 있도록 본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조직을 맡은 후 UPF는 크게 발전했다. 그런데 내가 물러나면서 목적과 방향이 바뀌었다. 그래서 GPF를 세우고 그 일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 그만두고 서운하지는 않았나.

    “나는 지위, 권력, 돈이 동기가 되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 성과를 못 내서 밀려난 것처럼 알려졌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것을 믿나? 내가 성과를 못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 통일교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고 확신하나?”

    ▼ 조직으로서 종교를 건설하자는 주장에 명확하게 반대하는 건가.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것이 아니다. 자기 종교의 틀로부터 벗어나라는 것이다. 얼마든지 종교를 세울 수 있지만, 그 종교의 틀에 구속되어선 안 된다. 위대한 신앙 지도자들의 근본 가르침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 간 갈등이 세계적 차원에서 극대화할 가능성이 큰 지금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 내가 초점을 맞추는 이슈는 내 아버지의 생애와 활동이 어떤 업적으로 남겨지느냐 하는 것이다.”

    ▼ 당신 얘기대로라면 통일교에 후계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당신이 난센스라고 말했고, 나는 웃고 있다(Well. you said it′s nonsense. I am laughing).”

    ▼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내 자신이 되라’고 격려했다. 나는 내 삶을 살고, 내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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