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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뤠잇! 평창올림픽

〈르포〉 경강선 KTX 222.7㎞를 달리다

상전벽해라! 평화 평창! 강원도의 힘!

  •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르포〉 경강선 KTX 222.7㎞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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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설국!

평창역 전경. [박해윤 기자]

평창역 전경. [박해윤 기자]

승객들은 만종과 횡성을 지나면서부터 차창 밖을 더 자주 보게 된다. 최고 시속 250㎞로 산악 터널을 자주 관통하는 바람에 고속열차 특유의 기압 차이로 인해 아주 잠깐 귀가 먹먹해지지만, 줄지어 나타나는 터널들은 서서히 장엄해지는 강원도 산악의 압도적인 풍경을, 휙 휙, 보여주는 스펙터클 효과를 발산한다. 터널은 모두 34개. 그중 대관령 터널이 가장 길다. 21.7㎞에 달한다. 3조7614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대역사(大役事)의 현장이다. 

오른쪽 창가에 앉은 승객들은, 겨울 오후의 강렬한 햇살을 피하기 위해 블라인드를 내렸다가 횡성 이후로는 아예 활짝 열어젖히고는,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장엄해지는 강원도 산악의 설경을 바라본다. 

확실히 횡성을 지나면서부터 강원도 산야는 눈으로 덮여 있어 순식간에 KTX는 ‘설국열차’가 됐다. 그렇게 눈으로 덮인 산악을 완상하는 사이 기차는 금세 진부를 거쳐 강릉으로 들어선다. 나를 포함해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승객들은, 아니 벌써 강릉이라니!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플랫폼을 빠져나간다. 기존의 강릉역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지은 강릉 신역사 앞에서 승객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찍을 만하다. 우선 강릉에 왔다는 인증샷 그리고 신축 역사 자체의 신선한 형태 때문이다. 원형의 강릉역! 

생각해보라. KTX로 인해 새로 지어진 수많은 역사를 말이다. 익산역, 신경주역, 오송역, 광주송정역, 천안아산역, 여수역 등. 기차역이 갖는 문화적 특징, 즉 지역성이나 장소성의 최소한의 미학적 시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규모 건물이 갖는 공공적 측면이 간과된 경우가 적지 않다. 하나같이 주변을 압도한다. 부분적으로는 날카롭다. 

반면, 강릉역은 한편 우람하고 한편 원만하다. 강철과 유리가 원형을 따라 흐른다. 떠오르는 태양에 착안했다는 얘기도 있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대규모 건물이지만 복잡한 내부 구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원형 안에 작은 원이 하나 더 있는 강릉역의 경우 역사 내부의 고유 기능과 부대시설도 원을 따라 배치돼 있다. 동선이 크게 겹치지 않고 자연스럽다. 저녁 무렵, 서너 개의 조명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강릉역의 외부, 그 자체로 새로운 랜드마크다. 그래서 많은 승객이 역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덧붙일 것은 선로 이름이다. 국토교통부는 경기도의 ‘경’과 강원도의 ‘강’을 붙여 경강선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철도노선은 출발지와 도착지 머리글자를 차용(경부선, 경인선)하거나 지역 이름을 붙이거나(호남선, 충북선) 최종 도착지로 짓는데(장항선, 대구선) 이 경강선의 경우 노선 방향이나 출·도착역이 즉각적으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강원도 여론은 ‘KTX 강원선’ 혹은 ‘KTX 영동선’으로 모아진다. ‘경강선’이라는 이름으로 성남~여주를 달리는 수도권 전철 노선 명칭도 있다. 개명을 검토해볼 만하다.


욕망이 분출하는 행위, 스포츠

2017년 12월 31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강원 평창군 횡계리 올림픽플라자 개·폐회식장. [정윤수]

2017년 12월 31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강원 평창군 횡계리 올림픽플라자 개·폐회식장. [정윤수]

평창을 지나 진부를 거쳐 강릉에 이르는 모든 길은 현재 ‘2018평창동계올림픽’으로 장식돼 있다. 큼직한 입간판에서 관공서 출입문의 스티커까지, 강릉 시내버스 광고판에서 오대산 월정사 금강루까지, 학생들의 책가방이며 식당 메뉴판까지 온통 동계올림픽이다. 잠시라도 나와 대화를 나눈 이 모든 장소의 모든 강원도 사람은 올림픽이야말로 강원도가 재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러한 기대는 현실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주도면밀한 기획 추진이 필요하다. 문화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인도네시아 발리의 닭싸움을 통해 밝혔듯 스포츠는 ‘심층놀이’, 즉 단순한 유희나 여가가 아니라 공동체의 제의적이며 경쟁적인 모든 욕망이 분출하는 행위다. 위로부터(88올림픽) 강제된 것이든, 아래로부터(2002월드컵) 생산된 것이든 스포츠를 통해 당대의 집합적 열망이 터져 나온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발전국가’라는 신드롬에 휘말렸을 때는 이 같은 대규모 국제 스포츠 대회가 일정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빚어지는 심각한 잡음, 경기장 및 그 부대시설 공사에 따른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 21세기형 레저스포츠의 다양한 발전, 스포츠 국가주의의 점진적 쇠퇴 등이 진행된 현재 대규모 스포츠 행사는 20세기의 효과를 재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그 실험대에 지금 평창올림픽이 올라선 것이다. 횡계리의 올림픽플라자 공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나는 기대와 근심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플라자의 오각형 형태가 최순실의 기이한 주술적 관점이 투영된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으나 이는 낭설이다. 원래부터 올림픽 정신이 추구하는 5대 목표, 즉 문화·환경·평화·경제·ICT 올림픽을 상징한다. 원래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 개·폐회식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강력한 요청으로 새 장소를 찾아야만 했다. 2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완공하기 위해 약 6만8000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공사 현장 곳곳이 엄중하게 출입이 통제되지만 장대한 규모이므로 그 바깥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공사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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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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