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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③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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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불우한 가정 환경이 리더에게 미치는 영향
  • ● 대구사범 꼴찌 박정희, 중학교 때 정학 맞은 김영삼
  • ● “상처는 흠이 아니라 성공의 필수불가결한 요소”
  • ● 흙, 비바람, 햇볕이 어우러진 ‘테루아’ 형 리더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사열 모습. 히틀러는 어머니를 습관적으로 구타하는 폭군 아버지 밑에서 컸다(왼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어머니 앤 더넘. 앤은 어린 오바마에게 마틴 루서 킹을 롤 모델로 보여주며 흑인의 장점과 우수성을 가르쳤다.

대선 때가 되면 춘추전국시대처럼 군웅이 할거한다. 잠룡이라 일컬어지는 이 중에는 그럴싸한 인물이 있는가 하면 선뜻 내키지 않는 인물도 있다. 뭔가 도모하고 싶어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겠지만 제값(self worth)을 모르는 듯한 인물이 자기주장만 펴는 것을 보면 정치 혐오증이 도진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를 가리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배양할 생각 없이 저마다 잘난 척을 하며 대권만 쥐면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허언을 하고 다닌다.

조선의 왕은 경연을 당연시했고, 현대에서도 대통령이 가정교사를 두고 국제문제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부족한 지식을 익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을 갖춘 뒤의 일이다. 한 분야의 경험밖에 없는 인물이 가정교사를 두면 대통령 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은 허황되다.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되고 대통령이 되려면 역경을 겪어야 한다. 또 공공분야에서 봉사하고 정진해야 한다. 이렇게 정진해도 원하는 수준에 미칠까 말까다. 그런데 아직도 미분화된 원시사회 같은 이 나라에서는 대선 때만 되면 모두 자신이 잘난 줄 알고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해 국민을 괴롭힌다. 앞으로는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국내외 정치 지도자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경험을 거쳐 일가를 이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리더 중에는 귀족처럼 특권층에 속하는 인물이 있고, 반대로 소외층에 속했던 인물도 있다. 루스벨트와 처칠은 대대로 정치에 깊이 관여한 귀족 가문 출신이다. 드골과 레닌은 중상류층에 속했고, 집안에 학자가 많았다. 차이점은 드골 가문은 애국심이 강했던 반면, 레닌 가문은 레닌의 형이 러시아 차르 체제에 반대하고 혁명에 가담한 죄 때문에 교수형을 당했을 정도로 반골 기질이 강했다는 점이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전체주의 국가의 리더는 대개 사회 소외계층에서 나왔다. 히틀러의 아버지는 사생아로, 하급 세관원이었다. 무솔리니의 아버지는 대장장이였다. 스탈린은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이다. 마오쩌둥의 아버지는 빈농이었지만 나중에 부농이 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도 어려운 환경 출신이 많다. 김대중은 서자로 태어났다. 노무현은 고구마를 심어 생계를 겨우 꾸리는 빈농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명박은 단칸방에 살면서 하루 두 끼를 술지게미로 때워 술 냄새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집안이 좋아야 큰 인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가정에서도 인물은 얼마든지 난다. 문제는 어려운 상황을 겪는 과정에서 불행하게도 못된 군주가 나오는 예가 많다는 점이다.

전체주의자의 아버지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1972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 당시 부모와 함께 투표하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리더 가운데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이도 많다. 러시아의 이반 대제는 아버지를 매우 증오했다. 스탈린은 아버지에게 심하게 매질을 당하며 자랐다. 히틀러는 어머니를 습관적으로 구타하는 폭군 아버지 밑에서 컸다. 마오쩌둥은 아버지를 싫어한 나머지 어린 나이에 가출한 적이 있다. 이들은 이후 권력을 잡은 뒤 인권을 탄압했다. 하지만 전체주의 국가 지도자가 다 그렇지는 않다. 레닌은 아버지를 본받고 그의 정치 성향을 따르려 했다. 전체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드골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부분은 어릴 때 아버지를 잃었다. 박근혜도 사정이 비슷하다. 반면 안철수는 아직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있다.

레이건은 아버지에게서 열심히 일하는 것과 큰 뜻을 품는 것의 가치에 대해 배웠고, 어머니에게서는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대처의 아버지는 식료품점 점원에서 시작해 영국 중소도시 그랜덤의 시장까지 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는 딸에게 어린 시절부터 정치적인 경험을 쌓게 했다. 마을에 유명한 연설가가 오면 연설을 듣고 요점을 정리하게 했다. 이후 대처는 아버지가 시의회에 진출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할 때 참여했다. 존 F 케네디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일등이 되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을 어기면 가차 없이 벌을 줄 정도로 엄격하고 완고했다.

오바마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가 ‘흑인과 백인 구분 없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다. 오바마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나눔의 정신과 배려를 가르쳤다. 구걸하러 온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아낌없이 나누어줬다. 또 해외에 살 때도 학교에 가기 전 반드시 세 시간씩 영어를 가르치는 등 미국식 교육을 시켰다. 어린 오바마에게 마틴 루서 킹을 롤 모델로 보여주며 흑인의 장점과 우수성도 가르쳤다.

박근혜도 어머니로부터 ‘근검절약하고 자랑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으며 컸다. 어머니 육영수는 영부인이라는 자만심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경계했고 자식에게도 모든 것을 자제하라고 일렀다. 항상 수첩에 주요 사안을 메모하고 다녀 훗날 ‘수첩공주’라는 별명까지 얻은 박근혜의 습관도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박근혜는 이 별명을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여성정치인’이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박근혜는 아버지를 잃은 충격 속에서도 냉정하게 남과 북의 대치상황을 걱정할 정도로 강인한 면을 보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꼼꼼하고 경직되어 있다는 것은 틀을 깨고 새로움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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