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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도시를 걷다

창덕궁, 종묘, 정릉에 비친 서울의 朝鮮

대한민국 서울〈마지막회〉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창덕궁, 종묘, 정릉에 비친 서울의 朝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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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서울은 인구 1000만의 세계적 대도시이자 곧 5개의 등재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는 세계적 유산도시다. ‘세계유산도시를 걷다’ 마지막 회로 너무도 가까이에 있어 잊고 지내는 우리의 세계유산을 돌아본다. 창덕궁, 종묘, 정릉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어우러져 살아온 우리 조상의 지혜를 새삼 깨닫게 한다.
한국가의 오랜 수도(首都). 1000만 인구가 넘는 대도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유산이 현재 3곳 있고, 조만간 두 곳이 추가될 도시. 그렇다. 서울이다. 종묘(1995년 등재), 창덕궁과 그 후원(1997년 등재), 조선왕릉(2009년 등재)에 이어 곧 서울 한양도성 및 성균관이 추가될 예정이다. 5개의 세계유산을 갖게 되는 서울은 명실공히 ‘세계유산도시’다. 이런 도시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조선시대(1392~1910) 왕실 관련 세계유산인 창덕궁과 그 후원, 종묘 및 조선왕릉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궁(宮)은 왕과 왕비의 생전의 집이고, 종묘(宗廟)는 하늘로 떠난 영혼의 위패를 모시고 제례를 지내는 혼(魂)의 집이며, 왕릉(王陵)은 땅에 묻혀 음덕을 베푸는 육신에 제례를 지내는 넋(魄)의 집이다.
이들이 등재 유산이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된 개념이 내재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주 건축물과 외부 공간의 관계 △음양의 조화. 다시 말해 궁, 종묘, 왕릉의 위치를 정할 때 풍수이론에 입각해 가장 적합한 자연환경을 찾아 자연에 의지하며 조영했다는 점, 주 건물 또는 봉분이 마당으로 에워싸이고 그것이 다시 담으로 둘러싸인다는 점, 그리고 제례를 통해 삶과 죽음이 만난다는 점 등이다.



창덕궁

창덕궁, 종묘, 정릉에 비친 서울의 朝鮮

눈 쌓인 창덕궁 선정전(宣政殿). 편전(便殿)으로 국왕이 평상시 머물며 신하들과 국사를 논의하던 곳이다.

궁궐 정문인 남쪽의 돈화문으로 입궐해 금천교를 건너 진선문을 통과하면 먼 쪽이 더 좁은 기하학적 형태의 마당이 나온다. 방문객들은 대개 돌로 된 어도(御道)를 걷는데, 나는 남쪽의 회랑으로 향한다. 마당 한가운데에선 마당을 볼 수 없지만, 회랑에서는 마당뿐만 아니라 인정문, 인정전 및 응봉 자락이 다 보이기 때문이다. 인정문 앞마당에서 숙장문을 통과해 편전, 침전을 지나 후원으로 들어간다.
창덕궁의 후원은 크게 네 영역으로 나뉜다. △부용정, 주합루, 영화당이 있는 부용지(芙蓉池) 일원 △애련정과 기오헌 등이 있는 애련지(愛蓮池) 일원 △관람정, 존덕정 등이 있는 관람지(觀纜池) 일원 △소요암,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 등이 산재한 옥류천(玉流川) 일원.
이렇듯 물을 중심으로 구분되는 네 영역의 정자들을 둘러보고 나서 19세기 초 궁궐 후원에 지은 연경당을 거쳐 후원에서 되돌아 나온다. 낙선재 일곽과 침전인 대조전과 희정당을 둘러본 뒤 편전인 선정전, 정전인 인정전 영역을 돌아본다. 인정전과 너른 조정은 가장 권위적이고 괄목할 만한 규모의 건축물이기에 마지막으로 볼 것을 권한다. 즉, 자연(nature)에서 인공(man-made)으로, 작은 규모에서 큰 규모로 탐방하는 것이다.

창덕궁, 종묘, 정릉에 비친 서울의 朝鮮

창덕궁 인정전의 어좌(御座).

후원의 물과 정자

창덕궁 후원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연못을 중심으로 놓인 정자의 위치와 방향이다. 후원은 수목(樹木), 물(水), 정자(亭子) 등이 기하학적으로 구성됐거나 자연 지형지물이 그대로 활용됐다. 수려한 자연 속에 조그마한 정자를 여럿 지어 그 안에서 새 소리를 들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내다보게 지었다.
후원에서 물은 주요한 역할을 한다. 옥류천 일대처럼 물줄기를 따라 좌향(坐向)으로 정자를 배치하거나, 부용정과 애련정 일대처럼 못을 파고 물을 담아 정자의 초석(건물의 다리와 발)을 물에 담가 못을 거울 삼아 정자를 투영시키거나, 환경을 쾌적하게 해주는 등 그 역할이 다양하다. 정자들의 초석 중 두 발만 물에 담가둔 것은, 더운 여름 선인들이 자연 속에서 피서하는 모습을 의인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옥류천 일대의 청의정(淸?亭)은 초가지붕의 사모정인데, 4각 평면의 네 원기둥 위에 팔각으로 원형 도리를 놓아 64개의 서까래를 받치며, 그 위를 둥근 초가지붕으로 덮었다. 하늘(원형 지붕)과 인간(팔각 평면의 도리)과 땅(네모난 평면)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논은 원래 연못이었는데, 훗날 농경문화 스토리를 부여하려고 논으로 바꾼 것이다.
19세기 궁궐 후원에 지어진 연경당(演慶堂)으로 들어서려면 실개천 위에 세워진 너른 돌다리를 건너 장락문(長樂門)을 통과해야 한다. 다리를 건너 장락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오작교로 은하수를 건너는 것에 비유된다. 이 비유를 응원하는 것인지, 너른 돌다리 부근 돌확에는 계수나무와 네 마리의 두꺼비가 있다.
낙선재(樂善齋)도 19세기에 지어졌다. 주 출입문은 장락문으로, 장락문을 지나 낙선재 뒤뜰 높은 곳에 가면 상량정이 나온다. 2015년 독일 베를린에 통일을 염원하며 건립한 ‘통일정’의 본이 된 정자다.
낙선재 일곽은 가장 동쪽의 마당에서부터 둘러보길 권한다. 동쪽에서부터 수강재-석복헌-낙선재로 이어지는데, 각각의 집은 저마다의 뒤뜰과 정자가 하나씩 있다. 각 집이 연결되고 구분되는 기법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공간의 크기, 담의 높이, 담을 장식한 문양들로 건축의 위계도 알 수 있다.
낙선재 마당을 에워싼 담에는 거북 등의 문양을 넣어 장수를 기원했다. 낙선재 누마루 하부에서 뒤틀림을 보강하는 목재는 구름 문양이다. 누마루에 앉으면 구름 위에 앉은 격이다.
연경당과 낙선재에서는 한국 건축의 단위 공간이 크든 작든 중심 건물과 이를 에워싼 마당, 또 이를 둘러싼 회랑이나 행각, 또는 담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심 건물의 대청은 앞마당의 뜨거운 공기와 뒷마당의 찬 공기가 서로 맞부딪쳐 시원한 공간이 되는 것도 알 수 있다.

창덕궁, 종묘, 정릉에 비친 서울의 朝鮮

종묘 정전의 출입문인 신문(왼쪽)과 창덕궁의 청의정(淸?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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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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