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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 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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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인간의 본성들’폴 에얼릭 지음/ 전방욱 역/ 이마고/ 544쪽/ 1만8500원

비만은 유전자 탓, 행복은 유전자 덕’이라고 말하는 세상이다. 각종 질병뿐 아니라 행복이나 폭력과 같은 인간의 심리와 행위에도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FTO라는 변이 유전자를 한 개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사람보다 몸무게가 평균 1.6kg 더 나가고, 한 쌍을 보유하면 평균 3kg 더 나간다고 한다. 행복은 유전자의 영향이 50%, 환경의 영향이 50%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즉 유전자가 행복과 관련된 성격적 특징 - 걱정이 지나치지 않고 사교적이며 양심적인 것 - 에 50%의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누가 조폭이 될 가능성이 높은가’도 유전자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사회생물학적 범죄 전문가인 케빈 비버 교수 팀이 남자 청소년 2500명을 대상으로 DNA와 생활습관을 연구한 결과, ‘모노아민산화효소 A(Mo -noamine oxidase A)’라는 유전자를 지닌 남자 청소년들이 미래에 폭력조직에 가입하거나, 조직 안에서도 총기류 같은 무기를 사용해 더 폭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격성 유발 유전자를 전사(戰士) 유전자라고 하는데, 이 유전자가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줘서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유전자냐 문화냐 오래된 논쟁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특징, 즉 형질을 만들어내는 인자로서 유전 정보의 단위가 유전자다. 이 유전자가 각각 고유한 형질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인간과 같은 생명체는 이런 유전자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유전자 결정론’이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이란 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복제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한 생존 기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나 행위를 모두 유전자의 작동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만약 인간의 DNA에 어떤 행동적인 지시가 새겨져 있다면 왜 어떤 사람은 자식을 많이 낳고, 어떤 사람은 결혼하고도 낳지 않는가. 가능한 한 많은 아이를 낳아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퍼뜨리려는 ‘충동’이 ‘이기적인 유전자’의 선택이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실제로 이 유전적인 명령에 순종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인간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피임을 하여 유전자의 번식 명령을 거부한다. 문화적 진화가 유전적 진화를 압도한 예다. 진화생물학자인 폴 에얼릭은 ‘인간의 본성들’(이마고, 2008)에서 “인간의 본성을 만드는 것이 유전자인가, 문화인가”라는 오랜 논쟁을 정리하고 각 이론이 갖는 한계와 진화학의 미래를 제시했다.

스티븐 핑커 같은 진화심리학자는 뇌를 컴퓨터 하드웨어, 마음을 프로그램에 비유했다. 그러나 실제 인간의 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보다 훨씬 복잡하다.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수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에 의해 많은 프로그램이 뇌에 저장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이 뇌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할당하는 것이 바로 감정이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인지 능력과 함께 감정 능력을 키워왔으며, 적절한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결정을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뇌의 전두엽 한 부분에 손상을 입어 자극에 대한 감정 반응이 안 되는 환자들은,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일뿐 아니라 오늘 저녁 어디에서 식사를 할까와 같은 단순한 결정조차 내리지 못한다. 뇌 속에 정보는 넘치지만 결정을 내리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얼릭은 이처럼 인간 행동을 무조건 유전자로 환원시키려는 시도를 비판하는 한편, 인간 마음의 특성과 행동의 양상이 전적으로 사회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었던 행동주의자들의 생각도 비판한다. 행동주의자들을 지배했던 ‘빈 서판’ 개념은 사람이 태어날 때 사랑, 공포, 분노를 경험할 수 있는 본능적인 능력만 가진 텅 빈 서판상태이며 이들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의사 변호사 화가 사업가 거지 도둑 등 무엇으로든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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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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