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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 인터넷 상봉 작전 임박

  • 송문홍 songmh@donga.com

남북 이산가족 인터넷 상봉 작전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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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민간기업인 시스젠이 이산가족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남북 양쪽 정부와 일정 부분 사전 교감을 나누었으리라는 것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권사장은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사업이 어느 한 쪽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으면 곤란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현 상황으로 보면 이산가족 문제가 제한적으로나마 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여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김대중 정부는 98년 2월 출범 이래 줄기차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북측에 촉구해왔다. 올해 들어서만도 김대통령은 1월3일 신년사에 이어서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더 많은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을 비롯, 여러 차례 이산가족 문제를 강조해왔다.

이산가족 생사확인·상봉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도 나왔다. 통일부가 지난 3월 초에 발표한 ‘이산가족 교류촉진 지원계획’이 그것인데, 이에 따르면 정부는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때 80만원(종전 40만원), 상봉 때 180만원(종전 80만원), 서신교환 때 40만원(신설) 등 최고 3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고, 생활보호대상자 및 국군포로 가족 등은 ‘특별지원’ 대상으로 일반 이산가족에 대한 지원금의 2배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밖에 이산가족 생사확인·상봉을 위한 북한주민 접촉 승인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정부 승인 없이 신고만으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대상자를 60세 이상에서 모든 이산가족 1세대로 확대하는 조치도 취했다.

김대중정부가 출범 초기에 ‘이산가족 정보통합센터’를 설치하고, 남북 이산가족 관련자료의 통합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벌여온 것도 향후 이산가족 사업 본격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젠도 자신의 유언 사이트에 이산가족 생사확인 신청자가 개별적으로 유언을 올리는 것 외에 이북5도민회 등의 협조를 얻어 상당량의 자료를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만남은 빠를수록 좋다



아무튼 이런 전향적인 자세에 힘입어 김대중정부 집권 이후 이산가족 상봉 건수도 대폭 증가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제3국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건수는 98년 108건, 99년 195건으로 90년부터 97년까지 8년간의 155건에 비해 볼 때 비공식·민간 차원의 상봉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북한주민 접촉신청 역시 98년 3726건에서 99년 6847건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남쪽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의 수는 2, 3세대를 포함해서 약 767만명(북한 전문 연구소인 동화연구소가 내놓은 추정치). 이중 죽기 전에 생사확인이나 상봉을 바라는 60세 이상만 해도 69만명에 달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문제의 ‘시효’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산가족 2, 3세대의 가족찾기 열망은 1세대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1세대가 사망하고 나면 그런 열기 자체가 식어버릴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산가족 사업은 가급적 짧은 기간 안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측이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냈을 인터넷 이산가족 사업을 받아들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 부분과 관련해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 지도부의 최근 변화를 일차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한 북한전문가의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요즘 정보통신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인데, 이에 따라 측근 인사들 사이에서도 정보통신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의 당연한 귀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북한이 지금이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외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각 경제부문에 보냈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 한국내 벤처 열풍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는 또 오는 5월 중국의 인터넷 시장이 본격 개방되는 것을 계기로 중국에 남북합작 벤처타운을 건설하는 일이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으로서는 개방에 따르는 부담감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벤처를 일으킬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 나와서 남북합작 사업을 벌이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이른바 ‘국가주도형 벤처’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북한 지도층 사이에서도 ‘벤처 배우기’가 거세다는 것인데, 이는 올해 북한이 경제적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관계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행보와도 맥락이 닿는 얘기다.

‘준비된 대통령’의 ‘가장 잘 준비된 부분’

북한은 지금 정보통신 붐 국내 한 연구소가 최근에 발간한 보고서도 북한 지도부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해 관심을 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3월11일 발표한 보고서의 골자는 “북한이 단계적 경제발전 과정을 밟아나가는 ‘추격형’보다는 첨단산업 중심의 ‘도약형’ 개발전략이 유효하다”는 것. “현재 북한의 경제개발과 관련해 산업화 시기별 개발전략으로 경공업, 중화학공업, 첨단산업 순으로 단계적인 경제발전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세계적으로 재래산업의 경쟁이 격화되고 디지털혁명 등 첨단기술 혁신이 빨라지는 상황에 이와 같은 방식의 경제적 효과는 미약하다”는 것이며, 차라리 북한은 “전자·정보통신의 경우 단기적으로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 가전제품을 생산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발달돼 있는 수학·물리학·생물학 등 기초과학 분야를 활용해 정보통신 인프라 개발 및 첨단 디지털기기의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정보통신분야 진출에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 다시 앞의 전문가 말이다.

“정보통신 분야는 대부분 1996년에 기존 대공산권 수출제한품목(COCOM)을 대신해 출범한 바세나르 협정에 따라 수출이 제한되는 품목들이고, 이 쪽은 미국이 세계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정보통신 쪽에 진출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미국의 용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장벽을 넘을 출구로 북한은 지금 남쪽을 지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북한 지도부의 이런 분위기가 인터넷 이산가족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오는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통큰 정치’를 지향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측에 줄 수 있는 ‘선물’로서 이산가족 문제가 첫 번째로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 이산가족 생사확인·상봉사업은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간 ‘윈-윈 게임’

시스젠의 인터넷 이산가족 사업은 지난 1월 이래 지금까지 정부 안에서도 극소수 관계자들만이 그 내용을 알고 있었을 정도로 극도의 보안 속에 추진돼왔다. 사안이 사안이니만치 밥이 되기도 전에 솥뚜껑을 열면 판 자체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권오홍 사장은 “그렇게 조심스럽게 추진해왔는데도 모 대기업이 그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등 외부세력의 견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업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이나, 신뢰도와 관련해서 충분히 밝히지 못하는 부분도 아직은 많다. 그러나 권사장은 “이제 웬만한 작업은 마무리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산가족 생사확인은 일단 북측에서 부담감을 덜 느낄 상대를 대상으로 시작될 것이다. 예컨대 남북 이산가족의 형편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거나, 지역적·정치적으로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람은 북쪽에서 배제하려고 할 게 분명하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시작해서 규모와 접촉 범위를 확대해나가면서 그 다음 단계로 정례적인 고향투자 방문단을 보내는 문제도 곧 드러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북측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뜬다면 남북교류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주장처럼 인터넷은 남북교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임에 틀림없다. 인터넷을 통해서 이산가족,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내용 면에서 더 견실하고, 절차 면에서는 훨씬 투명하고 신속한 교류가 가능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남북간 신뢰구축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은 남북한간 윈-윈(win-win) 게임의 도구인 것이다.

올해는 분단 55년, 6·25전쟁 50년이 되는 해다. 광복 때 10살이던 아이는 지금 60 환갑을 넘긴 노인이 됐다. 그들의 평생 소망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동아 200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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