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호

道敎섹스 수련자들의 양생비법

  •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10-04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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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남성들은 성행위시 사정(射精)을 해야만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착각한다. 오르가슴과 사정은 별개의 것이다. 단지 이 둘이 수초 내에 연달아 일어나기 때문에 남성들이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남성들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일정한 훈련을 쌓으면 사정을 하지 않고서도 여성처럼 멀티오르가슴(성행위 중 오르가슴이 몸 전체로 퍼지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황홀감)을 체험할 수 있다. 이것은 섹스를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남성들이 무엇보다도 ‘사정 오르가슴’을 피해야 하는 것은, 신체의 정수인 정액(精液)을 상실함으로써 육체적·정신적으로 쇠퇴해진다는 점 때문이다. 운동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 전날 밤에 섹스를 피하는 것은 사정에 따르는 무기력감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옛 도교의 스승들은 ‘사정 후에 남성은 곧장 피곤에 떨어진다. 귀가 멍멍해지고 눈이 무거워져 잠만 원할 뿐이다. 또 갈증이 날 뿐만 아니라 사지가 약해지고 뻣뻣해진다. 사정하는 순간의 짧은 쾌감 때문에 오랜 시간 상실감으로 고통받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므로 아이를 갖기 위한 섹스가 아니라면 굳이 정액을 유출하여 몸을 망칠 필요가 없다.”

    이는 태국 출신의 도교 수련 지도자인 만탁 치아(Mantak Chia·56)의 파격적인 주장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도(道)치료 센터’를 운영중인 그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멀티오르가슴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성체험 수기’로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탤런트 서갑숙씨의 멀티오르가슴 얘기도 사실은 만탁 치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서씨가 자신의 수기에서 밝혔듯이, 자신을 멀티오르가슴의 세계로 안내해준 남자 M이 다름아닌 만탁 치아의 도교섹스 테크닉을 배워 구사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만탁 치아의 멀티오르가슴론은 동양권에서는 새삼스러운 ‘설’은 아니다. 도교의 양생법(養生法)중 하나인 방중술(房中術)을 현대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남자의 정(精)은 타고날 때부터 그 양에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정액을 아껴 몸을 보호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도하려는 게 방중술의 요지다.

    도교의 양생비법은 유교 이념이 지배하던 조선사회에서도 사대부들의 시선을 끌었다. 조선 전기인 세종 때 편찬된 의학서 ‘의방유취’에서는 방중술에 대해서, 여색(女色)을 가까이해 방탕하려는 것이 아니라 몸을 보호해 병을 없애려는 방법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요즘 TV 드라마로 한층 유명세를 타고 있는 조선중기의 명의 허준(1539∼1615년) 역시 그의 편찬서 ‘동의보감’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근본인 정액을 잘 간직해 헛되이 쏟지 않는 것이 장수의 근본임을 누누이 강조한다.

    “양생(養生)의 도는 정액을 보배로 삼는다. 이 중요한 보배를 고이고이 간직하라. 여자 몸에 들어가면 아이가 태어나고, 제 몸에 간직하면 자기 몸을 기른다. 아이를 밸 때 쓰는 것도 권할 일이 아닐진대 아까운 이 보배를 헛되이 버릴 수 있는가. 없어지고 손상함을 자주자주 깨닫지 아니하면 몸 약하고 쉬이 늙어 목숨이 줄어들게 되리라.”

    이렇게 도교식 양생론을 설파하는 허준이 도교를 수련하는 사람들과 직접 교유했음을 밝혀주는 증거들도 최근 밝혀지고 있다. TV 드라마 ‘허준’에서 양반 출신의 유의(儒醫)로 등장하는 정작(1533∼1603년)은 도교 수련서를 남긴 북창 정렴의 친동생으로, 형을 따라 도교 수련을 하고 ‘동의보감’ 찬술 작업에도 참여했다는 게 원광대 양은용 교수(동양종교학)의 연구논문에서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허준 역시 정작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몸 안의 정기(精氣)를 기르는 방법으로 도를 닦는 사람들의 실천 수련법인 태식법(胎息法 ; 태아처럼 숨쉬는 방법), 안마도인법(按摩導引法 ; 몸의 사지를 움직여 기를 운행하는 방법), 환단내련법(還丹內煉法 ; 입속의 침을 이용하는 도교 수련법)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도교의 핵심 수련법인 환단내련법의 경우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육성(肉聲)을 담아 직접 권할 정도다.

    허준은 또 남자는 평균 1되6홉 정도의 정액을 몸에 지니고 있을 뿐인데, 정액을 하나도 내보내지 않은 16세 청소년의 정액이 1되이며 정액이 쌓인 전성기에도 겨우 3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정액을 소모하기만 하고 보태주지 않으면 몸이 피곤해지고 병에 걸리게 된다고도 한다. 도교에서는 남자는 평생에 5000회 정도 사정(射精)하고 나면 정기(精氣)가 떨어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곶감학설과 샘물학설

    이렇게 남자가 일생동안 생성하는 정액이 한정돼 있다는 것은 도교 양생론에서는 절대적인 진리처럼 통용된다. 이를 속칭 ‘곶감학설’이라고도 한다. 남자의 정액은 마치 선반 위에 올려놓은 곶감 두름과 같아서 젊을 때 많이 빼먹으면 늙어서는 빼먹을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정액을 절제하라, 아끼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선계(仙界) 수련’이라는 독특한 수행법을 지도하고 있는 문화영씨(50·여)는 제자들을 상대로 ‘정(精) 72근론’을 설파한다.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할 때 72근의 정(精)을 하사했다. 인체에서 정이 제일 많이 분출되는 것이 바로 정자인데, 사람이 정을 거의 다 배출하면 명(命)이 다해 죽게 된다. 그러나 정은 아무 데나 분출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화(氣化)시켜 깨달음으로 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하라고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것이다. 따라서 주어진 72근을 잘 활용해 수련하면 살아 있는 동안에 깨달음까지 갈 수 있고 잘못하면 그냥 살다가 죽는다. 이것은 여자도 마찬가지다. 난자 안에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가 들어 있는데, 최대한 활용해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에너지를 많이 비축해야 한다.”

    즉 인간의 정은 섹스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 깨달음에 사용하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샘물학설’이란 게 있다. 이는 인간의 정액은 샘물과 같아서 퍼낼수록 맑은 물이 흘러나온다고 본다. 아낀다고 그냥 두면 샘물이 썩는다는 주장이다.

    대체로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은 섹스에서 사정을 참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정을 억제하는 습관을 들이면 성적인 스트레스가 쌓이고 정낭과 전립선 등에 출혈이나 염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히려 섹스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을 전공한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인도의 요가 섹스 세계를 체험한 조현두씨(45)는 이렇게 말한다.

    “동양의 곶감학설이라고 해서 곶감을 절대 빼먹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서양의 샘물학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샘물을 마구 퍼내라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나는 두 학설의 중용을 취해서 정액을 규칙적으로 적절히 자제하면서 사용하면 건강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이해한다.”

    도사들의 성생활

    인간의 원초적 욕망 중 하나인 성욕(性慾)을 잘 다스린다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요즘 사회 지도층의 성 스캔들도 본질적으로 분출하는 성욕을 절제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이것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도사들에게도 넘어야 할 과제다. 국내에서 ‘성(性) 도인술(導引術)’을 보급하고 있는 이여명씨(힐링타오 명상센터 지도자)의 고백.

    “나는 20대 청춘기 10여년간 정신적 진리를 추구한다는 생각으로 금욕 생활을 해왔다. TV나 신문, 책자 등에서 성 관련물을 애써 피해왔고 심지어 여성과 대화하거나 여성을 바라보는 것조차 어색해했다. 그러나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하는 금욕생활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성에너지의 축적, 또 그 성에너지의 분출에 따른 죄의식과 허탈감, 억압하면 할수록 생각이나 꿈속으로 파고드는 섹스와 관련된 공상들이 오히려 나 자신을 옥죄었다. 나는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참다운 초월은 회피나 등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를 포용하는 것’이라는. 이런 깨달음에 이르자 갑자가 세상과 여성이 달라 보였다. 어색하고 두렵기까지 하던 여성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었다.”

    이씨는 이후 태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만탁 치아를 만나 도교의 성 도인술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떴다. 성 도인술, 즉 도교 섹스는 단순히 강한 남성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 에너지를 잘 사용해 사랑의 자유와 지고의 기쁨을 깨닫도록 유도하는 연금술이라는 것이다.

    또 성 도인술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육체적·정신적 에너지 교환을 통해 완전한 음양의 조화를 이룬 후에야 비로소 대우주와도 조화할 수 있으므로, 깨달음의 매개체인 성에 대해 존중심과 경외심을 가지라고 가르친다.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성 스캔들은 성을 단지 말초적 쾌락추구의 도구로 비하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

    여하간 이씨가 강조하는 성 도인술의 기본이자 핵심은 남성의 사정과 오르가슴을 분리시킴으로써 남성이 원하는 만큼 발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남성도 여성처럼 멀티오르가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으레 생각하는, 사정을 통한 오르가슴은 배설 뒤의 편안함이나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잠시 느끼는 부정적인 휴식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남성들이 사정을 하지 않으면서 섹스하는 것이 가능할 것일까. 이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사정을 조절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PC근육의 강화다. 사정은 전립선 주위의 자동적인 근육수축 현상일 뿐이므로 PC근육을 강화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사정을 조절할 수 있다. 이때 사정하지 않고서도 전립선에서 고동치는 미세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PC근육 강화법은 소변 흐름 멈추기나 항문 수축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얻을 수 있으며, 나중에는 정신력만으로도 사정을 억제할 수 있고 오르가슴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초보자를 위한 도교 섹스 훈련’ 참조)

    실제로 기자가 만나본 몇몇 기 수련자들은 연습을 할 경우 충분히 사정 없는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국내에 도입된 중국 기공술을 수련하는 김모씨(43)는 하단전 축기(畜氣)를 위해 스승으로부터 정액을 방출하지 않는 비방을 배워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성교시 정액 방출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가지 테크닉이 있다. 나는 성교할 때 절정에 이른다 싶으면 양 엄지발가락을 위로 곧추세우고 양손은 주먹을 쥔 채 호흡을 멈춰 나의 정(精)을 척추를 통해 머리 쪽으로 보낸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사정을 조절한다. 실제 기 수련을 해보면 하단전의 성에너지가 척추를 통해 머리의 백회혈까지 이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기 수련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김씨는 사정 안하는 훈련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전립선이 붓는 등 일시적으로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힌다. 그러다 자꾸 연습을 하면서 그런 증상이 없어졌고 지금은 마음대로 사정을 조절하는 단계에 있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그룹회사 연수원에서 기공 수련을 가르치는 윤모씨(36)도 스승에게 방중술을 배웠다고 말한다. 인체의 기를 스스로 순환시킬 수 있는 상태에서 한 스님을 만나 의념, 즉 정신력으로 정액을 방출하지 않는 테크닉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는 방중술을 배우기 전에는 부부생활을 하는 동안 수련을 통해 쌓아온 자신의 정기가 훼손되는 느낌을 받아왔는데, 지금은 부담없이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액의 방출과 기 수련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도사’도 있다. 두 엄지만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하는 전주의 김모씨(50)는 젊은 시절 10여년간 말로만 전해오는 축지술과 둔갑술, 방중술 등을 배웠다고 한다.

    “도교의 방중술 같은 것을 배우려면 먼저 공간에 존재하는 기(氣)와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몸에서 바람처럼 기를 자연스럽게 내보내기도 하고 들여오기도 하는 상태에 있을 때 방중술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방중술을 익히면 굳이 사정을 하니 마니 말할 필요도 없다. 정액을 방출하는 것과 정기(精氣)가 나가는 것은 다르다. 사정을 하면 정기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일반적인 차원에서나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방중술의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전하지 말라는 스승의 가르침 때문이라고 한다.

    기자가 국내 기 수련자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바에 의하면, 대체로 성교시 사정하지 않고 축적된 성에너지(정기)를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방중술의 요체라는 점에는 대개 일치했다.

    성 도인술을 보급하는 이여명씨는 “축적된 성에너지를 인체 뒤쪽의 미저골과 척추, 두뇌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 때 몸 전체에 걸쳐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런 오르가슴은 생기 넘치는 에너지 파동으로 모든 신체 조직과 신경들을 자극함으로써 육체적·감정적·정신적 수준에서 깊은 만족감을 준다”고 설명한다(아래 그림 참조).

    허균이 실천한 이슬람 양생비법

    물론 사정 여부와는 별도로 기 수련을 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성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양생술도 있다. 조선시대의 의학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신동원 박사는 저서 ‘조선사람의 생로병사’에서 “조선시대의 선비 상당수가 자기 수양의 일환으로 나름의 양생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문집으로 이를 남기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양생술은 현대인들도 따라해볼 점이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조선의 반항아’ 허균은 죽기 직전에 50여 가지의 양생법을 소개하는 ‘한정록’을 남겼다. 그중 이슬람 건강법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회회교(이슬람교)의 문도들이 보양(保養)을 잘 하는 것은 다른 법이 없고, 오직 외신(外腎, 속칭 불알)을 따뜻하게 하여 찬 기운이 닿지 아니하게 할 뿐이다. 그들은 남쪽 사람들이 여름철에 베 바지를 입는 것을 보고 매우 잘못되었다고 하며, 찬 기운이 외신을 상하게 할까 두렵다고 하였다. 누울 때는 마땅히 손으로 움켜쥐고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보며, 이것이 바로 산 사람의 성명(性命)에 근본이니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말이 매우 이치에 맞다.”

    허균은 외신 보호방법과 관련해 송나라 사람인 진영의 경험도 나란히 실었다. 진영은 외신을 따뜻하게 하는 것을 방중술의 요체로 삼은 인물로 “두 손으로 외신을 움켜잡고 따뜻하게 하면서 조식(調息;일종의 호흡수련)하기를 1000번 하면 두 고환에서 진흙처럼 끈적끈적한 액체가 나와 허리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외신을 따뜻하게 하는 이슬람식 양생법은 비단 허균뿐만 아니라 동시대 저작인 이수광의 ‘지봉유설’ 및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유사하게 실려 있어 당시 식자층의 관심을 끌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퇴계 이황의 도인(導引) 체조법이나 다산 정약용의 뜸법 등도 일반인들이 따라하면 효능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시중의 한의사들이 권하는 한방 양생법들도 대개 조선조에 우리 조상들이 했던 양생론들을 소개하는 수준이다.

    퇴계의 경우 어려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고 늘그막에는 병 때문에 여러 차례 관직을 내놓기까지 하였다. 퇴계는 잦은 병치레 때문에 양생법에 관심이 많았고, 그 덕분인지 일흔살까지 살아 당시로는 장수했다고 할 수 있다. 퇴계가 남긴 ‘활인심방(活人心方)’에는 손수 정성스럽게 그린 여덟 개의 체조 도인도(導引圖)가 있는데, 현대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며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도인 체조법으로 알려져 있다. 퇴계의 10세 손인 이지순은 이 책 말미에 ‘후손이여, 이 도인도를 보배처럼 아껴야 할 것이다’ 하고 당부까지 적어놓았을 정도다. (그림 참조)

    또 퇴계처럼 잦은 병고에 시달린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의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당대의 지식인. 그는 정력을 강화하는 법으로 자신이 효험을 본 ‘신수혈을 지지는 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세간에 배꼽을 지지는 방법이 널리 행해지고 있으나, 나는 이 방법말고 또 다른 방법을 알게 됐다. 엉덩이뼈 위쪽, 등 뒤 척려혈 끝 부분에 움푹 팬 곳이 신수혈이다. 이 혈자리는 안으로는 신장의 경락인 명문(命門)과 연결된다. 이 부위를 쑥으로 뜸을 뜨면 배꼽에 뜸뜨는 것보다 훨씬 효력이 크다. 열 차례 이상 뜨면 여러 통증이 다 없어질 것이다.”

    정약용은 이 뜸법이 하초가 튼튼치 못한 사람, 곧 정력이 약한 사람에게 가장 유용한 방법이며, 복통·이질·설사·뒤가 묵직한 증상 등 한랭한 기운 때문에 생기는 각종 질병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했다. 다산은 또 뜸을 뜨기 힘들면 단지 주먹으로 문지르기만 해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말한다.

    현대 수련자들의 양생 응용법

    이처럼 선조들이 남긴 비방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응용해 효과를 거두는 기 수련자들도 있다. 인체의 주요 경혈에 자석을 붙임으로써 인체의 면역력을 키워 질병을 치료하는 한서생체연구원(원장 구한서)의 최상용씨는 이렇게 말한다.

    “선조들이 남긴 비방에는 현대에도 유용한 것들이 매우 많다. 단지 뜸이나 침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므로 현대인들이 꺼리기 쉬운데, 이때 자석을 해당 혈에 붙여 놓으면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기 수련자이기도 한 최씨는 또 정기(精氣)를 척추로 끌어올려 정의 원천인 뇌로 돌리는 환정보뇌(還精補腦)는 도교 방중술의 중심 개념인데, 이 역시 자석의 도움을 받아 일반인들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체의 회음혈(음부와 항문 중간에 있는 경혈)을 비롯해 척추의 중요 통로(경혈)에 자석을 붙여놓으면 쉽게 정기가 머리로 통하는 현상을 느낄 수 있어 정력 강화 훈련에 도움이 된다는 것. 그는 부부생활이 신통치 않던 회원 몇몇이 이 방법을 써 효과를 많이 보았다고 귀띔한다.

    또 한빛선도수련원의 송영성 원장은 퇴계의 활인심방을 비롯해 도교 전래의 도인체조를 현대인에 맞게 응용한 ‘도인양생기공’을 일반인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크게 서서 하는 동작, 앉아서 하는 동작, 누워서 하는 동작의 세 가지로 나뉘는데, 단순히 인체의 굴신운동만이 아니라 도교 수련에서 중시하는 호흡을 병행한다고 한다.

    “도인술에서 도(導)는 우주 내에 있는 대기를 몸안으로 흡수하여 인체 내에 기를 축적하는 양생 호흡을 가리키며, 인(引)이란 잡아늘인다는 뜻의 인체 굴신작용을 뜻한다. 이렇게 호흡과 체조를 병행하는 도인체조는 체내의 나쁜 기운을 몸밖으로 배출하는 한편으로 인체 기혈 순환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도인양생기공을 하루에 한 번씩 하면 누구나 건강을 유지하고 활력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송씨는 또 도인체조를 할 경우 어떤 때 침이 아주 달고 향기로워지는데, 이것이 도교에서 중시하는 ‘환단내련’의 효과라고 한다. 실제로 이 침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장수 호르몬으로 알려진 파로틴(parotin)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 도교 양생술의 한 방편으로 식이요법을 들 수 있다. ‘왕실 양명술’의 저자 이원섭씨는 특수한 음식물과 약물 복용이 양생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고려조에서 따로 임금의 음식을 챙기던 식의(食醫)제도가 조선에서는 내시부의 최고직책인 상선(尙膳)으로 이어졌는데, 이 모두 섭생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조 후기 박물학자와 내시부 교관들은 인간 노화의 원인이 식품에 있다고 보았다. 백미(흰쌀밥)만 좋아하는 임금들은 영양 불균형과 체내의 산성체질화가 빨라져 50세를 못 살고 일찍 세상을 하직한 반면 세종, 영조, 고종은 잡곡밥을 선호했기에 장수했다. 특히 좁쌀밥과 팥밥은 장수를 돕는 주식이다 또 조선조의 태교 식품은 지상 최고의 회춘식품이기도 했다. 이런 식품으로는 기를 발생시키는 잉어를 비롯해 연어, 큰멸치(정어리), 왕새우, 콩국, 신선한 쇠간, 대합, 굴을 들 수 있다.”

    이씨에 의하면 조선조에서 왕실의 태교식품으로 분류된 것들은 현대의 영양학자들에 의해서 핵산(核酸)식품으로 지목돼 회춘과 장수를 도와주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씨는 또 웅담과 녹용이 장수식품이긴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호두, 잣, 참게(서해안 민물과 짠물이 교차하는 부근의 것), 바닷가재 등도 뼈를 튼튼하게 하고 신장의 기운(정력)을 돋운다고 강조한다.

    아무튼 조선시대부터 실천해온 도교 양생술은 현대인들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비법이라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양생술은 돈을 들이지 않고 누구나 노력만 하면 도달할 수 있는 21세기 장수 건강법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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