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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취재|정국 파행 질타한 ‘젊은 피’

민주당 소장파 ‘13인의 반란’

  • 박성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민주당 소장파 ‘13인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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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논의과정에서 이견이 생겼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한 특검제를, 민주당 의원들은 여야 당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대목을 공동선언문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빛은행 사건 관련 특검제에 대해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등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한 다음에야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난색을 표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 지도부 각성 요구와 관련, “지금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된 한빛은행 사건과 4·13선거비용 수사개입 국회법 날치기 등에 관한 한 야당지도부가 책임져야 할 일은 없다”며 반대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여야 당 지도부의 사퇴까지 요구하자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현재 저지르고 있는 잘못이라면 대책없는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건데 야당이라면 장외투쟁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맞섰다.

김태홍 김성호 정범구 장성민(민주당), 안영근 김원웅 서상섭 오세훈(한나라당) 등 여야 의원들은 추석인 9월12일 저녁 사직터널 근처 한정식집 ‘인동초‘에서 모여 최종 협의를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여야 소장파간 합의가 안되더라도 우리당 의원들끼리라도 지도부의 문제를 지적하고 국회 정상화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며 의기투합, 14일 점심때 영등포구청 뒤 한 칼국수집에서 9명이 다시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국회 정상화만이 아니라 당 쇄신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긴급 의원총회를 요구하자”고 뜻을 모았다.



추석연휴 기간에 지역구에서 들은 민심을 기탄없이 털어놓고 이를 바탕으로 당 지도부의 인식 전환 등 정국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으니 의총에 앞서 우선 이들 의원들이 함께 모여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토론해 보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래서 ‘자유토론’ D-데이를 15일 아침으로 잡고 당직을 맡지 않은 초재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연락을 취했다. 정범구의원한테는 발제를 맡도록 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의원을 빼고 20여명에게 연락이 닿았다. 일부는 참석의사를 밝혀놓고 막상 당일 나오지 않은 의원도 있었다. 9월15일 아침 토론회가 의원회관 1층 의원식당에서 열렸다. 토론에서는 평소 의원총회 등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신랄한 발언이 줄줄이 쏟아졌다.

“당신들이 있어서 민주당이 버티는 것”

“대통령이 위기 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 대통령의 공식 보고라인에 문제가 있다. 한빛은행 사건 수사발표는 나 자신도 안 믿는다.”(이호웅 의원) “국민들 사이에는 경제가 어려운데 남북문제가 뭐냐는 분위기도 있다.”(정장선 의원) “당지도부는 정국 운영에 있어 소속 의원들에게조차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에 대안을 요구하고, 비전이 없다면 자진 사퇴도 공식 거론해야 한다.”(김성호 의원)

당 지도부 사퇴 문제까지 공개 거론되자 정범구의원은 “여기서 당 지도부 사퇴를 거론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 수습을 시도했고 이재정 의원도 “당 지도부가 더 좀 열심히 해달라는 뜻 아니냐”고 ‘블로킹’에 나서야 했다.

김태홍 의원은 “한빛은행 사건 수사가 ‘지점장 몇 명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린 것은 정말 하늘이 웃을 얘기”라면서 “현재의 파행 정국에 대해 혼자라도 삭발 단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이같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명실상부한 전체 의원들의 공식 의견으로 채택키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해 줄 것을 당 지도부에 요구키로 하고 토론회를 마쳤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해당 의원들의 사무실에는 유권자들의 격려 전화가 쏟아졌고 홈페이지에도 격려의 들이 쇄도했다. “오랜만에 후련하다. 그래도 당신같은 의원들이 있어서 민주당이 버티고 있는 거다” 등등.

그러나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를 그런 식으로 하면 되느냐”는 등 불쾌한 표정으로 질책했다. 이재정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 “앞으로 당내 민주화와 언로 확보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언론에서 ‘반란’ 등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 사건으로 당 지도부와 사이에 겪은 마음고생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한나라당의 안영근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행동은 한마디로 용단”이라고 표현했다. 집권 여당에서 그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이번 ‘9월 반란’이 앞으로 정당민주화에 미칠 영향은 당장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오비이락일지 몰라도 토론이 벌어졌던 9월15일 몇시간 차이를 두고 한나라당에서는 김덕룡(金德龍) 의원이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비민주적 당운영방식을 비판하고,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긍정평가하는 ‘소신발언’을 했다.

[미니인터뷰]“우리 당의 문제점부터 시정하자는 것이다”

‘9·15 반란’으로 불리는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난상 토론에서 최근의 정국 파행과 관련한 당 지도부 책임론을 강도 높게 거론한 김성호 의원(서울 강서을)은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을 위해 할 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권당에서 전례없이 당 지도부를 강력히 성토한 이유는?

“국민들의 여론과 생생한 민심이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추석때 의원들이 만난 국민의 목소리와 느낀 바를 진솔하게 당 지도부에 전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당 지도부는 “왜 내부적으로 계통을 밟아서 얘기하지 않고 밖으로 떠드느냐”고 질책했다는데….

“평소 당 지도부가 일반 의원들의 얘기를 얼마나 경청했는지 의문이다. 그간 의총에서 몇몇 의원들이 발언했으나 당 지도부는 이를 ‘돌출 행동’으로 치부했다. 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 의지를 모은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공동 선언하려다 소속당의 입장차 때문에 무산됐는데….

“현실정치 문제가 있어 공동 선언이 무산된 것은 아쉽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했던 우리 젊은 의원들은 서로의 순수성을 믿고 있다. 만일 우리가 당의 입장만 생각했다면 공동 선언은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국민 보기에 민망한 이런 사태는 더 이상 안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같이 논의했던 거다. 앞으로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일부 최고위원 개입설을 한나라당 지도부가 제기했는데.

“우리 젊은 의원들은 누가 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래서 안하는 존재가 아니다. 매사를 그렇게 음모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국회가 파행되고 정치가 국민이 아닌 당리당략의 대결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등에 대해서는 정국파행 책임을 따지지 않는가?

“다른 당의 투쟁 방향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타당을 비난하거나 탓하는 것으로는 문제해결이 안된다. 각자 자기 당의 문제점을 먼저 지적하고 반성하는 게 중요하다. 한나라당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시정하는 것은 야당의원들의 몫이라고 본다.”


신동아 200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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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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