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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주가관리·외자유치… ‘돈 불리기’ 귀재들

  • 이나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주가관리·외자유치… ‘돈 불리기’ 귀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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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인 부티크의 젊은 사장들은 외자유치, 역외펀드 관리, 헤지펀드 대리 운용 등의 일을 한다. 요즘 증시에서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도 이들인 경우가 많다.

IMF 구제금융 사태를 전후해 재계, 금융계의 최대 이슈는 외자유치였다. 기관이나 기업이 직접 나서 뛰기도 했지만 전문 지식과 탄탄한 해외인맥을 자랑하는 부티크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중에는 정체가 명확지 않은 헤지펀드나,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 케이먼 아일랜드·바하마 군도 등지에서 유입된 역외펀드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어떤 방식의 어떤 돈이건, 일단 외자유치에 성공한 기업의 주가는 급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부티크가 포함된 ‘작전세력’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는 사태가 왕왕 발생했다.

‘검은머리 외국인’은 실상 국내 ‘큰손’들의 작전자금이지만 외국에서 세탁된 후 역류해 들어오는 자금을 뜻한다. 조세피난지역의 유령 펀드회사에 자금을 유치한 뒤 다시 빼내오는 것. 이들은 국내 증시가 외국 자금의 동향에 민감하다는 사실에 착안, 다양한 ‘작전’으로 거액의 평가이익을 거둬들인다. 이 과정에 일부 부티크들이 참여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소식에 정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워크아웃된 A사는 지난해 말 외자 10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외자’의 정체는 실상 A사가 해외법인을 통해 축적해 두었던 탈세 자금. 시중에는 ‘외자유치액과 탈세액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풍문이 돌았다. ‘정부 쪽에서도 이 사실을 감지했으나, 어쨌든 달러가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고 또 A사의 뿌리가 호남지역이어서 눈감아줬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자금 유입으로 A사는 상당액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었고 주가도 상승해 마침내 워크아웃 조기 졸업에 성공했다.

지난 8월 말에는 경영부실로 화의 상태에 놓인 ‘바른손’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인터넷 지주회사인 ‘미래랩’이 바른손을 인수하면서 인터넷회사로 변모할 것이란 소문이 나 주가가 두 달 만에 5400%나 폭등하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미래랩의 이정석 사장은 미국 MIT 출신 금융전문가. 그러나 대주주는 미국에 본사를 둔 ‘패러다임 인베스트먼트’로 되어 있다. 미래랩은 바른손 인수 20일 만에 전체 지분의 27.89%를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위치한 코베타 인베스트먼트와 밸류이슈어드 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이어 전환사채 223억원어치를 발행, 이 대부분을 홍콩에 위치한 로터스아시아 펀드와 코리아인핸스드토털리턴 펀드에 매각했다. 이로써 바른손 지분의 약 50%를 갖게 된 4개 헤지펀드는 투자자금의 10~30배에 이르는 막대한 평가이익을 거둬들였다. 증권전문가들이 바른손의 주가 동향에 의혹의 눈초리를 던지는 이유다.

지난해와 올 초에는 벤처 관련 부티크가 큰 수익을 올렸다. 기업주, 사채업자, 재벌 2·3세 등 자금력이 풍부한 엔젤(전주)들과 유망 벤처를 짝짓기 해주는 것이 기본. 아예 벤처 설립부터 코스닥 진출까지 관리해주는 ‘풀코스’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들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애태우는 벤처기업엔 단비 같은 존재다. 또 내부에 회계사·변호사 등 전문인력을 두지 못한 회사일 때 코스닥 등록을 포함, 기업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 대가는 주식으로 지불한다.

‘왕개미’와 증권사 용병

문제는 목적이 ‘작전’에 있는 경우다. 벤처컨설팅이나 벤처인큐베이팅 형태의 부티크들로 펀딩, 창업 단계의 재무제표 작성, 코스닥 등록, 주가 띄우기, 주식 처분의 전단계를 ‘코치’한다.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대주주, 전주, 부티크가 기여도와 지분에 따라 고루 분배한다.

(주)마이벤처경영컨설팅 신기동사장은 “우리가 관여하는 회사에는 되도록 개인투자자의 돈은 받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특히 장외시장 주식 매각을 포함, 갖가지 부가조항이 어지럽게 나열된 계약서는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다. 벤처 컨설팅이나 홀딩스(지주회사), 인큐베이팅, 캐피털 등의 이름을 단 부티크 중에는 불순한 의도로 벤처업계에 발을 들여놓는 곳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벤처 투자와 관련한 최악의 경우는 지난해 잇따라 발생했던 파이낸스 사태다. 파이낸스도 유사금융기관이란 점에서 일종의 부티크라 할 수 있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 주 업무여야 할 이곳에서, 벤처투자를 통해 높은 금리를 보장해 주겠다고 약정한 뒤 불특정 다수로부터 거액의 돈을 거둬들인 것. 파이낸스 외에도 금융, 신용, 크레디트, 자산운용, 자산관리, 캐피털, 투자, 인베스트먼트, 펀드, 보증, 선물, 팩토링 등 일반인들이 금융업으로 인식할 수 있는 명칭을 상호로 사용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회사들이 다수 적발됐다.

부티크 쪽에서는 “유사금융기관이라 해도 우리와 그들은 전혀 다르다”며 불쾌해한다. “그들의 행위는 투자나 금융기법이 아니라 명백한 사기다.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특정 고객을 상대로 일하는 우리와는 질이 다른 존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부티크 중에는 주식, 채권, 선물, 옵션, 외환 등의 투자 자문이나 대행만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다. 제일은행 출신들이 모여 만든 ‘제일선물’은 일명 ‘왕개미’로 불리며 선물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에게 국내 및 아시아 경제 동향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외국계 헤지펀드의 국내 운용을 대행하기도 한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증권사 영업 파트의 ‘용병’ 조직. 명함에는 분명 OO증권 부장 또는 차장이라는 직함이 찍혀 있지만, 사실은 팀 전체가 증권사와 한시적 계약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는 프리랜서다. 대개 증권사 영업 부서에서 5~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들로 계약사를 옮길 때마다 자신의 고객들도 함께 몰고 다니는 베테랑이다. 고객은 개인일 수도 있고 기업체나 기관일 수도 있다. 특정한 전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면에서 부티크의 범주에 넣어도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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