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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르포|대권과 風水

暗葬으로 대권쟁취한 윤보선 전두환, 移葬으로 출세한 노태우 김대중

  • 김두규·풍수지리학자·우석대교수 / 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暗葬으로 대권쟁취한 윤보선 전두환, 移葬으로 출세한 노태우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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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노태우의 생가는 어떠할까. 노태우의 고향은 대구시 동구 신용동 용진 마을로 대구의 명산 팔공산의 한 자락 끝에 자리한다. 노태우의 전기에도 이 일대 지세를 가리켜 ‘한 마리의 큰 용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며, 마을은 바로 ‘용의 머리’에 위치한다고 적고 있을 만큼 보통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특히 노태우 생가는 용머리의 중심처에 자리한다.

한편 동네에서 비교적 잘사는 사람들이 이 동네의 우백호 능선 품안에 자리하고 있는 반면, 노태우 생가는 동네 좌청룡 끝집이라는 것도 다른 역대 대통령들의 생가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곳 동네 사람들은 노태우 고향마을을 감싸는 우백호 끝부분을 ‘동산’이라 하여 예부터 금기시해왔다. 노태우 생가에서 보면 그것은 우백호 끝자락이자 여의주에 해당된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노태우도 동산의 나뭇가지 하나에도 손대지 못하게 했다.

노태우 생가를 들어설 때 눈에 띄는 특징은, 2∼3m 높이의 계단을 통해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그 계단들이 자연암반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동네 뒷산에서 이어지는 산 능선이 노태우 생가 마당 끝에서 끝이 났다는 증표다.

마당 입구와 집 뒤에는 자연석 암괴가 박혀 있다. 자연 암반이 집터나 묘지 주변에 있는 것에 대해 이몽일 풍수지리학 박사(경북대)는 터잡을 때 자연석이 나오면 힘이 좋은 곳, 곧 발복이 빠른 것으로 해석한다. 그는 “자연과학적으로 암반이 땅 속에 박혀 있으면 지반이 안정되어 있음을 의미하는데, 단지 여기에 멈추지 않고 바위가 사람의 심성에 끼치는 영향, 특히 심리학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와 같은 술수적 해석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까닭에 집터 주변이나 무덤 주변에 바위가 있을 때 좋은 바위이면 권력을, 나쁜 바위이면 재앙을 불러온다는 극단적인 길흉화복 해석을 한다.

이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조선 중종 때 ‘희릉(禧陵) 사건’이란 게 있었다. 희릉은 중종의 부인 장경왕후 윤씨(1491∼1515)의 무덤이다. 윤씨가 죽자 중종은 정광필을 총호사로 임명하고 풍수학인 조윤·황득정·성담기 등으로 하여금 능 자리를 찾게 하여 현재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부근으로 묘지를 정한다. 그런데 무덤자리를 다섯 자쯤 팠을 때 큰 돌줄이 나와 더 파내려갈 수 없었다. 광중에 돌이 나온다는 것은 풍수에서 극히 꺼리는 일이다. 이에 당시 현장에 있던 우의정 김응기가 도승지 손중돈으로 하여금 중종에게 이 뜻밖의 사건을 보고하게 한다. 이에 중종은 “돌이 있으면 쓸 수 없으니 그 아래가 쓸 만하다면 그 아래로 내려 쓰라”고 하여 돌이 나온 자리에서 약간 아래에 장지를 정하였다. 그렇게 해서 중종의 부인이자 인종의 어머니인 장경왕후는 헌릉 서쪽에 묻혀 희릉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22년이 흘렀다. 1537년(중종 32년) 정언 이문건이 희릉에 돌이 박혀 있다는 말을 중종에게 아뢴다. 비록 중종 자신도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이러한 말이 나오자 장경왕후에게서 난 세자(훗날 인종)의 안위가 걱정되어 돌이 광중에 있을 경우 어떤 길흉화복이 있는지를 지관들로 하여금 보고하도록 명한다.

관상감에서 올린 보고서는 험석(險石)이 있을 경우 재앙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이에 중종은 그해(1537)에 능을 옮기게 하고 당시 그 일에 관여하였던 대신들과 풍수학인 조윤·성담기·황득정 등에게 책임을 물어 유배를 시키거나 사형에 처했다.

그런데 중종의 아들 인종은 임금 자리에 오른 지 8개월 만에 원인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중종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고 만 셈이다.

당시 희릉사건은 정치세력간 알력도 작용했지만, 일차적으로 풍수에서 바위가 보일 경우 길흉화복이 극단적으로 동시에 신속하게 나타난다고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사건이었다.

어떻든 노태우 생가의 경우도 집 주변에 보이는 자연 암반이 좋은 돌로 강력한 기운을 소응(昭應)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 기가 살기(殺氣)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는 점도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그는 아버지의 교통사고사를 겪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불행을 야기했던 5·18 전후의 노태우 행적도 어느 정도 이 살기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해기(海氣)가 넘보는 김대중 생가

목포에서 두 시간 뱃길 거리에 있는 김대중 생가는 하의도 맨 끝으로 알려져 있다. 하의도 선착장이 있는 웅곡리 면소재지에서 ‘김대중 대통령 생가’ 안내판을 따라가면 후광리가 나온다. 후광 2구와 후광 1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1km 떨어진 곳에 있는 김대중 대통령 생가 마을을 바라보면 마치 거북이가 목을 길게 빼고 있는 형상으로 보인다. 김대중 생가가 있는 곳은 거북이 머리 부분이다. 금거북이 진흙 밭으로 들어가는 금구몰니형(金龜沒泥形)이다.

이곳은 하의도 북동쪽 끝으로 후광마을에서도 끝 집이자 왼쪽 외딴집이다. 이 역시 다른 대통령들의 집터처럼 동네의 좌청룡 끝 지점에 있다.

집터는 마을 뒷산에서 내려온 산 능선의 끝부분에서 반달 모양의 언덕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1999년에 복원한 생가는 반달 모양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집 뒤로 이어지는 산 능선은 후덕하여 그곳 특산인 마늘밭으로 활용되고 있다.

집 뒤 수백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산(主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이곳에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데, 썰물 때는 섬의 북동쪽에 있는 장병도와 갯벌로 이어진다. 따라서 김대중 생가터는 하의도의 맨 끝집이 아니라 장병도에서 이어지는 지맥의 원줄기이자 맨 처음 갈라져 나온 왼쪽 능선 끝이다. 하의도 전체의 산들은 이곳 김대중 생가 우측 능선에서 이어져 나가는 꼴이다.

정신질환자가 나올 땅

동네 주변부에 자리한 역대 대통령 집터가 모두 동네 왼쪽 산 능선 끝머리에 자리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집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은 모두 밭이나 다른 주택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산 능선은 동네 중심부를 감싸는 방어공간이다. 즉 동네 중심부와 바깥세상의 접경지인 것이다.

산 능선이기 때문에 지기가 흐르는 곳이라고 하지만, 사실 풍수 고전에서는 주변부 산 능선을 그리 좋은 땅으로 여기지 않는다. 주변 여건도 좋지 않을 때 정신질환자가 나오거나 재앙을 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변방의 집터에서는 정신이상이나 뜻밖의 불행으로 죽은 사람들이 있다.

박정희의 경우 셋째 형 상희씨가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 총살당했고, 넷째 형 한생씨는 정신질환으로 죽었다. 또 큰형인 동희씨는 20년이 넘는 가출 생활을 했다. 집터의 기운이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전두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80년대 초반에 모든 관공서뿐만 아니라 군부대에 비치되어 누구나 필독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전두환의 전기 ‘황강에서 북악까지’에는 전두환의 큰형 열환이 7살 때 동네 아이들의 장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적혀 있는데, 그가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음을 암시한다.

흔히 이러한 주변부 집터에서는 꼭 정신질환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름 모를 병이나 뜻밖의 사고로 죽는다고도 풍수에서는 말한다. 실제 역대 대통령들의 가족을 보면 교통사고로 죽거나(노태우 아버지), 떨어져 죽거나(전두환 둘째 형 규곤), 병들어 죽은(김대중 누이동생) 가족이 있었다. 대개 이런 집터는 폐가가 되거나 그곳에 오래 살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이 그 터의 기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윤보선이나 김영삼의 경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들의 집터는 마을에서 가장 좋은 터인 동시에 마을의 중심부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보선과 김영삼 생가에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반면,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대중 생가에는 관리인 이외 실제 생활을 하지 않고 있음도 하나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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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풍수지리학자·우석대교수 / 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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