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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인기 영어강사 4인방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donga.com

대한민국 최고인기 영어강사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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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토익 ‘ 900점 찍기’도사 김대균
  • ● 포르노로 배우는 영어 김경선
  • ● 유학용 토플의 대부 박 정
  • ● 팬클럽 회원 3500명 이근철
  • 영어가 경쟁력인 시대를 반영하듯 ‘스타 영어강사’가 대거 등장했다. 수천 명의 수험생 ‘팬 클럽’을 갖고 있는 입시영어 강사가 있는가 하면, 영어점수에 목을 맨 직장인, 대학졸업반 학생에게 ‘구세주’ 노릇을 하는 영어강사도 있다. 대표적인 인기 영어강사 4명을 만나 영어 강의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국에 조기유학중인 고등학생 박모(16)군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서울의 한 어학원에서 ‘족집게’ 토플(TOEFL) 강의를 듣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역삼동 M학원, 압구정동 P학원 등에선 방학기간이면 미국에서 토플과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를 듣기 위해 일시 귀국한 조기유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에서 5년 넘게 공부한 유학생이 토플에 대비하기 위해 역유학을 오는 경우도 있다.

올해 2월 중앙대를 졸업한 김성민(26)씨는 10여 개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에서 모두 탈락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는 영어학원 물색에 나섰다. “토익은 K강사가 최고”라는 말을 듣고 한 학원을 찾았지만 수강 경쟁이 하도 치열해 아직까지도 강의를 듣지 못하고 있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조정연(32)씨는 동료들보다 영어회화 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많다. 외국인 바이어와 대화하다 보면 힘에 부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씨는 새벽시간을 이용해 종로의 한 영어회화 학원을 1년 넘게 다니고 있다. 그는 “외국인 회화강사로부터 1 대 1 교습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영어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역과 종로에 위치한 영어학원들은 조씨처럼 새벽시간을 이용해 강의를 듣는 회사원들로 북새통이다.

솔루션 개발하면 백신처럼 팔린다

이처럼 취업을 앞둔 대학생, 승진을 준비하는 회사원, 토플 GRE(미국대학원입학자격시험)에서 고득점을 따기 위해 역유학을 온 유학생, 대입 영어특별전형, 외국어고 입학을 준비하는 중·고교생으로 영어학원은 늘 만원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붐을 일으킨 토익(TOEIC)·토플 등 각종 영어시험의 성적표는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영어성적표는 취업이나 승진에서는 물론 대학입시와 외국어고 입학에도 주요한 평가 자료로 쓰인다. 영어성적표가 성공을 보장하는 일종의 자격증이 된 셈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아지면서 ‘스타강사’도 대거 탄생하고 있다. 영어 솔루션을 개발하면 백신처럼 팔린다고 한다. 효과적인 공부법이나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게 만드는 ‘비법’을 갖고 있는 인기강사들의 연수입은 수억원 대에 이른다.

수천 명의 팬 클럽을 갖고 있는 입시영어 강사도 등장했고, 미국에까지 입소문이 퍼져 유학생들을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토플 GRE 강사도 상당수 있다.

명강사로 불리는 이들은 어떤 비법을 갖고 있기에 학생들이 이처럼 열광할까. 입시영어, 영어회화, 토익·토플 분야를 대표하는 명강사 네 명에게 일반적인 영어공부법,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는 법, 인기강사가 된 비결 등을 들어보았다.

▲ 토익 ‘900점 찍기’ 도사 김대균

“시험의 유형을 익히고 자주 나오는 어휘와 표현을 숙달하면 단기간에 고득점이 가능합니다.”

시사영어학원 본원에서 토익을 가르치는 김대균씨는 이른바 족집게 강사. 토익점수를 단기간에 올려주는 비법(秘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연세어학당과 서강대에서 토익과 토플을 강의했다. 현재는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에 토플을 연재하고 있으며, 월간 ‘타임연구’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김씨는 “강의에 뒤떨어지지 않고 따라올 수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900점 정도까지는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선 접수창구 앞에서 밤을 새울 각오를 해야 한다. 그가 하루에 가르치는 인원은 800명.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지방에서 유학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 800명의 수강인원을 모두 채우는 데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사법·행정고시·공인회계사 시험의 영어가 토익으로 대체되면 그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김씨의 강의는 ‘실전형’이다. 빠른 속도의 문제풀이로 강의가 진행된다. 강의를 듣고 토익점수 100~200점을 올렸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려대 4학년 양희동(26)씨는 취업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토익성적을 김씨의 비법강의로 해결했다. 두 달 동안 강의를 듣고 오른 점수는 150점 남짓.

김씨는 “시험문제와 학원에서 푼 문제의 유형이 대체로 일치했다”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똑같은 경우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저서 ‘TOEIC, 답이 보인다’는 4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갔고, 최근에는 김씨의 교수법을 알아내기 위해 강의를 듣는 ‘간첩’까지 등장했다. 심지어는 그가 오전에 한 강의를 팩스로 받아 같은 내용을 오후에 강의하는 학원이 지방에 생겨났을 정도다.

김씨는 강의를 위해 지금도 매달 토익을 본다. 지금까지 응시한 횟수가 50회가 넘고 일본에서 시험을 친 적도 있다. 외국에서 토익과 관련된 자료를 구입해 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토익을 잘 보는 것은 시험을 많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열 번 이상 시험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유리한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시험을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성적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돌아가며 출제되기 때문에 시험응시 횟수와 성적과는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다음달에 어떤 문제가 출제될 지 대강은 알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문제를 집중 분석하다 보면 예측까지 가능하다는 것. 그는 또 “청취문제를 유형별로 분석하면 잘 듣지 못한 경우에도 답을 고르는 요령이 있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가장 큰 재산

“대학원 3학기 때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영어강사가 직업이 됐습니다. 학원강사가 되고 처음에는 타임, Vocabulary, 토플 등 어려운 강의를 맡았는데 수강생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연세어학당에서 똑똑한 학생을 가르치다가 학원에서 일반인들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강의가 어렵다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1995년 ‘전공’을 토익으로 바꾸면서 비로소 실력 있는 강사소리를 듣게 됐다. 국내 토익강의를 ‘평정’한 것은 지난 1998년. 현재까지 그에게 영어를 배운 사람이 어림잡아 5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연간 1만명 이상의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이제는 제자들이 가장 큰 재산이 됐습니다. 각계 각층에 진출한 제자들이 이런저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엄격히 말해 김씨의 강의는 토익 준비용일 뿐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단기간의 족집게 학습으로 점수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가 가르치는 내용이 언젠가는 반드시 토익에 나오기 때문이다.

김씨는 “취업과 승진 때문에 단기간에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면서 “매일 영자 신문과 잡지 등을 꾸준히 읽고 영어일기를 써 기초를 단단히 하면 어떤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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