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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화제

대기업 총수들의 골프 경영학

‘제2의 캐디’ 구본무, 난코스 중독자 손길승, 재계 최고수 이웅열

  • 박정훈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sunshade@donga.com

대기업 총수들의 골프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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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 잘 치는 CEO가 경영도 잘한다.” 재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골프 스코어를 올리려는 노력은 경영성과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양상이 같다는 것. 그래서 CEO의 골프 스타일을 보면 그의 경영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GE의 잭 웰치 전(前) 회장은 핸디캡 2의 수준급 골퍼다. 그가 PGA 골퍼인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을 필드에서 한 차례 물리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잭 웰치는 “내가 기업경영을 하지 않았으면 프로골퍼가 됐을 것”이라고 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골프는 경영에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며, 골프를 통해 CEO의 경영능력을 가늠할 수도 있다”고 설파했다.

국내 주요기업의 CEO들도 골프 실력이 대부분 싱글 핸디캐퍼 수준이다. 이들은 일반인과 비슷한 클럽을 쓰면서도 대부분 장타를 날리는 실력자인데다,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에도 능수능란하다. CEO 골퍼들은 기업 경영을 통해 ‘투자 없이는 과실(果實)을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골프에 기울이는 노력도 남다르다.

그래서인지 재계에선 “골프 잘 치는 기업인이 경영도 잘한다”고 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경영자로 변신했다면 비즈니스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뒀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미국의 경영전문지인 ‘전략과 비즈니스’는 지난해 1월호에서 경영 컨설턴트 데이비드 허스트의 기고를 통해 “골프와 경영은 밀접한 함수관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골프 스코어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경영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시스템상 동일하며, 정확한 스윙을 통해 목표지점으로 공을 보내는 구조는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와 비슷하다는 것. 또한 골프는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경영성과를 높이는 전략 수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국내 재계 인사들도 주요기업 CEO들의 경영방식이 그들의 골프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과감한 샷을 즐기는 이는 공격적 경영에 강하고, 정교하고 세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샷을 날리는 이는 관리능력에서 앞선다는 평이다.

그래서 필드에서의 경기 스타일을 보면 경영철학까지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몇몇 대기업 총수의 경우 골프와 경영의 요소를 하나씩 비교해가며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들을 통솔할 만큼 골프는 경영현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제2의 캐디’ 자처하는 구본무

“나는 제2의 캐디다.”

LG 구본무(具本茂·57) 회장이 평소 즐겨하는 말이다. 평소 경기도 이천의 곤지암CC를 자주 찾는 구회장은 이 골프장 코스에 대해서는 어느 골퍼보다 잘 알기 때문에 동반자의 샷을 세심하게 도와준다고 한다. 코스를 설명해주는 것부터 음식을 주문하는 데 이르기까지 마치 캐디처럼 동반자를 챙겨준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래야 상대방이 대기업 총수와의 라운딩에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배려다.

그래서 구회장과 골프를 쳐본 사람들은 그의 골프매너와 품성에 감탄한다고 한다. 구회장은 필드에서의 유머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라운딩을 하다가 “저는 성이 구씨이기 때문에 저의 샷은 모두 ‘구-샷(Good Shot)’입니다”라는 등의 우스갯소리를 던져 동반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라운딩 매너가 좋다고 해서 승부를 뒷전으로 미루지는 않는다. 구회장은 골프 룰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고비 때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평소 “소심한 플레이로 더블 보기를 하는 것보다는 과감한 스윙으로 트리플 보기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로 골프와 경영 모두에서 자신감을 강조한다. 코스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로 더블 보기를 하는 사람보다 결과적으로는 트리플 보기를 하더라도 코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사람이 더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골퍼라는 얘기다. 도전하지 않으면 진보가 없고, 최고의 자리에도 절대 오를 수 없다는 것.

LG 구조조정본부 정상국 상무는 “구 회장은 코스가 어려울 때일수록 오히려 과감한 샷을 요구한다”며 “러프에 빠질까, OB가 날까 염려해 소심한 샷을 하기보다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공략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고 전했다.

한번은 구회장과 함께 필드에 나간 한 외부 인사가 그에게 물었다.

“회장님께서 골프를 너무 잘 치면 골프를 잘 치지 못하는 사장이나 임원들이 함께 라운딩하는 것을 껄끄러워하지 않습니까?”

구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골프를 잘 치거나 못 치거나, 스코어를 가지고 누구를 탓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성의 없이 대충대충 치다가 좋지 않은 스코어를 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거나 하는 무성의한 자세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뭐든지 마찬가지지만 골프 역시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구회장은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는 6개월 이상 연습을 한 뒤에 필드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그는 ‘기본에 충실한 골프’를 강조하는데, 제대로 실력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필드에 나갈 경우 동반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본인도 빠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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