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호

대기업 총수들의 골프 경영학

‘제2의 캐디’ 구본무, 난코스 중독자 손길승, 재계 최고수 이웅열

  • 박정훈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sunshade@donga.com

    입력2004-11-08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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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 잘 치는 CEO가 경영도 잘한다.” 재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골프 스코어를 올리려는 노력은 경영성과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양상이 같다는 것. 그래서 CEO의 골프 스타일을 보면 그의 경영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GE의 잭 웰치 전(前) 회장은 핸디캡 2의 수준급 골퍼다. 그가 PGA 골퍼인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을 필드에서 한 차례 물리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잭 웰치는 “내가 기업경영을 하지 않았으면 프로골퍼가 됐을 것”이라고 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골프는 경영에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며, 골프를 통해 CEO의 경영능력을 가늠할 수도 있다”고 설파했다.

    국내 주요기업의 CEO들도 골프 실력이 대부분 싱글 핸디캐퍼 수준이다. 이들은 일반인과 비슷한 클럽을 쓰면서도 대부분 장타를 날리는 실력자인데다,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에도 능수능란하다. CEO 골퍼들은 기업 경영을 통해 ‘투자 없이는 과실(果實)을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골프에 기울이는 노력도 남다르다.

    그래서인지 재계에선 “골프 잘 치는 기업인이 경영도 잘한다”고 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경영자로 변신했다면 비즈니스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뒀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미국의 경영전문지인 ‘전략과 비즈니스’는 지난해 1월호에서 경영 컨설턴트 데이비드 허스트의 기고를 통해 “골프와 경영은 밀접한 함수관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골프 스코어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경영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시스템상 동일하며, 정확한 스윙을 통해 목표지점으로 공을 보내는 구조는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와 비슷하다는 것. 또한 골프는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경영성과를 높이는 전략 수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국내 재계 인사들도 주요기업 CEO들의 경영방식이 그들의 골프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과감한 샷을 즐기는 이는 공격적 경영에 강하고, 정교하고 세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샷을 날리는 이는 관리능력에서 앞선다는 평이다.

    그래서 필드에서의 경기 스타일을 보면 경영철학까지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몇몇 대기업 총수의 경우 골프와 경영의 요소를 하나씩 비교해가며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들을 통솔할 만큼 골프는 경영현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제2의 캐디’ 자처하는 구본무

    “나는 제2의 캐디다.”

    LG 구본무(具本茂·57) 회장이 평소 즐겨하는 말이다. 평소 경기도 이천의 곤지암CC를 자주 찾는 구회장은 이 골프장 코스에 대해서는 어느 골퍼보다 잘 알기 때문에 동반자의 샷을 세심하게 도와준다고 한다. 코스를 설명해주는 것부터 음식을 주문하는 데 이르기까지 마치 캐디처럼 동반자를 챙겨준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래야 상대방이 대기업 총수와의 라운딩에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배려다.

    그래서 구회장과 골프를 쳐본 사람들은 그의 골프매너와 품성에 감탄한다고 한다. 구회장은 필드에서의 유머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라운딩을 하다가 “저는 성이 구씨이기 때문에 저의 샷은 모두 ‘구-샷(Good Shot)’입니다”라는 등의 우스갯소리를 던져 동반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라운딩 매너가 좋다고 해서 승부를 뒷전으로 미루지는 않는다. 구회장은 골프 룰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고비 때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평소 “소심한 플레이로 더블 보기를 하는 것보다는 과감한 스윙으로 트리플 보기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로 골프와 경영 모두에서 자신감을 강조한다. 코스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로 더블 보기를 하는 사람보다 결과적으로는 트리플 보기를 하더라도 코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사람이 더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골퍼라는 얘기다. 도전하지 않으면 진보가 없고, 최고의 자리에도 절대 오를 수 없다는 것.

    LG 구조조정본부 정상국 상무는 “구 회장은 코스가 어려울 때일수록 오히려 과감한 샷을 요구한다”며 “러프에 빠질까, OB가 날까 염려해 소심한 샷을 하기보다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공략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고 전했다.

    한번은 구회장과 함께 필드에 나간 한 외부 인사가 그에게 물었다.

    “회장님께서 골프를 너무 잘 치면 골프를 잘 치지 못하는 사장이나 임원들이 함께 라운딩하는 것을 껄끄러워하지 않습니까?”

    구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골프를 잘 치거나 못 치거나, 스코어를 가지고 누구를 탓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성의 없이 대충대충 치다가 좋지 않은 스코어를 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거나 하는 무성의한 자세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뭐든지 마찬가지지만 골프 역시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구회장은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는 6개월 이상 연습을 한 뒤에 필드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그는 ‘기본에 충실한 골프’를 강조하는데, 제대로 실력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필드에 나갈 경우 동반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본인도 빠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구회장의 라운딩 스타일은 경영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외환위기와 같은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소신있게 정면 돌파하는 경영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

    재계에서는 그가 올해 신년사에서 ‘1등 LG’라는 구호를 내걸고 재도약을 다짐한 것도 그런 승부사적 기질과 맥이 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구회장의 핸디캡은 7. 그가 곤지암 4개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기록한 것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50㎝ 안팎의 거리가 남아도 컨시드(concede, 한 번의 퍼팅으로 홀인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를 주거나 받지 않고 끝까지 홀아웃을 한다는 점.

    삼성전자 윤종용(尹鍾龍·58) 부회장은 항상 티오프 1시간 전에 필드에 도착한다. 남보다 빨리 와서 퍼팅연습을 하고 스윙감각을 점검해야 만족스럽게 라운딩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만큼 자기계발에 정성을 쏟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스타일이다.

    윤부회장은 경영현장에서도 기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전자 구조조정 당시 측근부터 먼저 사표를 받은 뒤 다른 조직까지 과감하게 쇄신한 것은 지금까지도 삼성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는 일단 신중하게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모든 결정에는 반대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반대 주장에 논리적으로 타당한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의견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혁신가다운 면모는 필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반드시 고쳐나가기 때문에 결점은 줄고 장점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윤 부회장은 라운딩이 끝나면 코치를 찾아가 그날의 샷 가운데 미진한 부분을 지적받고 반성할 정도로 혁신에 열정적이다.

    그 결과 그는 요즘 80% 이상의 홀에서 파온(par-on)에 성공할 정도로 아이언의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에는 안양 베네스타CC 17번홀(파3·130야드)에서 8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언이 좋아졌다.

    윤부회장은 완벽한 스윙 폼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임팩트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 이순(耳順)을 앞둔 나이에도 드라이버 거리가 평균 240야드나 된다. 장타자는 보통 타구의 방향이 정확하지 않지만, 윤부회장의 샷은 장타이면서도 ‘직선형’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코스와 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코스를 어루만지듯 차분하게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짧은 파4 홀이나 파5 홀에서 티샷을 할 때는 굳이 드라이버를 고집하지 않고 아이언이나 3번 메탈로 샷을 날리며, 그린으로부터 100야드 정도의 거리로 공을 보낸 뒤 자신있는 피치샷으로 온그린을 노리는 매니지먼트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핸디캡은 12.

    SK 손길승(孫吉丞·61) 회장은 모든 일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내는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인간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치를 목표로 설정한 뒤 장애요인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목표에 다가서는 경영스타일은 그의 전매특허다. 그는 “성공하기 어려운 일은 시작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그가 고(故) 최종현 회장과 함께 창안한 ‘수펙스(SUPEX, ‘Super Excellent’의 준말)’도 이같은 목표도달 방식이 그 핵심을 이룬다.

    ‘일이 유일한 취미’였던 손회장은 1994년에서야 업무상 필요에 따라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손회장은 골프에도 수펙스 기법을 끌어들여 골프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모든 정열을 쏟아부었다. 초기에는 매일 새벽 연습장에 나가 1시간 이상을 연습에 몰두했을 정도.

    그래서인지 손회장의 샷은 매우 정교하다는 평을 받는다. 한타 한타 칠 때마다 거리와 각도 등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캐디와도 상의해 신중하게 의사를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경영현장에서나 필드에서나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라운딩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코스에 대해 분석하고, 라운딩이 끝난 뒤에는 그날 하루 느꼈던 스윙의 문제점을 고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습관 때문에 53세의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핸디캡은 12에 불과하다.

    또한 손회장은 도전정신이 강해 어려운 코스를 즐기는 편이다. “난코스에서는 어떻게 홀을 공략할 것인지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게 되고 샷도 더욱 신중해져 라운딩하는 재미가 배가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스윙은 물 흐르듯 유연한 것이 특징이며, 드라이버의 평균 거리는 220야드 정도로 비교적 장타자에 속한다.

    그는 중절모를 즐겨 쓰는 등 복장에서도 파격을 좋아하고 골프 유머에도 능해 라운딩을 유쾌하게 이끌어간다. 골프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이후에는 예전처럼 자주 연습하진 않지만, 요즘도 매주 한 번 정도의 라운딩으로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의 박용오(朴容旿·65) 회장은 ‘현장경영’을 가장 중요시한다. CEO가 자리에 앉아 보고만 받다보면 현실감각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박회장은 한 달에도 두세 번씩 공장들을 둘러보고 사원들과의 대화도 매달 정기적으로 열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다. 그의 과감한 결단력은 이런 현장경영을 통해 얻은 자신감 때문이라고 한다.

    두산이 남보다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해 IMF라는 외환위기의 거센 파고를 어렵지 않게 넘어선 것도 박회장의 과감한 경영스타일 덕분이라는 평가다.

    박용오 회장의 경영 스타일도 필드에 그대로 반영된다. 재계 인사 누구라도 “가장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CEO 골퍼가 누구냐?”는 질문에 박회장을 꼽는다고 한다. 한번 타구의 방향이 정해지면 연습스윙도 없이 샷을 날릴 정도라고 하니 그런 평가를 받을 만도 하다. 그러면서도 드라이버 평균 거리가 250야드나 되며 방향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박회장은 어려운 코스를 즐긴다. 위기상황에서 진정한 경영자의 면모를 평가할 수 있는 것처럼 까다로운 코스에서 골퍼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박회장의 골프 스타일과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가 위기에 몰린 기업의 탈출방향을 정한 뒤 일찌감치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두산은 지금 견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회장은 특히 쇼트게임에 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린 주변의 어프로치샷은 90% 이상을 홀 1m 이내의 거리에 붙일 정도며, 퍼팅에서도 실수가 적어 핸디캡은 6에 불과하다. 그는 라운딩 도중 유리한 쪽으로 공을 슬쩍 옮기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데, 이는 스포맨십에 어긋난 행동을 하거나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은 골프를 즐길 자격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함께 라운딩하는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해줄 유머를 한두 가지씩 준비해 필드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그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코오롱 이웅열(李雄烈·46) 회장의 골프실력은 단연 재계 최고 수준이다. 코오롱 골프팀 소속의 최광수 프로는 가장 두려운 골프 상대가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이회장을 꼽는다고 한다. 이회장이 수시로 언더파를 기록하기 때문에 프로골퍼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7언더파인 65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도 실력이면 웬만한 프로도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회장은 스윙 아크가 커 드라이버 평균거리가 290야드나 되며 7번 아이언으로 18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다. 그렇다고 그가 고가의 외제 클럽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코오롱에서 생산하는 엘로드(Elord)가 그의 ‘비밀병기’다.

    그는 거의 모든 파5 홀에서 투온(two-on)을 시도하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이글을 기록했다고 한다. 핸디캡은 3. 한마디로 재계 골퍼들 중 군계일학인 셈이다. 재계 최고경영자들의 골프모임에서도 우승은 거의 언제나 이회장의 차지다. 그는 2000년에 미국 주요기업 CEO 중 최고의 골퍼로 꼽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와 골프 대결을 벌여 승리하기도 했다.

    이회장의 골프 실력은 부단한 연습 덕분이다. 그는 미국 유학을 끝내고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지사로 발령받은 1982년부터 골프를 시작했는데,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3000개씩 연습공을 쳤을 정도로 골프에 몰입했다고 한다. 손에 물집이 잡혀도 반창고를 붙이고 다시 클럽을 휘두를 만큼 한번 빠지면 끝장을 볼 때까지 손을 떼지 않는 스타일이다.

    이회장은 자신의 홈페이지(www.leewoongyeul.com) ‘My quotaions’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골프와 기업은 아주 비슷한 점이 많아요. 골프 실력이 느는 것도 꼭 경제학의 톱날 효과(ratchet effect)와 유사하거든요. 연습하면 스코어가 한꺼번에 향상됐다가도 연습 안하면 바로 떨어지고, 또 연습을 꾸준히 하면 어느 날 갑자기 실력이 늘어난 자신을 발견하는 겁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올라갈 때는 위험을 생각해야 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항상 바닥을 생각하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회장의 부친인 이동찬(李東燦·80) 명예회장도 골프실력에선 당대 재계 실력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이 명예회장은 대한골프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아버지와 아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고 한다. 코오롱 구조조정본부 김주성 사장의 설명.

    “명예회장은 평소 사장단과 임원들에게 보기 플레이 정도의 실력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보기 플레이도 못하면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고, 기본적인 업무능력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를 너무 잘 치면 일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게 그분의 지론이다. 그만큼 골프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웅열 회장은 골프실력과 업무능력은 정비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골프를 잘 치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집중이 필요한데, 일을 할 때도 그렇게 푹 빠져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격이 무르고 독하지 못하면 절대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될 수 없고, 그런 사람은 일에서도 목표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60) 회장도 한때는 핸디캡을 12까지 낮출 정도로 골프를 즐겼지만, 2000년 일본 출장 때 발목을 다친 이후로는 골프를 중단한 상태다. 현재는 주로 남산 산책 등으로 건강을 돌보고 있다. 이회장의 아들인 이재용(李在鎔·34) 상무보도 핸디캡 12의 수준급 골퍼로 알려져 있다.



    이인희 고문, 여성 CEO 최정상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인 한솔그룹 정보통신부문 조동만(趙東晩·49) 부회장의 골프실력도 뛰어나다. 연세대 재학시절인 1978년부터 곽흥수 프로 등으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아 현재는 공식 핸디캡이 7인 싱글 핸디캐퍼다. 베스트 스코어는 지난해 남부CC에서 기록한 74타. 홀인원도 두 차례나 기록했다.

    조부회장의 모친인 한솔그룹 이인희(李仁熙·74) 고문도 여성 CEO 중 최고 수준의 골프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 경력 40년 동안 5번의 홀인원을 기록했으며, 1999년에는 오크밸리CC 파인코스 6번 홀에서 홀인원의 행운을 잡기도 했다. 이고문은 평소 “골프는 노력한 만큼 거두는 운동이며, 기업경영도 이와 똑같다”고 강조한다.

    ‘눈높이 아파트’로 유명한 동문건설의 경재용(慶在勇·50) 회장도 수준급 골퍼로서 명성이 높다. 1991년 88CC에서 클럽챔피언을 지내기도 한 그는 베스트 스코어가 4언더파인 68타라고 한다. 처음 골프를 시작한 1986년에는 골프에 빠져 “골프를 계속 치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정몽구(鄭夢九·64) 회장은 고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이나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골프를 치지 않으며, 주로 등산과 테니스를 즐긴다.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鄭夢奎·40) 회장은 골프가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운동이라 다른 실내 스포츠를 즐긴다는 게 측근의 귀띔.

    효성의 조석래(趙錫來·67) 회장도 예전에는 자택 앞 마당에 연습시설을 갖춰놓을 정도로 골프를 즐겼지만, 최근에는 다른 운동에 관심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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