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소비시장, WTO가입에 따른 세계시장 편입,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 여기에다 2002 한·일월드컵 중국팀 경기가 모두 한국에서 열리기로 결정되면서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한결 커지고 있다.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韓流)라는 조어를 만들어내더니, 최근 한국에서는 한류(漢流)열풍이 거세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7시. 낭랑하면서도 어색한 중국어 발음이 들려온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시사중국어학원의 ‘실전 스피드 회화’ 수업. 10여 평 남짓한 공간에 20여 명의 수강생이 가득 차 열기가 후끈하다.
중국인 강사인 파훼이웬씨는 “빠른 시간에 중국어를 마스터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특히 아침 강의는 직장인들로 만원을 이룬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어 학원 전성시대
같은 시간, 인근에 있는 고려중국센터. 10층 건물 중 9개 층을 강의실로 쓰고 있는 이 학원도 이른 아침부터 수강생들로 북적였다. 덕택에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인근 식당과 스낵코너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1999년 문을 연 이 학원은 처음엔 중국어 기초, 일반, 전문, 가이드, 통대반 등 모두 13과정 67강좌로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 일반과정 7단계, 전문과정 9개, 고시과정 5개 등 총 116개로 강좌 수를 늘렸고, 지난해엔 주말반, 격일반 회화과정, HSK(한어수평고시) 전문과정을 신설해 현재는 154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학원의 수강 가능 인원은 월 2500여 명. 2월 수강생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4000여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자습실로 쓰던 1개 층을 지난해 말 강의실로 전환해 수강인원을 500여 명 늘렸는데도 정원 초과 사태를 빚은 것이다.
등록을 하지 못한 1000여 명은 발길을 돌렸고, 다음달 강의를 예약할 수 없느냐는 문의전화도 끊이지 않고 걸려오고 있다. “서서 들어도 좋으니 강의를 들을 수 없느냐”고 등록을 간청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학원 관계자는 “중국 열풍이 불면서 중국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전문적인 강사진을 갖춘 학원이 드물어 인기를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영어학원을 제외하고는 일본어학원이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시장가치가 높아지고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어가 일본어를 제치고 인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종로와 강남역 부근엔 각각 10개 안팎의 학원에 중국어강좌가 개설돼 있고, 2~3년 동안 학원가에 중국붐이 불면서 전국적으로 중국어만 가르치는 전문학원 20여 개가 등록돼 있다.
중국어전문학원은 종로에 시사중국어학원, 고려중국센터를 비롯해 니하오 차이나로, 종로중국어학원, 매니아차이나로 등이 있고, 강남역 인근에 강남시사중국어학원, 현대중국어학원, 호야중국어학원, 베이징중국어학원 등이 있다. 또 부산에 베이징외국어학원, 전주에 중산중국어학원, 충주에는 베이징외국어학원이 있다.
이들 학원의 대부분이 최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중국어 전문 C학원의 박모 원장은 “시설과 강사진을 갖춘 전문학원의 경우 최근 20% 이상씩 수강생이 늘고 있다”면서 “유능한 강사를 모셔오기 위한 유치전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안재욱, 송혜교, HOT, 핑클, 베이비복스 등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韓流)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더니, 한국에서는 한류(漢流), 또는 화류(華流) 열풍이 거세다.
15억 인구의 거대한 잠재시장, WTO 가입에 따른 세계경제 편입,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에, 최근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중국팀 예선 경기가 모두 한국으로 결정되면서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고 있다. 신문과 TV 등 각종 보도매체는 앞다투어 중국관련 특집을 다루고 있고, 서점에서는 중국관련 서적이 새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에선 ‘중국통(中國通)’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기유학의 주대상국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이제는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고 영어와 함께 중국어를 가르치는 유치원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15일, 18일 각각 부산과 서울에서 열린 ‘중국유학박람회’는 한류(漢流)열풍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칭화대학을 비롯해 베이징대학, 런민대학, 베이징중의약대학 등 46개 대학이 참여한 유학관련 행사에 4000여 명이 몰려들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2000년 같은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1500여 명에 불과했다.
‘중국붐’을 고려해 주최측에서 참가인원을 전년보다 500명 정도 늘려 준비했음에도 중국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행사장은 요란했다. 현재 중국에서 유학중인 한국 학생의 수는 약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999년 1만명에서 2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또 중국내 한국유학생 수는 이미 일본인 유학생 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시사중국어학원에서 만난 수강생 이명용(23·대학생)씨는 지난해 10월 군대를 제대한 후 현재 복학을 준비중이다. 카투사로 군복무를 마친 까닭에 영어에는 자신 있다는 이씨는 군복무 기간중 제2외국어로 무엇을 공부할까 고민하다 중국어를 선택했다고 했다.
“영어와 중국어를 알면 세계인 70~80%와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영어가 세계공용어라고 하지만 향후 20~30년은 중국어의 영향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군복무 기간중 틈틈이 한자공부로 중국어 학습의 기초를 닦았다는 그는 졸업 전에 HSK 6급을 취득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중국어 전문학원 실전회화반에 등록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직장인 변상혁(38)씨. 변씨는 K대학 중어중문학과 출신이다. 중문과 출신이지만 중국어 실력은 기초 수준.
“대학 때 배운 기억이 남아 있어 남들 보다 중국어가 낯설지는 않지만,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조금 힘들긴 하네요.”
그는 최근 회사에서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모습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회화 실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중국 현지법인 근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중국어를 천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중국어 회화는 거의 가르치지 않았어요. 강의 시간의 대부분이 중국문학이나 중국역사 같은 것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1980년대 까지는 중국이 사회주의권에 속해 있었으니 중문학과 출신에 대한 수요도 적었죠. 학교수업과 별도로 학원에 등록해 특별히 회화를 공부한 친구들이 있기는 했지만, 중문과를 나왔으면서도 중국어를 못하는 기형적인 졸업생이 많았습니다.”
서울 종로의 한 중국유학원에서 자녀의 유학문제로 상담을 하고 있던 K씨는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현재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무역업을 하고 있는데,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할 계획이다.
K씨는 “구체적인 사업계획부터 수지타산까지 치밀하게 분석해 중국에서 자리잡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실패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K씨 가족은 모두 학원에 등록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고, 한국에 체류중인 중국동포에게 과외수업도 받고 있다.
지난해 이 유학원을 통해 중국 학교에 진학한 학생은 53명으로 2000년의 25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최민(11)군은 학원에서 만난 수강생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학생이다. 최군은 내년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최군을 가르치는 중국어 강사는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언어습득 능력이 성인보다 높아 2~3배 정도 진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최군은 “영어보다 중국어가 훨씬 재미있다”면서 “영어는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나는데 중국어는 발음이 신기해서 좋다”고 말했다. 한자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엔 “처음에는 한자 때문에 겁을 먹었지만 지금은 신문도 읽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어린이들 가운데 최군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도 많다. 강남의 H유치원. 이 유치원은 올해부터 영어와 함께 오후에 1시간씩 중국어를 가르친다. 유치원 K원장은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쳐 중국어 학습 시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중국어 교재가 출시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중국어 교사도 부족하고요. 다른 유치원에서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소리를 듣고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졌습니다.”
유치원에서는 간단한 중국어 회화를 할 수 있는 교사가 중국어로 놀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교사 주위에 모여 앉은 아이들은 니하오, 씨에씨에, 짜이찌엔 같은 인사말을 따라 하는 중이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동에는 유아를 상대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전문학원이 문을 열었다. K원장은 “유치원까지 불어온 중국어 바람은 중국어로 성공한 극히 일부의 얘기를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보도와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안된다는 학부모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어 열풍은 올해 2002학년도 대학입시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특정 외국어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가 한국외대의 학과별 지원 결과. 2002학년도 한국외대 중국어과는 18명을 뽑는 전형에 710명이 몰려 33.44대 1을 기록해 대학내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어과가 개설된 이후 최고의 경쟁률이다.
한양여대의 경우 대학 평균 경쟁률은 10.9대 1이었는데 중국어과는 평균경쟁률의 2배에 이르는 19.2대 1을 기록했다. 한양여대가 중국어과 학생을 모집한 이래 최고의 경쟁률이다. 인천대 중어중국학부는 15명 모집에 160명이 지원해 10.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어국문학과에서 4명, 아태어문학부와 유럽어문학부에서 각각 8명 등 20명의 정원을 줄여 올해 처음 중어중국학부를 설치한 인천대는 동북아통상대학원도 설치해 중국과 동북아로 통하는 길을 열어놓을 예정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대학에서 중국어과는 개설 이후 최고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특수(特需)’를 누렸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중국어를 잘하는 신입사원을 찾지 못해 안달이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 인쿠르트(www. incruit.com)가 기업 및 개인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중국어 가능인력을 채용하려는 공고 수는 273건으로 2000년 같은 기간 51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중국어를 공부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능통한 사람은 드물어 ‘풍요속 빈곤’ 현상을 빚고 있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어 가능자를 우선한다는 구인의뢰가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학부과정만으로 중국어에 능숙하기는 힘들고, 중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이 최근 시작된 만큼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이 배출되려면 3~5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기업마다 사원들에게 중국어를 교육하고 중국어 학습을 장려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실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삼성그룹.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중국어를 하지 못하면 취업할 생각을 말라”고 말했을 정도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2005년까지 중국전문가 5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사내는 중국어 공부로 열기가 후끈하다. 사내 TV 방송을 통해 하루 4회 10분 분량의 중국어 회화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외부강사를 초빙해 중국어를 학습하는 중국어반 2개를 개설해 매일 90분 동안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어 모르면 취업할 생각 말라”
삼성생명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정보수집, 인맥 확보를 위해 중국 칭화대학 졸업자들을 현지법인 인력으로 충원했고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 강좌도 개설했다. 이밖에도 삼성은 계열사별로 5개월 과정의 중국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임직원에게 중국어를 집중 교육하고, 중국지역 연수프로그램 참가 인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LG그룹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중국을 배우자’는 취지에서 사내 인터넷 사이트에 ‘러닝 넷 차이나(Learning Net China)’라는 온라인 연수원을 개설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중국전문가를 자체 육성해 보겠다는 뜻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임원만 200명에 달한다. LG전자 평택연수원은 이런 열기를 반영해 직원 교육과정에 ‘중국의 이해’ 강좌를 개설했다.
SK는 중국어능력시험 우수자에게 인사고과 가산점을 주고 있고 전직원의 30% 이상이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금호는 6개월 코스의 중국 관련 강좌를 개설, 매일 아침 1시간씩 임직원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 현지에 중국사업본부를 신설한 한솔제지도 중국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2005년까지 중국 전문가 1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한솔은 매년 20명의 중국어전공자 또는 중국전문가를 채용해 교육중이다. 현대종합상사도 사내에 중국어 회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중국어 장기 육성대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중국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중국어 특별수업이 진행된다.
공무원들도 중국어 열풍에서 예외가 아니다. 서울 종로와 강남에 있는 중국어전문학원 아침반 수강생의 70% 이상이 직장인. 이중 3분의 1가량은 공무원이다. 지난해 중앙·과천·대전 등 3개 정부청사에서 실시한 외국어 교육에서 중국어를 택한 공무원은 402명으로 2000년의 324명에 비해 30% 정도 늘었다.
기획예산처는 정원 248명 중 10%가 넘는 26명이 자체적으로 중국어반을 만들어 매주 3차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급반과 고급반으로 나눠 운영하다 진도가 빨라지자 최근엔 속성반도 만들었다.
월드컵 조추첨이 완료되면서 중국팀의 경기가 치러지는 지역의 공무원들은 중국어를 배우는 데 더욱 열심이다. 광주시는 최근 중국어 필수회화 50문장을 선정해 청내 인터넷에 띄우는 등 ‘중국어 50문장 말하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월부터는 전남대 언어교육원에 공직자 위탁교육을 의뢰하고 강의를 듣는 공무원에게 13만원의 수강료를 지원키로 했다.
부산시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수업을 원하는 공무원 246명을 선발해 2월부터 월 5만원씩 6개월간의 수강료를 지원하고 있고, 청사에 외국어강좌를 개설해 영어와 중국어반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어의 토익, 토플로 통하는 ‘HSK’는 한어수평고시(Hanyu Shuiping Kaoshi)의 약자로, 중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중국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다. 중국 교육부의 한어수평고시위원회에서 실시하고 합격자에게는 ‘한어수평증서’를 수여한다. 시험은 기초와 초중급, 고급으로 나누어지며 실력을 세분화하여 11등급으로 표시한다. 초급은 3~5급, 중급은 6~8, 고급은 9~11급.
중급시험에 합격하면 중국에서 대학수업까지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9급 이상은 중국 대학원에 입학할 수준이 되는 실력으로 중국어가 상당히 유창해야 획득할 수 있다. 현재 대기업에서는 HSK 9급 이상의 고급인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러한 실력자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쿠르트 관계자는 “과거 구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개방되던 때에 반짝 러시아어 붐이 인 적은 있지만 최근의 중국어 붐은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지금부터라도 중국어를 배워두는 것이 취업이나 승진에 용이하며 HSK 등급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어 열풍이 불면서 HSK 응시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어수평고시에는 5월에 3000여 명, 10월에 3500여 명이 지원하는 등 모두 6500여 명이 지원했다. 이는 2000년 5000여 명에 비해 25%정도 늘어난 수치. 올해엔 시험횟수를 연 3회로 늘리고 시험장소도 기존의 서울·부산에서 광주까지 3개 도시로 확대했다.
한편 중국어 투어가이드 시험도 응시자가 폭주해 지난해 시험횟수를 2회로 늘렸다. 한국관광능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중국어 투어가이드 시험은 2000년 254명을 선발했고 올해는 461명을 뽑았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한류(漢流)와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거세다. 국내의 대표적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 net)’에는 중국관련 카페(인터넷 동호회)가 2002년 2월 현재 1200여 개에 이른다. 중국어 관련 카페만 250여 개. 이중 ‘배우자 중국어’로 문패를 단 카페는 회원이 2만5000여 명으로 매일 100여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 L씨는 “회원이 폭주해 정상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회원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프리첼(www.freechal.com)’에도 30여 개의 중국관련 동호회가 활동중이다. ‘중국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온라인 동호회가 가장 눈에 띈다.
한국언론재단에서 운영하는 신문기사 검색 전문사이트 ‘카인즈(www. kinds.or.kr)’는 매주 인기검색어를 발표하는데, ‘중국’은 최근 몇 개월 동안 5위권 내에 계속해서 진입해 있다. 검색엔진 네이버(www.naver.com)와 라이코스(www.lycos.co.kr)에도 연예인 게임 관련 검색어를 제외하면 ‘중국’이 최고의 인기검색어로 꼽힌다.
온라인 교육시장에도 중국어 강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교육포털 사이트인 배움닷컴(www. baeoom.com)은 지난해 생활회화 중심의 기존 중국어 강의를 대폭 강화해 ‘비즈니스 중국어 과정’을 개설했다. 비즈니스 중국어 과정은 기초 발음에서 일상회화 및 간단한 비즈니스 구문을 학습하는 과정으로 총 8주 동안 30강의로 진행된다.
플래시를 이용한 상황재현, 전자칠판, 음성강의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지루하지 않은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배움닷컴은 노래로 배우는 중국어, CCTV 청취 등 고급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배움닷컴 임춘수 사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어 교육 시스템은 걸음마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시스템을 보다 더 전문화하고 고급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중국 전문 사이트인 ‘차이넷(www. chinet.co.kr)’은 중국어 강좌는 물론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이넷은 최근 어린이 중국어 교육을 위한 ‘키드차이넷(www.kidchinet.com)’을 개설해 별도로 운영중이다. 교육포털 이캠퍼스(www.e-campus.co.kr)도 다양한 중국어 강의를 마련하고 있다. 이캠퍼스는 한자 익히기부터 중국과 관련된 사업정보와 문화까지 소개하는 비즈니스 중국어, 상황별로 폭넓은 회화문장 활용을 익힐 수 있는 상황중국어 등 총 16개의 강좌를 진행중이다.
스터디피아(www.studypia.com)는 중국어 일반에서 문법, 회화 등의 강좌를 열어놓고 있다. 중국어의 성모와 운모, 성조 등을 기초부터 학습할 수 있는 ‘중국어 발음’ 등 10여 개의 중국어 강좌가 준비돼 있다. 아이빌소프트도 최근 기업대상의 사이버 연수원인 ‘셀프업(www.selfup.com)’에 ‘비즈니스 중국어 과정’을 개설했다. 이 과정은 초·중·고급으로 나뉘어 학습자가 수준에 맞는 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음성,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지원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꽤 많다. ‘차이니즈스터디(www.chinesestudy.com)’는 중국에서 유행하는 노래와 드라마, 만화 등을 활용한 중국어 학습 코너를 운영하고 있고, ‘네오차이나’(www.neochina21.com)에서는 중국가요, 중국어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어 배우기 열풍은 초·중·고등학생의 조기유학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1월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선 G유학원이 개최한 유학설명회가 있었다. 이 행사에는 약 500여 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했는데, 참여한 사람들의 70% 정도가 자녀들의 중국유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중국유학이 최근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데는 중국의 저렴한 물가와 학비 탓도 있다. 한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입학한다는 베이징 55중학이나 19중학의 경우 한 학기 학비가 약 1500달러로,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 조기유학을 보내는 경비의 5분의 1 정도다.
또한 한국으로부터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학부모가 자주 드나들면서 자녀들을 챙길 수 있고 같은 동양문화권으로 학생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영어로 가르치는 중국학교에 입학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유학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중국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단지 언어를 습득하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1~2년만 공부하고 돌아와도 중국어를 제법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화교학교, 유치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가 늘고 있는 것도 최근의 현상이다. 경기도의 한 화교 유치원에는 20명 모집 정원에 한국 어린이만 80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신입 원아를 선발하고 나서도 입학 가능 여부를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유치원 관계자는 “기부금을 낼테니 입학을 허가해달라는 전화도 많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이상의 화교학교는 한국인 학생의 입학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중국인이거나 외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화교학교 입학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 4곳의 화교 중고등학교와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27곳의 소학교가 있다.
아파트단지 주변 보습학원과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도 초등학생 중국어반이 우후죽순처럼 개설되고 있다. 서울 M백화점 상계점, S백화점 강남점, L백화점 안산점 등이 어린이 중국어반을 운영중이다.
서울 강남의 S어학원, B어학원 등도 초등학생 중국어반을 개설했다. 특기적성교육으로 중국어 강좌를 개설한 초등학교도 있다. 서울 청원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희망에 따라 지난해부터 중국어 특기적성교육을 시작했다. 중국어반의 학년별 정원은 10명인데 수강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중국어 열풍은 유치원 초등학생에까지 불어오고 있다. 중국어 조기교육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언어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2개의 외국어를 한꺼번에 학습시키는 것은 오히려 언어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박재우 교수는 “언어습득에 있어 조기교육의 성과는 무시할 수 없지만 어릴 때 무리하게 외국어를 학습하면 언어장애 등의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묻지마 중국어 열풍’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어 열풍에 대해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탓하는 견해도 만만찮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실력 있는 강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각종 중국어학원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C중국어통역학원의 최모 과장은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인근 중국어학원을 보면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강사들의 실력 또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른바 ‘묻지마 중국어 열풍’ 속에 곁가지로 생겨난 부실 학원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상엔 직접 중국인에게 맨투맨식 과외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업체가 많다. 이들중 상당수가 허위 과장광고다. 중국어는 방언끼리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투리가 많고, 성조도 다양해 잘못된 언어를 배울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시장가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최근 S기업의 동북아팀 중국담당으로 특채된 H씨는 중국전문가 임에도 중국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H씨는 “지금은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품이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상품 교역량 5위를 자랑하는 ‘아시아의 거인’이다. 지난해 수출현황 집계결과에 따르면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미국에 이어 한국의 제2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한국기업의 중국투자는 4억달러에 이른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의 한류(漢流)열풍이 한류(寒流)가 될지 난류(暖流)가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