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호

“학벌 없앤다고? 그거 무식한 발상이요”

송복 연세대 교수의 반격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입력2004-11-08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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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의 지도자는 대학을 나와야
    • 한국은 미국보다 공정한 사회
    • 대졸은 고졸보다 우수하다
    • 서울대 문 닫고 교육부 폐지하라
    • 무식한 국가는 교육에서 손떼라
    • 김영삼 10명이 박정희 하나만 못해
    • 기부금 입학제로 文史哲 교육하자
    • 퇴임하면 사서오경 연구에 전념할 것
    연세대 사회학과 송복(65) 교수는 한국 지식사회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다. 전통문화와 유교적 가치관을 중시하고 군사정권이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을 높이 평가하는 점 등이 그렇다. 송교수가 집필한 책이나 칼럼에도 보수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또한 송교수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보수적 관점에서 초지일관 비판해온 대학교수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래서 송교수에게는 ‘우군’과 ‘적군’이 많다.

    한완상 교육부총리의 학력란 폐지 발언 이후, 송교수는 사석에서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특유의 ‘교육철학’을 제시하며 정부를 공격해온 그였지만, 이번엔 강도가 달랐다. 송교수는 “김대중 정권이 끝나면 보수세력의 반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것이 학벌문제를 다루면서 송교수를 인터뷰하게 된 계기였다.

    송교수의 교육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비정신’과 ‘文史哲(문학·역사·철학) 교육’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풀어야 한다. 송교수가 지향하는 지식인의 모델이 ‘선비정신’이며, 경쟁력 있는 지식인을 키우기 위해 제시한 대안이 바로 ‘문사철 교육’이다.

    ―‘선비정신’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좀 떠들고 이름이 나면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한다고. 대학에서 보직을 맡으려 하고, 사회에 나가서 장관 자리에 앉아보려 하고, 총장에 당선되려고 하고…. 하지만 진짜 지식인은 어떤 자리에도 가지 않는 거라고. 나는 신문기자를 해봤기 때문에 ‘저 속에 들어가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많은 교수들은 백발이 성성하도록 학교를 떠나 본 일이 없어. 그래서 대학 밖이 화려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거라고. 그러다 보니 선비정신이 어그러지는 거지.



    선비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 돼. 그런데 글공부만 한 사람이 관리직에 들어간단 말이야. 자기가 관리훈련을 받아봤어? 그런데도 들어가서 그 조직을 망쳐놓고 변명을 늘어놓지. ‘내가 잘못해서 망한 게 아니라 조건이 안 맞았다’ 이런 소리를 하거든. 그건 선비가 아니야.”

    송교수는 “문사철(文史哲) 공부에 한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문사철은 지식의 주공급원이기 때문에 문사철이 죽으면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효율의 논리가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주장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조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송교수가 문사철에 집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문(文)이 뭐냐, 한마디로 시와 소설이지. 시와 소설은 언어의 공장이라고. 사(史)는 경험의 공장이야. 과거도 경험하고 미래도 경험하게 해주는 보물창고가 바로 역사라. 철(哲)은 초월의 공장이야. 철학이라면 흔히 칸트와 헤겔을 생각하는데 그것만 철학이 아니야. 철학의 ‘철(哲)’ 자에 맞게 산 사람은 다 철학한 사람이라고.

    시 300편을 외우고 소설 300권, 역사 200권, 철학 100권, 이렇게 해서 600권을 봐야 돼. 선진국 학생들은 다 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못해? 그게 나중에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며 새로운 문화를 창도하니까 공부하라는 거야. 기업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학생들에게 1학년 때부터 경영학을 가르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어? 신문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신문방송학을 가르친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야.”

    ―한국 대학사회에서 문사철은 인기가 없는 학문으로 전락했습니다. 대학교수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나라가 망하는 거지. 지금 교육부장관이나 정치지도자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교육부장관을 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차라리 교육부를 폐지해야 된다고 생각해. 교육부를 없애고 모든 것을 대학에 맡겨야 돼. 지금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교육부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한 데도 지식이 낮은 자가 높은 자를 지배하려 들고 있잖아. 지적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국가가 왜 간섭하냐고? 어째서 낮은 자가 높은 자를 지배하냐 이 말이야.”

    ―지금 대학들은 실용학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더욱 경쟁력이 높은 사람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용학문에 비해 문사철이 경쟁과 효율 면에서 뒤떨어진다고 보지는 않습니까.

    “나는 모든 대학이 문사철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봐. 적어도 160개 대학 중에서 중심이 되는 20여 개 대학만 문사철을 철저히 교육하면 되는 거야. 문사철 중심대학과 직업학교는 구분할 필요가 있어. 문사철은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기본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높은 수준까지는 아무나 오를 수 없어.”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말이 있다. 송교수는 수업시간에 ‘어느 사회든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은 1%, 크게 잡아도 5% 미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말하자면 엘리트는 별도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대학의 특성화를 설명하면서도 송교수는 ‘문사철 교육이 가능한 학교와 학생’을 구별했다. 기자의 대학노트에 별표가 그려진 채 남아있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 신분상승의 마지막 열차를 놓치지 말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신분평등이었어. 높은 신분과 낮은 신분은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없었어. 제도적 지위에서 어떤 사람은 높고, 어떤 사람은 낮을 뿐이지. 그런데 앞으로 20년쯤 지나면 제도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 신분적으로도 높아지는 사회로 들어간다고. 20년 내에 신분적으로 상류사회가 생긴다 이거야. 모든 사회가 다 그렇게 가고 있으니까 우리도 예외일 수 없어.

    그러니까 그 속에 들어가서 자손들한테 ‘우리 할아버지가 높은 지위에 있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능력을 최대한 키워서 일류가 되라는 이야기였지. 물론 운이 좋거나 기회를 잘 포착해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확률은 아주 낮아. 그런데도 낮은 쪽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거든. 그건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까 일찍 포기하고 능력으로 신분상승하라는 얘기였지.”

    이제 본격적으로 학벌(學閥) 문제로 넘어가보자. 송교수는 수업시간에 고졸과 대졸의 차이를 다각도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는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 겉으로는 ‘사람의 능력과 학력(學歷)은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고졸과 대졸,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차이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다. 반면 송교수는 오래 전부터 학력(學歷)이 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사회에서 고졸과 대졸이 어떻게 다르다고 보세요.

    “일단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능력의 차이라고 볼 수 있어. 공부라는 건 아무리 환경이 나빠도 의지만 있으면 해나가는 거라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부모나 환경 때문이 아니거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 의지력이 강한 거니까 대졸이 고졸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거지. 물론 의지력이 강하지만 환경 때문에 좌절하는 고졸도 있어. 그러나 그건 미미해.”

    ―대학이 개인의 능력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시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나라의 지도자는 꼭 대졸이어야 한다’ ‘대졸이 아니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야. 리더는 눈이 밝고 귀가 밝아야 되기 때문이지. 눈이 밝은 것을 형안(炯眼), 귀가 밝은 것을 총이(聰耳)라고 해. 형안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으로 사람을 적재적소에 앉힐 수 있지. 또한 총이는 세상 사람의 소리를 듣는 귀야. 총이는 형안보다 어려워서 훈련을 받아야 되는데 훈련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대학이지.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140학점을 따려면 대략 2240시간의 강의를 들어야 돼. 그리고 대학은 동료들과 대화할 수 있는 토론의 장소야. 학생들이 왜 좋은 대학에 가야 되냐 하면, 좋은 대학에 좋은 친구가 있기 때문이야. 거기서는 친구들이 모두 좋은 교수인 셈이지. 이렇게 친구로부터 듣는 시간이 4년 동안 평균 3000시간이라고. 결국 대졸은 4년 동안 5000시간 이상 듣기훈련을 받은 거야. 고졸은 분명히 대졸만큼 사람을 보고 귀를 기울이는 훈련을 못받았어. 그러니까 대졸이 더 우수할 수밖에 없지. 물론 고졸 중에도 우수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 수가 너무 적으니까 그걸 기대하면 안된다 이 말이야.”

    ―대졸이 고졸보다 훈련을 더 받았다 하더라도, 대학졸업장은 그 이상의 무게로 개인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학벌이 불공정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적 도구로 기능한다는 거죠.

    “일리가 있는 얘기지만 학벌은 철폐하고 싶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선진사회에서는 아예 그런 노력이 없어.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헛된 노력으로 자원만 낭비한다 이거야. 우리는 학벌보다 학력을 중시하면 되는 거야. 학력은 바로 일류를 지향하는 거고. 배움의 세계에서는 이류가 통하지 않아. 앞서가는 사람이 거두는 보상은 뒤에 오는 사람이 거두는 것과 비교할 수가 없거든. 그런데도 ‘학벌을 없애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지. 그건 교육부장관이 할 소리가 아니야. 선진사회를 만들자면서 학벌을 없애겠다고 말하는 건 무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야.”

    교육학자들은 “사람의 능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비해서 한국 학교교육의 평가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학벌타파론을 외치는 사람 중에는 현행 학교공부와 개인능력의 함수관계를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탁월하다’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 셈이다.

    ―아주 원초적인 질문인데요. 한국에서 학교공부 잘하는 사람이 과연 능력 있는 사람이냐 하는 문제를 어떻게 보세요.

    “세상에는 명시지(明示知)와 암묵지(暗默知)가 있어. 명시지는 논리적으로 검증된 지식을 많이 아는 것, 말하자면 학교공부 잘하는 거야. 반면 암묵지는 체험에서 터득한 지혜라고. 학교공부 잘하는 사람은 선생이 딱 맞아. 그런데 학교공부는 못하지만 세상의 이치를 잘 터득하는 사람이 있어. 정주영이나 이병철 같은 사람이 학교공부 잘하는 사람은 아니거든.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학교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수천명씩 거느릴 만큼의 암묵지를 가지고 있단 말이야. 또 학교공부를 잘하더라도 그것으로 평생 먹고 살 수는 없어. 그건 어림도 없는 소리야. 내가 서울대 들어갈 때 1등으로 들어간 친구가 있었어. 그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사는가 봤더니 연세대에 겨우 합격한 사람의 부하가 됐더라고.”

    ―최근 현실정치에 데뷔한 386세대들은 학교 다닐 때 수업을 듣는 것보다 열심히 투쟁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교수님의 논리로 보면 제대로 공부를 못했으니,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는 힘들겠네요.

    “데모하면서 세상을 많이 배웠으면 그만큼 암묵지가 발전했겠지. 그런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겠지만, 그들이 리더가 돼서 성공할 확률은 너무나 낮아. 암묵지는 갖추었지만, 형안과 총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힘들어.”

    ―요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뛰고 있는 사람들 중에 형안과 총이를 두루 갖춘 사람이 있다고 보세요.

    “한두 사람은 있어.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도 있고, 후보로 나오지 않았지만 가능성 있는 사람도 있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건 나중 문제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잘 알려진 것처럼 송교수는 박정희 전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 송교수는 김영삼 정부의 출범을 물밑에서 지원한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영삼 열 명이 박정희 하나를 못당한다”고 주장한 일도 있다.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교육과정과 관리경험 등을 따져볼 때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는 제대로 교육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보시는 거죠.

    “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야지. 대통령이 대학교육을 안 받으면 나라가 안되는 거야.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잖아. 김영삼 정부까지 합쳐서 지난 10년이 한국의 잃어버린 10년이 됐잖아.”

    ―김영삼 대통령은 어찌됐든 대학을 나온 것 아닙니까. 그것도 서울대를….

    “나오긴 뭘 나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했어야 대학을 나온 거지. 대학에 들어가서 강의를 제대로 들어봤어, 토론을 제대로 해봤어. 공부를 해야 학교를 졸업한 거지, 학적을 둔 걸 갖고 학교 다녔다고 말하긴 어렵지. 교문 안에 한번도 안 들어온 사람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그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평소 높이 평가하시는 박정희 전대통령도 제대로 대학을 나왔다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박정희는 정식교육을 받은 사람이야. 사범학교를 나와서 일본 육사에 다녔잖아. 일본 육사는 교육체계를 갖춘 기관이야. 내가 신문기자 때 알았던 박정희는 남의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었어. 하지만 김영삼 전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이 어디 남의 얘기를 듣나?”

    ―그러면 역대 대통령 중에서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은 박대통령 외에는 없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전두환 노태우도 육사에서 정식교육을 받고 부하들을 많이 거느려본 사람들이지. 적어도 전두환 노태우 시절까지는 박정희의 흐름이 이어졌어. 그런데 민주화 세력이 들어서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간 거야.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이게 어떻게 정상이라고 할 수 있어? 게이트가 지금처럼 많이 쏟아져 나온 경우가 어디 있어? 사람을 제대로 못 보고 세상 사람들의 소리를 못 들으니까 이렇게 된 거라고.”

    ―단순히 어느 학교를 나왔냐보다는 그 교육기관의 수업내용을 충실히 체득했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까.

    “그렇지. 나는 서울대 학생도 딱 5%만 제대로 공부한다고 봐. 95%는 이름 없는 지방대 학생과 똑같아. 연세대와 고려대도 5%야. 그러니까 어느 대학이냐가 아니라 몇%에 들어갔냐가 중요한 거라고. 내가 서울대 졸업한 지가 올해로 만 42년인데 그 중에 몇 명이 제대로 됐느냐? 정확히 5%야. 그 이상은 안되는 거야. 당시 제일 좋은 학과(정치학과)에 수재가 모였지만 업적을 세운 사람은 5%야. 나머지 95%는 고등학교 졸업자하고 별 차이가 없어.”

    한완상 전교육부총리가 국무회의에서 학벌문제를 거론한 이후 학벌타파 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학벌의 폐해에 공감하면서도 학벌타파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식인들이 많다. ‘가만히 있으면 손해볼 게 없다’는 한 대학교수의 말처럼 다수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한부총리의 학력(學歷)란 폐지 주장을 어떻게 보세요.

    “무식한 발상이지. 없애자 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없애자 소리할 필요는 없잖아. 기업이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뽑으면 되는 문제를 왜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몰라. 아니 서류에 대학이름 안 쓰면 기업이 모르나?”

    ―일종의 ‘블라인드(Blind) 면접’을 하자는 게 아닐까요? 능력을 검증받기 전에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하자는 거죠.

    “중요한 것은 면접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야. 서울대 나왔으면 5점짜리인데도 선입관이 작용해서 10점을 줄 수 있으니까 그런 걸 배제하자는 말이잖아. 그건 면접하는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풀어야지. 그 사람이 서울대 나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야. 이미 졸업했는데 그걸 무슨 재주로 무시해?”

    ―학벌폐지 운동을 하는 분들은 학벌의 폐해로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 학벌이 개인의 선택을 과도하게 제한한다, 둘째 20대 초에 결정된 차이를 그 이후에 반전시키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셋째 학벌이 집단적 밀어주기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겁니다.

    “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나는 그런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지금 같은 경쟁사회에서 능력이 없는데도 좋은 학교 나왔다고 데려다 쓰면 자기 회사가 먼저 망해. 조직이 붕괴되는데 누가 그런 짓을 해? 우리가 말로는 얼마든지 학벌타파를 부르짖을 수 있어. 그러나 그냥 둬도 능력없는 사람은 견디질 못해. 학벌폐지 운동 때문이 아니라, 학벌로 사람을 뽑으면 조직이 쓰러지기 때문에 세상은 달라진다 이거야.”

    ―그래도 아직까지 사회에 처음 진입할 때 능력보다는 어느 대학을 나왔냐가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사람은 다 감정이 있고 선입관을 갖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무너지는 곳이 나오면 변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학벌문제를 부르짖는 건 자유지만, 뽑는 사람들에게 맡겨라 이 말이야. 누가 자기 망할 짓을 하겠어? 그리고 면접은 익명의 사람을 상대하는 거잖아.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학벌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그것마저 없애라고 하면 뽑는 사람들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니까.”

    1차적인 문제는 역시 진입장벽이다. 송교수의 말처럼 면접관이 공정하게 평가해서 유능한 사람을 추려낸다면, 그 결과는 기업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점과 필기시험 성적이 좋아도 학벌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우리 사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 송교수가 한때 몸담았고, 현재 기자가 일하고 있는 언론사는 학벌 카르텔이 위력을 떨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언론사의 경우 소위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입사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기자로서 능력을 검증받기도 전에 학벌 때문에 차별을 받는 거죠. 학벌 때문에 필기시험조차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1차로 3000명이 시험치러 왔다면 어차피 다 볼 수는 없잖아. 필기시험 자격을 500명에게 준다고 가정할 때 2500명은 서류전형에서 떼내야 하거든.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500명 안에 거의 다 들어가게 돼있고, 500명 안에서도 진짜 경쟁은 50명 정도가 벌이는 거잖아. 그러니까 처음부터 서류전형에서 경쟁의 기회를 잃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명문대 출신도 당할 수 있는 불이익이라고. 명문대를 나온 사람과 안 나온 사람이 모두 차단당할 수 있다면, 그건 학벌보다도 서류전형의 기준문제로 봐야겠지. 물론 학벌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를 갖는 정도는 아니라고 봐.”

    ―명문대 출신은 졸업할 때 어디에 취업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다면, 비명문대 졸업생은 추천서를 잡기 위해 경쟁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건 시작부터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거잖아요.

    “제도적으로 큰 조직에 들어가는 데는 이름 있는 대학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 하지만 사회에는 큰 조직만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조직도 있고 새롭게 일어나는 조직도 있어. 그러니까 이미 확립된 조직에 들어가는 건 명문대가 유리하지만 작은 조직이나 새로운 조직에서는 명문대가 불리해. 새로운 자영업을 시작해서 사장이 되는 건 서울대보다 비서울대가 유리하단 말이야. 사회는 다양한데 왜 큰 조직에 들어가서 부하로 행동하는 것만 생각하나?”

    ―대학 졸업장에서 차별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 처음부터 큰 조직을 노릴 게 아니라 작은 조직으로 눈을 돌리라는 뜻인가요.

    “눈길을 돌리라는 것보다도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지. 앞뒤를 따져서 좋은 쪽으로 결정하면 되는 거잖아. 인간사라는 건 새옹지마야. 내가 지금 떨어졌지만 그것으로 인해 더 큰 인물이 될 수 있고, 또 지금 붙었기 때문에 생쥐밖에 안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단 말이야.”

    ―지방대학은 학벌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대학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세요.

    “지방대학이 서울에 있는 대학처럼 되려고 하면 안되는 거라고. 지방대학은 그 지방의 인재를 최대한 흡수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학생을 유혹할 만한 포인트를 만들어야지. 지금은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야. 우리 대학은 어느 점에서 어떻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좋은 학생을 데려와야지. 지방대학이 좋은 교수를 많이 채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야. 학생들이 왜 서울로 올라오겠어? 서울에 좋은 교수들이 많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서울대에 입학하면 취업이 잘된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서울대 정원은 고작 5000명이잖아. 우리나라에서 1년에 대학 가려고 하는 사람은 65만 명이라고.”

    어떤 의미에서 진입장벽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학벌이 사회적 지위로 고착화하는 부분이다. 송교수도 인정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 어느 대학을 나왔냐에 따라 인생의 행로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것은 한번 학벌로 정해진 순위는 좀처럼 뒤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학벌폐지론자들은 그 원인을 비합리적이고 집단적인 밀어주기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학벌 때문에 사회적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너무 과장된 얘기야. 우리 사회에서 역량이 없는데 그냥 밀어준다고 해서 되질 않아. 밀어주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아. 또 그렇게 해서 올라간 사람은 어느 시점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어. 그건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잖아. 지금 학벌타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선험적으로 생각할 뿐이라고.”

    ―외국의 경우 사회적 엘리트에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이 많은 것은 경쟁과정에서 특정학교 출신이 살아 남았기 때문이라면, 한국은 경쟁시스템 자체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명문대 출신이 많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 반대지.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어느 사회 어느 시대보다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거든. 그렇기 때문에 불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면 투서와 민원을 견뎌낼 길이 없어. 우리나라처럼 고소 고발이 많은 사회도 없다니까. 1995년에 연간 고소 고발 건수를 계산해보니까 일본의 150배더라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비경쟁시스템이 작동하는 분야가 정치인데, 지금 김대중씨가 저렇게 하니까 온 사회가 들썩거리잖아. 만약 비정치 부문에서 김대중씨처럼 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한 예로 연세대에서 교수를 자기 인맥으로 뽑았다고 해봐. 그러면 연세대가 견뎌낼 것 같아? 어림도 없는 얘기라고.

    미국이나 영국, 일본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클럽으로 갈라져. 하버드라고 해서 다 같은 하버드가 아니라고. 알파 베타 델타 클럽에 들어가서 아주 공고화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그게 평생을 따라다녀. 예컨대 미국의 500대 기업에 이사 자리가 2만5000개인데 실제로 몇 사람이 앉아 있느냐 하면 5000명 정도야. 그 말은 뭐냐 하면 한 사람이 평균 5개의 이사 자리를 겸임하고 있다는 거지. 미국은 전부 겸임이사제야. 겸임이사는 서로가 밀어줘야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거기는 공정사회고 우리는 불공정사회란 말이야? 오히려 정반대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까 자기가 경쟁에서 탈락하면 그걸 불공정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어. 예로 대학교수 자리 하나가 생기면 30명 이상이 온단 말이야. 그런데 그 중에서 한 명을 뽑으면 사람들이 아주 이상한 눈초리로 봐. 정말 공정경쟁에서 됐느냐, 인맥을 타고 들어갔느냐, 어느 교수한테 잘 보여서 뽑혔느냐, 돈을 갖다 줘서 됐느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니까. 물론 그런 대학도 있겠지. 이 치열한 사회에서 아주 없는 건 아닐 거야. 하지만 그렇게 교수를 뽑는다면 그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특정 대학의 독주로 인한 사회적 불균형을 막기 위해 공직자 쿼터제를 도입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법시험에서 서울대 출신을 10%로 줄이자, 즉 1000등 안에 500명이 서울대라도 100명만 뽑고 나머지는 탈락시키자는 거죠.

    “그런 주장을 안해도 앞으로 서울대나 연고대 출신이 공직자로 가는 수는 쑥쑥 떨어질 거요. 이젠 공직자가 매력있는 직장이 아니거든. 어느 시대든지 그 시대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직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시장으로 옮겨왔어. 그냥 놔둬도 저절로 줄어들 텐데, 무엇 때문에 그런 규제를 만들어. 서울대 독점문제? 간단히 고치는 방법이 있어. 모든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주는 거야. 그러면 서울대가 절대 일류가 안돼. 기부금 입학제를 하든가 뭘 하든가 마음대로 뽑으라고 하면 자연적으로 대학의 특성화가 이루어져서 서울대의 독주가 사라진다니까.”

    서울대 얘기를 좀더 하고 넘어가자. 사실 학벌문제의 핵심에는 서울대가 있다. 서울대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대학을 넘어 거대한 권력기관으로 변모했다. 주요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대의 입시요강에 따라 공교육과 사교육이 뒤엉켜 춤을 추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대가 국제무대에서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우중 10명보다 정현종 한명


    ―서울대 물리학과의 장회익 교수는 “서울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동안 신입생을 뽑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10년간 학부생을 선발하지 않으면, 현재 서울대 때문에 생기는 입시과열과 학벌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장교수의 주장은 자세히 모르겠고, 내가 볼 때 서울대는 문을 닫아야 할 대학이야. 그 이유는 뭐냐? 국민의 혈세로 공부하는 학생의 60%가 고시공부를 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야. 공대생과 의대생 인문대생이 모두 고시공부에 매달리고 있어. 고시공부는 60∼70년 전 공부야. 그건 새로운 지식을 만들 수도 없고, 문화를 창도할 수도 없어. 이건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 공부다 이 말이야. 서울대가 그런 대학이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10년 동안 신입생을 안 뽑을 게 아니라 아예 10년 동안 서울대학 문을 닫아야 돼.”

    기부금 입학제는 송교수가 몸담고 있는 연세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송교수는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전부터 도입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기부금 입학제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더 큰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둘러싼 논란은 작은 사안이고, 한국 대학교육의 질적 도약은 원대한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기부금 입학제를 찬성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 문사철(文史哲)이 죽어가잖아. 문사철이 죽으면 나라가 죽어. 그래서 문사철을 살려야 되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연세대에서 5000명을 뽑는다고 하면 그 중에 50명은 기부금 입학제로 받는 거야. 한 사람이 20억원씩 내면 1000억원이야. 1000억원을 문사철 발전시키는 데 쓰자는 거야. 문사철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평생동안 교수 대접을 해주면서 업적을 내도록 지원하는 게 나라를 살리는 길이야. 한 사람에게 1년에 5000만원씩 줄 경우 뛰어난 인재 200명을 써도 100억원밖에 안 들잖아. 100억원을 들여서 인재를 기르자 이 말이야. 지금 연세대는 10명의 김우중보다도 한 명의 정현종과 최인호를 내는 게 훨씬 나은 거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좋은 인재들이 경영학과와 법학과에 가서 계속 죽어버릴 텐데, 그래도 기부금 입학제 안할 거야?”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해도 그 혜택은 일부 대학에만 돌아갈 것이고, 돈을 내고 대학에 들어간다고 할 때 서민들의 박탈감은 더 커지지 않을까요.

    “사회적 위화감이 우리 사회에서 참 중요하지만, 그것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진짜 일류를 키우는 거야. 진정한 일류를 키우지 않으면 위화감은 더 커져. 일류를 키워서 2류 3류 4류 5류가 먹고 살도록 만들어주라 이 말이야. 2류 3류 4류 5류는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어렵거든. 인재를 키워서 일류로 도약하면 사회적 위화감이 훨씬 줄어들 텐데, 사람들은 무조건 위화감을 강조한단 말이야.”

    고교평준화 문제는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평준화는 개인의 능력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평준화를 해제할 경우 가뜩이나 치열한 입시경쟁이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고교평준화 제도는 1970년대 초, 그러니까 박정희 전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서 평준화 제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1970년대 초는 우리가 한참 산업화하면서 제조업이 번성해갈 때잖아. 그러니까 초등학교부터 경쟁해서는 안되고 대학입학 때만 경쟁하자는 취지였는데,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괜찮은 제도였어.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나갔어. 지금은 지식기반 사회라서 1970∼80년대에 배운 지식으로는 견딜 수가 없어.

    옛날에는 평균적인 게 살아남던 시대니까 평준화가 오히려 기능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월성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는 시대니까 역기능이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 학교성적이 뛰어난 학생은 뛰어난 대로 길러야 하고, 학교성적이 모자라면 다른 부분에서 최고로 길러야 하는 거지. 그렇게 하려면 평준화를 하루 빨리 풀어야겠지.”

    ―평준화를 해제할 경우 고교입시가 과열되지 않겠습니까.

    “특성화 학교는 그것대로, 평균적인 학생들이 가는 공립학교는 공립학교대로,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대로, 이렇게 다양하게 펼쳐놓으면 되잖아. 그게 뭐가 두렵단 말이야. 그건 그거대로 좋게 받아들여야지. 부모가 생각해서 ‘아 이놈은 A라는 특수고에 가겠다’ 싶으면 보내는 거고, ‘이 놈은 아무리 가르쳐도 될 놈이 아니다’ 싶으면 공립학교에 보내는면 되잖아. 그걸 왜 국가가 나서서 하지 말라고 하느냐 이 말이야. 이미 국가는 그런 능력을 상실했고 그럴 권한도 없는데….”

    송교수는 2002년 6월 정년 퇴임한다. 그는 은퇴하는 순간부터 모든 대외활동을 접고 ‘사서오경’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한다. 송교수는 이미 ‘동양적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논어’를 새롭게 분석한 책을 발표했는데, 앞으로 5년 동안 ‘맹자’ ‘중용’ ‘대학’ ‘주역’을 계속해서 펴낼 예정이다. 송교수는 이 작업을 통해 단순히 훈고학적 뜻풀이가 아닌 현대적 고증학을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신명을 내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면, 송교수는 인생의 마지막 길목에서 최고의 기세를 유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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