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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학벌이냐, 실력이냐

名門은 있되, 패거리는 없다

외국의 학벌문화

  • 홍훈 < 연세대 교수(경제학·학벌없는사회 대표) > hoonhong@base.yonsei.ac.kr

名門은 있되, 패거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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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다가 대학에서는 적당히 학점을 따는 데 비해 선진국 대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더 열심히 공부한다. 그것은 선진국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사회에서 졸업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변호사나 회계사 시험이 한국에 비해 쉽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변호사나 회계사는 어려운 자격시험에 합격함으로써 명성을 얻는 게 아니라, 시장경쟁을 통해 실적을 올림으로써 평가받는다.

미국에서는 특정 대학이 모든 전공에서 일정한 서열을 유지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어떤 대학이 경제학에서 우위라면, 다른 대학은 정치학에서 앞서간다. 어떤 대학이 인문사회 부문에 중점을 둔다면, 다른 대학은 공학에 치중한다. 적어도 인문사회과학의 경우 대학마다 나름대로의 학파 혹은 학풍을 지니고 있으며, 많은 대학들이 이것을 자랑스런 전통으로 여긴다. 경제학을 예로 들자면 동부의 사립대학들은 정부개입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입장이고, 중부의 시카고대학 등은 철저한 자유방임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순위가 전공별로 다르고 각 대학이 나름대로 전통을 유지하는 것은 특정 종합대학에 대한 평가가 ‘하향식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교수 전공 단과대학에 대한 평가가 쌓여서 ‘상향식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은 미국에 대학서열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도 올림픽에서 메달의 숫자로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철저한 서열에 잘 길들여져 있다.

미국 대학들은 신입생을 뽑을 때 획일화된 입시점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미국도 우리나라의 수능성적과 비슷한 SAT 점수를 기본으로 하지만, 여기에 절대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적성이나 중·고등학교 과외활동 등을 감안해 학생의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미국 고등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퀴즈대회 스타일의 암기용 지식이 아니라, 건전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과 전공학습에 필요한 기초지식이다.



미국의 대학서열은 느슨하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또한 서열은 신입생 평가에 의존하지 않으며, 평가 자체도 SAT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고교생들에게 입시성적이란 명확하게 존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처럼 절박한 것도 아니다.

미국의 서열은 모든 대학들을 빠짐없이 줄 세우는 방식이 아니며, 그것이 수시로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 한국의 대학서열, 특히 상위권 대학의 서열은 지난 수십 년간 거의 변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각 대학의 사회적 명성, 교수들에 대한 평가, 졸업생들의 사회진출 등이 모두 대학입학 당시 신입생들의 성적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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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훈 < 연세대 교수(경제학·학벌없는사회 대표) > hoonhong@ba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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