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현재 200개에 이르는 4년제 대학이 있다. 150여 개의 전문대학까지 합치면 350개가 넘는 대학이 고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이름을 알고 있는 대학을 몇 개쯤 적을 수 있을까. 아마도 유명한 몇 개 대학의 이름을 쓸 수 있을 것이고, 광역자치단체마다 하나씩은 있음직한 지명(地名)을 붙인 대학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나서 생각나는 대학이 몇이나 될까.
김포발 포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위덕(威德)대학교, 이름만으로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대학이다. 위덕대로 향하게 된 것은 ‘짧은 시간에 대학의 비전을 세우고 안정적인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대학’이라는 전언 때문이었다. 또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학이라는 명성도 간혹 들을 수 있었다.
기내(機內)에 비치된 신문을 펼쳐보았다. ‘대학 신입생들, 취업유망학과 선호현상 뚜렷’이란 제목이 눈에 띈다. 요 몇 년째 계속되는 추세지만, 올해도 4년제 대학보다는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학의 경쟁률이 훨씬 높아졌단다. 다른 면에는 구직현황판을 근심스럽게 살펴보는 한 학생을 찍은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청년 실업’이라 일컫는 대졸 미취업자 문제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물론 교육도 일종의 서비스산업이라고 할 수 있고, 학생은 이 서비스의 소비자인지라 투자의 대가를 ‘취업’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대학 교육의 모든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지방의 한 신생대학을 취재한 적이 있다. 개교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그 대학은 설립자의 족벌경영과 무리한 팽창으로 심각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었다. 학교의 내막을 살펴보다‘교육당국은 어째서 이러한 대학에도 허가를 내주었나’ 의구심마저 들었다. 결국 그 대학에는 관선이사가 파견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교조치가 내려졌다.
이듬해에 그 대학 총학생회장을 다시만났다. 바로 얼마 전까지 ‘재단비리척결’이라고 쓴 머리띠를 둘러매고 투쟁하던 그 학생은, 이젠 ‘학교를 살리자’고 주장하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대학경영진만 교체했으면 됐지 학교까지 없애서야 되겠냐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요즘도 지방의 사립대학이라면 ‘혹시 재정이 부실하지는 않을까’ ‘일단 간판만 내걸고 보자는 대학은 아닐까’ ‘누가 무슨 생각으로 세웠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위덕대학교는 경주시 강동면에 위치해 있다. 대학이 문을 연 것은 지난 1996년. 올해로 개교 7년째 되는 ‘신생(新生)’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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