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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공개

홍지선 KOTRA 북한실장의 대북 밀사 10년 X파일

YS의 오기, 김현철의 농단, 허수아비 협상팀, 배짱부리는 북한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hoon@donga.com

홍지선 KOTRA 북한실장의 대북 밀사 10년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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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민경 총사장 최수진씨 중계 대북 쌀 지원 성사
  • ●김현철 라인과 연결돼 베이징에서 활개치고 다닌 비선 에이전트들
  • ●지방선거에 이기기 위해 개입한 김현철 세력, “이석채 차관을 대표로 하라”
  • ●신변보호각서도 없고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출항한 씨아펙스호
  • ●6월25일 간신히 쌀 제공 계약서 작성한 후 곧바로 씨아펙스호 출항시켜
  • ●삼선비너스호 억류사건 때 이석채 차관 북한에 사과문 보내
  • ●안기부, 권영해 파와 김기섭 파로 양분
  • ●홍지선, 북한의 김문성과 북한 무역관 설치 의향서 체결
  • ●북한의 유령조직과 협상해온 한국 정부 대표단
9월19일부터 한국은 장기 저리차관의 형태로 북한에 40만t의 쌀을 지원한다. 한국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인 1995년 6월25일부터 15만t의 쌀을 무상으로 북한에 지원한 바 있으므로, 이번 지원은 7년 만에 이뤄진 두 번째 직접 쌀 지원에 해당한다. 이번 지원은, 남북의 정부기관인 재정경제부와 국가계획위원회의 차관급 인사가 서명한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합의문’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기관간에 합의가 이뤄졌으므로 이번에 지원되는 쌀포대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원산지가 표시된다.

홍지선 KOTRA 북한실장의 대북 밀사 10년 X파일
그러나 1995년에는 남북 정부 대표간에 서명한 합의서가 없었다. 단지 한국에서는 차관급 정부 대표가 서명했으나 북한에서는 공식 정부기관이 아닌 외곽기관의 대표가 그 기관에 없는 직함을 사용해 서명했을 뿐이다. 북한에 지원한 쌀포대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원산지도 표기하지 못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한국 정부는 실체가 모호한 북한의 유령기관과 협상해 ‘누가 주는지도 모르게’ 15만t의 쌀을 무상으로 지원한 것이다. 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을까.

당시 대한민국 정부를 대신해 북한에 15만t의 쌀을 보내준 것은 정부투자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였고, 실무자는 이 회사의 홍지선(洪之璿·57) 북한실장이었다. 홍실장은 무려 9년간 KOTRA 북한실장으로 근무하며 대북 쌀지원을 비롯한 숱한 대북 사업을 추진해왔다. 최근까지도 북한에 KOTRA 무역관을 개설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추진해왔는데, 그는 9월16일자로 KOTRA에서 퇴직했다.

1980년대 후반 한국 정부는 동유럽 국가를 시작으로 소련·중국과 국교를 맺는 북방정책을 펼친 바 있다. 수교를 맺기 전 한국은 이 나라에 KOTRA 무역관을 개설하는 데 성공했다. 동유럽과 소련·중국에 무역관을 개설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한 사람이 홍실장이다. 1990년 중국 무역관 설치를 끝으로 한숨을 돌린 그는 1993년 북한실장이 돼 최근까지 북한에 KOTRA 무역관을 개설하는 일을 비밀리에 추진했다.

남북문제는 팔팔 뛰는 ‘生物’



북한실장 재임중 그의 별명은 ‘자물통’이었다. 북한문제를 다루는 기자 치고 홍실장에게 접근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홍실장은 남북문제를 묻는 질문에 “모르겠는데”로 일관했다. 그리고 한참 지나면 지나가는 말로 한두 개 힌트를 던져주었다. 그 다음부터는 퍼즐 맞추기처럼 기자 스스로 취재력을 발휘해 남북관계를 추적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그가 1995년 대북 쌀지원의 모든 것을 밝힌 것이다. 서울대 사학과(66학번) 출신인 홍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남북문제는 온 국민과 관계된 것이라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남북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문제에는 ‘공작’ 분야가 적지 않으므로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랬을 것이다’는 가상현실을 만들어, 자기 마음대로 의견과 논리를 꿰맞춰 자기만의 남북관과 통일관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주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면 현실과 맞지 않아 남북관계는 삐걱거리게 된다. 이것이 남북문제를 힘들게 한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다.

남북문제는 결코 간단한 주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그 운동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활발하게 살아있는 ‘생물(生物)’이 남북문제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주제일수록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과거를 정확히 기록하고 우리의 오류를 정직하게 분석할 때, ‘팔팔 뛰는’ 남북문제를 제어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길 수 있다.”

홍실장은 1995년 쌀지원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소상히 밝혔다. 여기에 당시의 자료와 다른 관계자의 증언을 추가해 1995년 쌀지원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재구성한다. 북한에 KOTRA 무역관을 설치하려는 노력은 홍실장의 증언을 토대로 정리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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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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