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발대는 기차를 타고 북·러 국경선에 있는 두만강역을 거쳐 러시아의 하산역으로 넘어왔다. 이후 선발대는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과 함께 김위원장의 방문지를 미리 돌며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일정을 조정했다. 기자는 이 선발대와 접촉한 한 인사를 통해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러 일정과 북·러 회담의 전말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수호이 27기 공장 견학
김정일 위원장은 8월20일 오전, 북·러 접경도시인 하산역에 도착해서 절친한 콘스탄틴 폴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구 전권대표의 영접을 받으며 방러 일정을 시작했다. 김위원장은 둘째날인 8월21일 군수산업도시인 콤소몰스크 나 아무르로 향했다. 그는 이곳에서 수호이 27전투기 공장(KNAAPO)을 2시간30분 동안 견학했다. 전투기공장에서 김위원장은 설계-조립-프레스 등 주요 부서를 돌아보았다. 그는 수호이 27기 조종석에 직접 올라 주요 기기 작동 방법과 성능을 묻고 부품을 눈여겨 살피기도 했다.
전투기 공장 견학을 끝낸 김위원장 일행은 아무르스키 조선소를 방문해서 건조중인 디젤 잠수함 바르샤반카를 시찰했다. 일행은 이날 저녁 아무르강 샤르골섬에 있는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야영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김위원장은 러시아 어린이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러시아 청소년과 기념촬영을 한 뒤, 러시아 어린이 100명을 북한에 초청했다.

지난 8월23일 열린 북러정상회담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시내로 다시 돌아온 김위원장 일행은 ‘아모르 카벨’이라는 통신케이블 공장에 들렀다. 이곳은 수중케이블을 만드는 곳이다. 이 공장에서 김위원장 일행은 전기 케이블 기술 제휴문제를 협의했다. 아모르 카벨에서는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행은 이어 하바로프스크 시내에 있는 ‘김유경 거리’를 방문했다. 김유경 장군은 항일빨치산 활동을 벌인 독립운동가다. 김위원장 일행은 아무르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러시아정교회 성 이노켄트 이르추크 교회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