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8월21일 오후 2시,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주의 하이라얼(海拉爾) 역. 좁은 대합실 안에서 나는 한국말로 그렇게 외쳤다. 그래도 중국 공안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순순히 손을 내밀지 않자 두 명이 달려들어 양쪽에서 팔을 비틀었다.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러고는 수갑을 차지 않으려 반항하는 나를 바닥에 무릎 꿇렸다. “찰칵” 차가운 금속질감이 느껴지면서 수갑이 채워졌다.
“당신들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거야. 재판 끝난 피의자를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야!”
거칠게 항의했지만 이들이 내 말을 알아들을 리 없었다. 곧이어 마치 중대한 범죄인을 다루듯 여러 명의 공안원이 에워싸고 나를 기차에 태웠다. 어이가 없었다. 사실 중국에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인권이 어떻고 떠들어봤자 이들에겐 씨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익히 알고 있다. 좌석에 앉자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그렇다면 내 휴대전화라도 달라.”
그러나 이들은 들은 체도 안했다.
기차가 출발했다. 몇 번을 더 사정하니 그제서야 공안원들은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수갑이 채워진 손으로 우리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대사관 직원은 “왜 그러지? 그러면 안되는데…. 난 담당이 아니니, 언제 어디로 도착하는지 이야기해달라, 메모를 남겨놓겠다”고 했다.
말끝을 흐리는 대답에 화가 났다. ‘그러면 안된다니! 말만 하지 말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정말 대한민국 대사관에 전화를 건 것이 맞나’ 하는 의문이 생겼다. 도착하는 장소와 시간을 대강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지금 한국으로 추방되기 위해 베이징(北京)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착 시간은 내일 밤 10시 정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