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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충무로 전성시대 이끄는 감초 연기자 20인

  • 황희연 lala4@korea.com

“대박? 내 손 안에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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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의 조직 보스 역으로 주가를 올린 안석환은 원래 연극이 좋아 다니던 회사마저 때려치운 저돌적인 연극 마니아였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체에 다니던 어느 날 승부수를 던지듯 연극판으로 뛰어든 것. 그는 딱 5년만 연극무대에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1987년 ‘달라진 저승’이라는 작품에 출연했다. 그러나 애초에 생각했던 ‘시한부 연극인생’은 일찌감치 궤도 수정됐다. 연기에 재능이 많은 그는 ‘칠수와 만수’ ‘마술가게’ ‘고도를 기다리며’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 등의 화제작에 연달아 출연하며 주목받는 연극인으로 거듭났다.

그런 그가 영화와 접속하게 된 것은 우연치 않은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 1992년 ‘명자 아끼꼬 쏘냐’를 준비중이던 이장호 감독은, 우연히 안석환의 연극을 보고 그의 가능성을 알아차렸다. 그는 공연을 막 끝낸 안석환을 찾아가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킨다”며 치켜세웠고, ‘명자 아끼꼬 쏘냐’에 출연할 의사가 없냐고 물었다. 이렇게 해서 안석환은 자신의 배우인생을 바꿔줄 또 하나의 무대에 들어섰다. 물론 무게 있는 조연의 출현을 기다려온 영화계는 안석환의 궤도 수정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안석환· 박광정의 등장



1994년 그는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과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 동시 출연해 겹치는 부분이라곤 전혀 없는 상반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태백산맥’에선 극우파 경찰대장을,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선 색안경을 낀 호모 스타일의 남자를 연기했다. 이후에도 그는 ‘총잡이’ ‘꽃잎’ ‘진짜 사나이’ 등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그중 그의 존재를 제대로 확인시켜준 영화는 없었다.



영화팬들에게 안석환의 이름을 각인시킨 영화는 1997년 개봉된 송능한 감독의 데뷔작 ‘넘버3’. 삼류인생들의 삶을 재기 발랄한 유머로 포착해낸 이 영화에서 안석환은 조직 보스 역을 맡아 감히 넘볼 수 없는 중후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는 멜로와 코미디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채워졌다. ‘실낙원’에서 바람난 아내의 뒤를 쫓는 가부장적인 남편, ‘세기말’에서 요요를 가지고 노는 정체불명 사내, ‘텔미썸딩’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판결을 맡은 검사, 가족을 총동원해 보험 사기극을 벌이는 ‘하면 된다’의 엽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에게 눈독을 들이는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느끼한 단란주점 사장 등. 그는 이들 영화 속에서 매순간 다른 얼굴, 다른 이미지로 돌변했다.

그와 더불어 1990년대 이후 영화계로 건너온 연극인 중 빼놓을 수 없는 조연 캐릭터는 촐싹거리는 이미지가 강한 박광정이다. 그의 영화 데뷔작은 안석환과 마찬가지로 ‘명자 아끼꼬 쏘냐’다. 이후 ‘세상 밖으로’ ‘체인지’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꾸준히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영화에서 박광정이 보여준 이미지는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코믹 캐릭터에 머물렀다. 그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연극판에선 누구보다 진지한 배우이자 실력 있는 연출가로 명성이 자자한 그였지만, 영화계에선 얼굴만 봐도 웃긴 코믹 캐릭터를 넘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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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연 lala4@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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