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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일기

나무만 보고도 숲을 보는 책 읽기 비결

  • 이권우 ·도서평론가 lkw1015@hanmail.net

나무만 보고도 숲을 보는 책 읽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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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이 도서평론이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아무리 평론가 남발시대라곤 하지만 도서평론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못 보았다는 반응이다. 그나마 평소 책이나 출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출판평론가란 말은 들었지만, 도서평론가는 금시초문이라 대꾸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그치면 좋으련만, 때론 호기심이 정도를 넘쳐 “왜 굳이 도서평론가라고 하느냐?”고 물어와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름대로 ‘출판’이란 말 대신 ‘도서’란 말을 붙인 데는 큰 뜻이 있으나, 일일이 답하기가 뭣해 멋쩍은 웃음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도서평론가의 책 읽기

직함 때문에 겪는 곤란은 또 있다. 일주일에 몇 권이나 읽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책 읽기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일반인보다 책을 몇 배 더 읽을 터인데, 그게 도대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추궁에 가까운 질문을 듣다보면 대답을 안할 수 없는데, 나는 그때 보통 100여 권 이상 ‘본다’고 답변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체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 정도는 읽어야지 하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이 정도에서 문답이 끝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분명 한 가지를 더 물었을 텐데, 다행히 은근슬쩍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100권을 읽지 않고 본다고 한 데는 사연이 있다는 얘기다. 생각해보라. 어떻게 일주일에 100권이나 읽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속독법에 능한 사람이라도 불가능한 일이거늘, 스스로 게으름뱅이라 말하는 나에겐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나는 속독을 지독히도 싫어한다. 책을 빨리 읽다니,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책 읽기는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과 같다. 연주자가 함부로 빠르게, 임의대로 높은 음으로 악기를 다뤄서는 안된다. 악보의 표식을 기준으로 연주해야만 한다. 책에도 지은이가 숨겨놓은 표식이 있다. 그것이 ‘점점 빠르게’일 수도 있고, ‘점점 강하게’일 수도 있다. 그 리듬을 타면서 읽어나갈 때 비로소 지은이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눈치채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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