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민노당은 유일한 정책정당"

  • 김진수 jockey@donga.com

    입력2002-10-08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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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민노당은 유일한 정책정당"
    9월8일 민노당 대통령후보선출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권영길(61) 민노당 대표는 이번 대선 출마가 두번째다. 권대표는 언론인 출신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을 지냈고,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국민승리21’의 대통령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대통령후보로서 1997년 15대 대선과 이번 대선의 상황을 비교한다면.

    “민노당으로선 당시와 비교가 안되는 좋은 여건이다. 15대 대선 때는 ‘국민승리21’을 주축으로 모든 진보세력의 결집이 이뤄졌지만, 급조된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의 민노당은 창당한 지 2년이 넘었고 전국에 90여 개의 지구당을 일궈낸 상태다. 이번 대선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민노당은 6·13지선 이후 전국 정당의 반열에 올라 있다.”

    -권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대선후보로서 당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순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2004년 총선에 대비해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서민층을 민노당의 중심부대로 양성하는 데 더 역점을 둔다고 말하고 싶다. 이는 이번 대선의 일차적 목표다. 때문에 중도사퇴는 결코 없을 것이다. 끝까지 간다.”



    -지난 8월21일부터 9월6일까지 민노당 대통령후보 선출 광역지부별 대회를 겸한 전국 민생투어를 마친 것으로 안다. 반응은 어땠나.

    “전국의 파업현장, 농민투쟁 현장, 서민들의 생활현장 등을 주로 다녔다. DJ정권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극대화됐다는 점을 여실히 느꼈다. 불변의 고정 지지층이 있는 영남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서 민노당의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아직도 권대표를 몰라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1997년 대선 때는 권영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투표한 유권자들도 많았다. 당시 선거가 끝나고 여러 지역을 돌면서 유권자들로부터 ‘그런 후보도 있었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초대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이라고 하면 대부분 아는데, 아직 ‘대선후보 권영길’의 인지도는 약한 것 같다. 그러나 6·13 지선 이후 민노당을 모르는 유권자는 없었다.”

    -다른 대선주자 3인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혀달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괄호 밖의 사람’이다. 언급대상에서 제외하겠다. 정상적인 사고범위 내에선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노무현 후보에 대해선, 한때 국민들에게 ‘개혁적 정치인’으로 인식됐는데 그 인식에 부합하는 개혁적 이미지를 그대로 견지하지 못한 게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해주고 싶다. 정몽준 의원은 재벌2세 출신으로 노사화합을 이끌어낼 수 없는 내재적 한계를 지녔으므로 대선후보 자격이 없다고 본다.”

    -한국노총이 독자정당 창당 작업에 나섰는데, 그에 대한 견해는.

    “한국노총은 아직 공식적으로 창당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곧 창당의 목적과 그 정당의 활동영역 및 방향에 대한 입장 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연후에 민노당의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다. 창당되면 민노당과의 합당 제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복수의 상급노동단체(민주노총·한국노총)도 언젠가는 통합돼야 한다. 노동계 내부에 2개의 각기 다른 상급단체가 존재한다는 현실은 그 자체로 비극적이다.”

    -정당보조금을 받게 돼 민노당의 재정상태도 다소 나아졌을 텐데.

    “민노당의 수입이라곤 당원들이 내는 매월 1억6000만원 가량의 당비뿐이다. 물론 6·13지선 이후 정당득표율 5%이상 득표한 당에 대해 전체 정당보조금의 2%를 지급한다는 규정에 따라 창당 이후 처음으로 분기마다 정당보조금 1억3400만원을 지급받는다. 원내 의석을 갖지 못한 군소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기는 민노당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직도 재정은 빈약하다. 15대 대선 때 TV광고방송 비용이 20분에 2억원이었다. 당시 모금운동을 했는데 1억원밖에 걷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1억원어치만 광고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단 한번 10분짜리 내보냈다. 이번 대선에서도 TV 광고는 부담스런 부분이다.”

    -언론계 출신 대통령후보로서 선거보도 행태에 대해 한마디한다면.

    “우리 언론은 항상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정책정당’이 나와야 하고 선거는 ‘정책중심의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선거에 돌입하면 항상 당선 가능성 중심의 경마식 보도와 흥미 위주의 보도로 일관한다. 현재 정책정당은 민노당뿐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민노당을 홀대해왔다.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번 중앙일간지에 단신으로 소개될 정도다. 제3당이 된 지금도 언론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6·13 약진’은 기적과도 같다. 우리 언론의 보도기준이 원칙적으로 잘못돼 있다. 한국정치가 이 지경이 된 것도 언론의 책임이 크다. 언론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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