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일수록 방법은 하나, 진실을 밝혀내는 것뿐이야. 그게 검찰이 사는 길이고 특수부가 사는 길이니까.”
지난 8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굵은 빗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A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때 특수부 검사로 명성을 날린 그의 시선은 청사 정문 앞에 모여든 수백명의 시위대에 머물고 있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울긋불긋한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확성기 소리에 맞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에 항의시위를 벌이러 온 한나라당 의원과 당원들이었다. 시위는 하루 전 불거진, ‘검찰이 민주당측에 정연씨 병역비리 의혹 수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요청했다’는 민주당 이해찬 의원 발언 파문에 따른 것이었다. 시위대는 “이번 수사가 정치공작이었음을 드러낸 증거”라고 외치고 있었다.
수사 시작부터 ‘편파수사’ ‘수사팀 교체’를 주장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던 한나라당으로선 더 없는 호재(好材)였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의 유임 여부를 놓고 관심이 모아졌던 검찰의 8월21일 정기인사도 이의원의 발언 파문에 밀려 하루 연기된 상태였다.
“어차피 특수수사는 외줄타기 같은 거야.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거든. 하지만 정도(正道)를 잊지 않는다면 줄타기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아.”
A검사는 특수수사와 특수부 검사의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수사의 기본 원칙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이른바 ‘병풍(兵風)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영관 부장이 유임되고 난 뒤 한나라당의 반발은 김정길 법무부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제출로까지 치달았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정치권의 대립은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이번 수사의 결론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특수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비롯해 각종 대형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의 중심엔 항상 검찰 특수부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되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한민국 검찰을 대표하는 검찰수사의 핵심, 특수부는 과연 어떤 곳인가.
전국 13개 지방검찰청과 41개 지청 가운데 공식적으로 특수부가 구성돼 있는 곳은 서울지검 특수1·2·3부를 비롯해 인천 수원 대전 대구 부산 울산 창원 광주지검 등 9곳뿐이다. 이들 외에 서울지검 산하 각 지청과 대다수 합의지청에서는 ‘말석 형사부(서열이 제일 낮은 부장이 속한 부서)’가 특수부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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