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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김선겸의 낯선 땅, 낯선 사람

사막에서 느끼는 자유의 향기

인도 자이살메르의 카멜 사파리

사막에서 느끼는 자유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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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서쪽, 파키스탄과 가까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아름다운 고성(古城) 도시 자이살메르가 있다. 타르사막 한가운데 신기루처럼 솟아있는 황금빛 고성은 라지푸트 전사들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채 수백년을 버텨왔다. 자이살메르를 찾는 여행객들은 보너스를 하나 얻을 수 있다. 카멜 사파리(Camel Safari)가 바로 그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으로 떠나는 카멜 사파리는 낯섦으로 인한 두려움보다는 일상의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단조로움의 미학(美學)

필자가 참여한 카멜 사파리의 리더격인 우쿠말은 가난과 삶의 굴레에 지쳐 29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꽤나 낙천적인 사람이다. 그는 물과 음식을 낙타 등에 싣고는 지체없이 타르 사막으로 길을 재촉한다.

혹이 하나뿐인 낙타 등에 올라타는 것은 초보자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낙타가 뒷발부터 일어서기 때문에 자칫 방심하다가는 앞으로 굴러떨어지기 십상이다. 낙타는 발과 다리를 동시에 내밀기 때문에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사막의 캐러밴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작열하듯 내리쬐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낙타와 함께 뒤뚱거리다 보면 간혹 인가가 나타난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보금자리는 흙으로 만든 토담집인 데다, 수도조차 없어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 사용해야 한다. 낙타에서 내려 마을을 돌아보는 동안, 낯선 이방인을 발견한 동네 꼬마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고 아낙들은 문 뒤로 얼굴만 빠끔히 내밀고 쳐다본다.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리라.



타르사막의 풍경은 단조롭다. 듬성듬성 잡목이 삐쭉 솟은 모습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다. 바쁜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무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카멜 사파리의 큰 즐거움. 마치 전쟁을 치르듯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단조로움의 미학이란 참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 자연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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