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공직생활중 필자가 보고 느낀 것을 정밀하게 기록한 게 아니다. 아버지가 시골에서 면장을 지내셨고 주변에 공직자들이 많기 때문에 공직사회를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해왔는데, 막상 청와대 복지노동 수석과 보건복지부장관을 하면서 필자가 정리한 결론은 ‘이래서는 우리나라를 선진경제강국과 복지국가로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회를 바탕으로, 정부쇄신 없이는 우리나라에서 어떤 쇄신작업도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서 쓰고자 한다.
그러나 장관은 재임중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는 우리사회의 통념에 어긋나고, 혹시 국정 마무리를 위해 노구를 이끌고 혼신의 힘을 쏟는 김대중 대통령께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버리지 못했다. 또 필자와 함께 밤낮없이 일한 공직자들도 적지 않았고, 필자의 인사쇄신책에 박수를 보냈거나 복지정책 정비, 건보재정대책 등으로 밤샘작업을 예사로 한 ‘공직사회 보배’들의 사기를 꺾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년5개월간의 공직경험을 정리하지 않은 채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우리사회 발전과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도 타당하다. 공직자들도 이 글을 다 읽고나면 필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진심을 알 것이고, 그렇게 변해야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는 상식적 진리를 갖고 있으리라 믿으며 정부쇄신론을 시작한다.
월드컵경기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일체감과 자신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정치권의 끝 모를 정쟁과 70년 만에 쏟아진 폭우의 상처만 고통스럽게 남아있다.
우리가 이런 내환(內患)에 허덕이고 있는 동안 바로 이웃한 거대한 대륙 중국은 꿈틀대는 수준을 넘어 무서운 태풍이 되어 세계경제의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중수교 초기 ‘한국의 1960년대’라는 평가를 받았던 중국은 국가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조치와 섬세한 관리를 함으로써 어느새 ‘한국의 1990년대’로 다가왔다. 특히 IT와 섬유·조선·철강분야에서는 수년 안에 한국을 앞지를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물론 필자는 중국의 이런 비약적 발전을 우려하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환영하고 격려해마지 않는다. 그들의 노력과 실력으로 쟁취한 ‘오늘의 중국’을 세계의 어느 누가 질시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중국지도부가 선택한 개혁개방노선과 발전전략, 경제·사회 각 부문에 걸친 치밀한 계획과 단호한 실천이 만들어낸 값진 열매이므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중국의 내일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숱한 내부 모순과 한계, 약점을 갖고 있다. 중국지도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조건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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