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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부패방지위원회, ‘꿩 잡는 매’인가 ‘또 다른 권력기구’인가

  • 황일도 shamora@donga.com

기로에 선 부패방지위원회, ‘꿩 잡는 매’인가 ‘또 다른 권력기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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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14일 법원은 부패방지위원회가 제출한 전직 검찰총장과 현직 검사 비리의혹사건에 대한
  •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사건을 둘러싸고 부패방지위원회와 검찰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 벌였지만, 검찰의 불기소결정에 이어 재정신청마저 기각되면서 부방위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 왜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시련을 겪고 있는 부방위의 앞날은?
기로에 선 부패방지위원회, ‘꿩 잡는 매’인가 ‘또 다른 권력기구’인가

'전쟁의 시작.' 강철규 부방위 위원장이 지난 3월30일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고위공직자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시티타워빌딩 17층. ‘Corruption Zero’라는 슬로건이 붙어있는 보안 유리문을 지나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에 들어서면 왼쪽 모퉁이에 법무관리관실이 자리잡고 있다. 직제에는 검사 한 사람이 정원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두 명의 검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발사건 이후로는 법무관리관실을 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졌죠. 아무래도 껄끄러우니까요. 특히 심사관련 내용은 절대 상의하지 않게 됐어요. 전에는 간혹 ‘이런 게 있는데요’ 하고 묻기도 했는데….”

심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방위 실무자의 말이다. 정식출범 전인 준비단 시절부터 검사가 부방위에 와 있는 것에 이의제기가 적지 않았다는 것. 사건심사와 관련해서는 결제를 거치지 않는 것으로 업무 분담이 이루어졌지만 “검찰이 부방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낸 거 아니냐”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대놓고 “곧 돌아갈 검사가 ‘친정’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는가. 부방위가 검찰을 견제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며 당장 직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참 박 터지게 싸우고 있는 곳에 검사가 와 있으니 모양새가 안 좋죠. 검찰 쪽에서도 말이 있는 모양입디다. 서운하다는 거죠.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 전직 ‘넘버1’이 고발 당하는 것도 못 막고’ 그랬다는 겁니다. 언젠가는 돌려 보내야죠. 고발사건 기각 이후로는 아마 (부방위 간부들) 대부분 생각이 비슷할 겁니다.”

부방위 한 간부의 말이다.



‘비리사건’ vs ‘인권침해’

지난 3월30일 부방위 대회의실. 연락을 받고 모여든 수십 명의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 강철규 위원장이 긴장된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사정기관 전현직 고위관계자 두 사람과 헌법기관 장관급 인사의 비리혐의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1월25일 부방위가 출범한 이래 두 달 만에 건져올린 ‘첫 작품’이었다. 사정기관이란 다름아닌 검찰. 고발된 이는 전직 검찰총장과 현직 검사였다. 5개월에 걸친 ‘부패방지위원회’ 대 ‘대한민국 검찰’의 기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두 검찰관계자에 대한 고발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당시 지방에서 근무하던 A검사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B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으며, 인사청탁을 위해 B씨를 시켜 총장이었던 C씨에게 수천 만원짜리 카펫을 전달했다는 것.

그러나 이튿날부터 “법조계에서 이번 고발의 내용이나 절차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A검사는 “나와 C 전 총장에 대한 신고는 부동산조합 동업자 두 사람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그 중 한 사람이 B씨다. 두 동업자 모두 검찰에 구속된 적이 있는데, B씨의 반대쪽에서 자신이 구속된 것이 내 압력 때문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신고한 것도 그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의적인 음해일 뿐 C 전 총장에게 카펫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C 전 총장 역시 “카펫이 왔던 건 사실이지만 다음날 바로 돌려줬다”며 고발내용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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