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전자가 전환된 복제돼지가 태어났다. 올해 3월부터 계속된 사산(死産)의 아픔을 겪은 후 은백색 털을 입은 예쁜 모습으로 말이다. 기자들의 자율적 엠바고(보도유예) 상태에서 대표로 취재에 참여했던 여기자의 입에서는 연신 “너무 귀엽고 신비하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정성스럽게 전신을 닦아주고 근심 어리게 지켜보는 연구팀에게 녀석은 수줍은 양 살며시 눈을 떠 보였다. 조금 지나 네 발로 일어서고 초유를 맛있게 마셔대기까지 했다. 기운을 차리고 나자 “꾸액 꾸액” 하며 제법 우렁찬 신고식까지 해냈다.

1999년 국내 첫 복제소인 ‘영롱이’가 태어나면서 어렵사리 구축된 우리의 복제기술은 바이오 의료혁명을 향해 닻을 올렸다. 앞으로 5년 이내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녹아웃 복제돼지 생산, 7년 이내 원숭이에 시험적 장기이식, 10년 이내 말기환자에 대한 임상적용, 15년 만에 완전실용화 달성. 우리 연구팀의 야심에 찬 청사진에 대해 적지 않은 ‘석학’들이 과대망상이라거나 무지개꿈이라고 하였다. 과연 그것이 이루기 어려운 꿈일까?
의학자들은 21세기를 세포치료와 장기이식기술에 따른 의료혁명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교통사고, 유전적 요인, 그리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장기를 기증받거나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여 이런 환자에게 부착시키는 것을 장기이식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