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특수부대 동원해 CIA 비밀공작에도 개입

‘람보’ 美 국방부의 ‘테러와의 전쟁’ 극비 프로젝트

  • 최영재 cyj@donga.com

    입력2002-10-10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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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국방부는 CIA의 고유영역이던 해외 공작업무를 넘보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진행하면서 고도로 조직화된 알 카에다 조직원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문제는 그런 작전이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채 해당 국가의 승인도 받지 않고 특수부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는 한반도에서 위기가 높아지면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 이런 위험한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도널드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미국의 특수작전부대(American Special Operation Force) 역할을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가령 알 카에다 지도자를 체포하고 살해하기 위하여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부대를 파견하는 작전을 들 수 있다.

    문제는 아무 나라에나 특수부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미국 정부가 제3세계에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위협하는 요인을 암살하고 체포하는 작전을 진행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CIA의 비밀요원이 나서거나 대리인을 고용해서 실행하던 작전이었다. 미 국방부가 나서겠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수부대 동원해 CIA 비밀공작에도 개입

    \'람보\' 美 국방부의 \'테러와의 전쟁\' 극비 프로젝트

    럼스펠트와 고위 군장교들이 논의하고 있는 이 작전은 결국 미국이 전쟁 상태에 있지 않은 나라들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국가의 승인을 받지 않고 특수부대를 침투하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펜타곤의 장교들은 국경이 없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러한 작전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편 펜타곤 밖의 일부 장교들은 엄격한 법적 통제 아래서 전통적으로 CIA가 수행하던 비밀작전을 군부가 넘보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CIA의 비밀작전은 대통령의 ‘비밀 결정’으로 착수되었는데, 이를 의회가 은밀하게 모니터링했다.

    펜타곤의 논쟁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펜타곤에서는 현재 특수작전부대에 알 카에다 지도자를 개별적으로 체포하고 살해하는 임무를 줄 수 있느냐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은 어떤 면에서 암살을 금하고 있는 대통령 행정명령과의 갈등으로도 볼 수 있다.

    과거 미행정부에서는 특수작전부대가 수행할 전투활동과 CIA의 임무를 명확하게 구별했다. 그러나 그 선은 9·11 이후 테러리즘 대항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미국 정보기관과 군 장교들이 협력하면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겪으면서 CIA와 군 특수부대가 공동으로 행동한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사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럼스펠트 국방장관의 한 고위 자문관은 “우리는 알 카에다와 전쟁 상태에 있다. 우리가 적의 전투원을 발견하면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군부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럼스펠트 장관에게 제출될 이 프로젝트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기 전에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짜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추진된 데는 럼스펠트 국방장관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럼스펠트의 보좌관들은 아프간 군사작전에서 알 카에다를 완전히 뿌리뽑지 못하고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럼스펠트는 여러가지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생각같아서는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어서라도 인접국가에 군부대를 투입해 의심가는 곳을 뒤지고 싶은데,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최근 펜타곤이 특수작전부대사령부에 발급한 기밀 지시에 따르면 “적의 자산을 교란하고 부수기 위하여 최고의 특수부대를 파견한다. 그리고 그 작전 범위와 활동 규모는 기존의 관념을 버리고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따라서 이미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테러리스트 리더를 공격할 때 펜타곤이 준비한 이 프로젝트를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트 장관이 승인하면 자금 증액, 장비 충원, 인원 보충 등 모든 지원책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펜타곤 관계자들의 증언은 이런 방침을 뒷받침하고 있다. 럼스펠트 장관은 특수작전부대의 활동범위를 계속 확장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CIA가 전통적으로 전세계에서 수행하던 비밀 정치정보활동과 공작활동 영역에 군부대를 투입하는 작전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럼스펠트 장관은 9·11테러가 나기 2년 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방 군벌 사령관과 미국과의 유착관계를 처음으로 만든 요원들이 CIA 소속이었던 사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터진 다음, 이 CIA 요원들이 아프간 지방 군벌들을 미군에게 연결해주었다. 그리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벌일 때, 미군에 협조할 수 있도록 지방군벌들을 매수한 기관도 CIA였다.

    럼스펠트의 불만에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은 과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판 스팅어 미사일을 도로 사들여야만 했다. 그런데 이 작업이 지체된 것이다. 여기에는 현금이 필요했고, 이를 집행하는 기관이 CIA였다.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에게는 이런 현금 결제 능력이 없었다.

    CIA도 반대 않는다

    실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펜타곤 소속의 특수부대와 CIA의 협조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펜타곤과 CIA는 상부 지시 아래 긴밀한 공조 작전을 강행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두 기관 사이의 알력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한 스팅어 미사일 구매 건이었다.

    한편 의외로 조지 터넷 CIA국장은 국방부의 이런 프로젝트를 그다지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IA측은 펜타곤 관리 한 사람이 군특수부대와 CIA간의 새로운 협력지침을 작성하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 추진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미군 특수부대와 CIA간의 협력작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수부대는 CIA가 이끄는 작전에 여러 차례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베트남전 당시 여러 작전들이 대표적인 예다. 미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의 전통적인 작전 임무는 미국과 목표가 같은 외국군이나 게릴라 집단을 훈련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CIA의 고유 임무와 겹치는 것이다.

    현재 펜타곤이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특수부대와 CIA의 협조관계를 ‘공식화’하고 특수부대가 정보수집과 ‘직접 행동’에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펜타곤측은 이런 작전에서 ‘치명적인 힘’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 국방부와 행정부의 관리들은 ‘국방부 소속 특수부대가 맡게 될 새로운 임무는 안가에 숨어 있거나 테러작전을 지도하거나 숨을 곳을 찾기 위해 전세계를 여행중인 테러리스트를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밝힌다.

    그러면 이런 작전을 직접 맡을 특수부대는 어떤 병력일까? 미국 군부에는 반테러리즘을 목적으로 하는 비밀 그룹 2개가 있다. 그 하나는 델타포스(Delta Force)다. 이 부대는 Combat Applica tions Group이라고도 하며 Army Special Operation으로도 불린다. 주로 해외에서 대사관이나 항공기 인질 구출작전, 마약 및 핵물질 밀매단 와해 작전을 펼친다. 델타포스는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 훈련을 하고 있으며, 모든 민간 항공기의 구조와 특징을 파악하고 있다.

    델타포스의 대원들은 또 유럽 및 기타 외국의 주요도시를 방문해 예상되는 공격 목표에 대한 정찰도 하고 있다. 그만큼 외국의 생소한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특수부대 동원해 CIA 비밀공작에도 개입

    적진에 낙하산으로 침투하는 특수부대 요원들

    또 다른 팀은 SEAL Team 6·Development Group으로 불리는 Naval Special Warfare 부대다. 해상(Sea), 항공(Air), 육상(Land)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만들어진 SEAL은 1962년 1월1일 케네디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창설된 미 해군 특수부대다. 이 단어들은 이 부대가 침투 가능한 경로를 일컫는다. SEAL의 고유업무는 해상·항공·육상을 통해 입체적으로 침투, 적의 상황을 관찰하고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해안기지나 항만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 부대원들은 스쿠버다이빙과 낙하산, 항해와 폭약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이들 특수부대 요원들이 사용하는 무기나 장비는 그야말로 최첨단 제품이다. 먼저 이중총열 소총은 20mm 유탄을 사용하는데, 이 유탄은 800m 이상 날아가 목표물 위에서 폭발한다. 이 소총은 특히 차량 뒤에 숨은 적까지 추적해 사살할 수 있다. 소총뿐만 아니다. 총열 위에는 첨단 레이저 유도시스템이 달려 있다.

    헬멧에는 야간에도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수 있는 적외선 투시장치 및 인공위성과 직접 연결되는 통신기까지 달려 있다. 대원들은 손목에 소형 키보드도 차고 있다. 이 키보드는 동료대원들에게 말하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미 군부는 이들 부대의 존재를 긍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펜타곤의 한 장교는 “이 부대 요원들은 하루 24시간 세계 어디서도 동원 가능하다. 이들은 근접 전투와 대량파괴무기가 포진된 특수한 상황을 다룰 수 있도록 특화된 기술로 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전직 CIA의 한 변호사는 “특수부대의 비밀 활동은 미국 국익과 관련된 해외 활동이다. 아마 이 활동은 해당지역의 정치·경제·군사적 상황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은밀히 작전을 수행한 미국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도 확인도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수년 전에 미 국무부의 한 변호사가 미군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이 델타포스에게 해외에서 테러리스트를 체포하여 미국으로 송환하라고 명령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서를 발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최고사령관으로서 독단적으로 그런 작전을 펴는 것을 뒷받침하는 법리는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의회가 받아들일 지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알 카에다와 지구상에 퍼져 있는 테러리스트, 그 지원국가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중요한 표적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즉시 현장에 달려가서 대응할 전투부대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투부대는 테러리스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리는 “알 카에다처럼 세계를 무대로 은밀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적은 미국의 대응에 재빨리 적응하기 때문에 군대도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리는 또 “지금 우리가 작전에 들어가려면 그 이전에 넘어야 할 수많은 내부 장벽이 있다. 18개의 먹이사슬, 20단계의 서류작업, 22곳의 어려운 관문 등 관료화된 의사결정 구조가 그것이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합중국 특수작전 사령부 책임자인 찰스 R 홀렌드는 럼스펠트 장관 등으로 구성된 국방부의 극소수 그룹에 이 프로젝트의 초기 구상을 브리핑했다. 이 구상에 따르면 특수부대는 해당 전쟁구역 사령관의 지휘를 받기도 하지만, 특수작전사령부가 전세계를 무대로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리들은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군으로서는 새로운 국면이 열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특수부대가 펼친 작전은 탈레반 정부를 뒤집고, 알카에다를 패주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펜타곤과 군 관리들은 이 엘리트 특수부대 요원들이 너무 전통적인 임무에 묶여있다고 푸념한다. 이들은 특수부대가 수행한 적 전투원과 무기 은닉처 소탕작전을 거론한다. 아직도 이런 작전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많이 들고 소모적이라는 것이다. 특수부대의 능력은 이보다 뛰어나니 활동영역을 더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통과 논란 예상

    미 국방부의 이런 프로젝트가 의회에서 통과되려면 많은 논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미국은 전세계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들이 앞으로 전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자국 군법에 따라 개별 병사를 처벌한 적은 있지만 국제법에 따라 미군 병사의 전쟁 범죄를 국가 차원에서 공식 인정하고 배상한 사례가 없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런 배상 요구를 미국 국익과 세계 전략을 해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미국은 1998년 로마에서 국제형사재판소가 설립되었을 때 가입하지도 않았다. 한국전쟁 기간에 일어난 노근리 사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노근리 문제는 미국의 이런 선례에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만약 미국의 비밀 특수부대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3국의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파괴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테러와의 전쟁을 한다는 명분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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