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유머와 찬사에 안 넘어오는 여자 없었다”

1000여 명 여성과 섹스 즐긴 카사노바의 체험 고백

  • 김순희

    입력2002-10-10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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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칭 ‘시티 헌터’인 한국판 카사노바 박아무개씨.
    • 10년간 1000명의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는 그의 섹스 행각은 비록 병적인 측면이 있지만 요즘의 성풍속도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좀처럼 믿기지 않는 화려한 여성편력기를 인터넷에 연재해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판 카사노바 박아무개씨. 자칭 ‘시티 헌터’인 그의 족적은 1999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성체험 수기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그는 현재 시티 헌터(city hunter·도시의 사냥꾼)’에서 따온 ‘씨리’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1000명의 여자를 섭렵할 수 있었을까. 9월6일, 그 남자 씨리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잘생긴 남자’일 거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175cm 정도로 성인 남성 평균치보다 약간 큰 키를 제외하면 ‘여자 사냥의 대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알마니’ 면바지에, 같은 상표의 옅은 녹색 면 티셔츠 차림에 ‘베르사체’ 선글라스 등 꾸미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손에 든 가방과 신발도 ‘프라다’였다. 도시의 사냥꾼답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옷을 제외하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그는 ‘사냥’을 위해 무장하는 데 총 250만원쯤 투자했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평범하게 생겼네요.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장동건처럼 잘생겼다면 여자들이 나를 끝까지 쫓아다녔지 가만 놔두겠어요? 그리고 너무 못생겼다면 여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요. 그저 부담 없이 생긴 덕분에 많은 여자들에게 ‘작업’(그는 여자를 유혹하는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이 가능했습니다.”



    -명품으로 무장한 이유는.

    “작업에 들어가는 데 다 필요한 수단입니다. 명품은 비싼 만큼 제 값을 톡톡히 하거든요. 제가 원래 명품을 좋아하거나 명품만을 고집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여자들이 ‘미끼’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한 거죠. 명품을 싫어하는 여자는 아직까지 못 봤어요. 처음 만난 여자들은 제가 입은 옷이나 소품들을 안 보는 척 하면서도 힐끔힐끔 상표를 확인하곤 해요. ‘어머, 우리 오빠랑 똑같은 신발이네요’라고 말하면 작업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자들은 돈 있어 보이고 세련되고 매너 좋은 남자에게 쉽게 넘어오더라고요.”

    -여자를 처음 만나면 첫인사를 어떻게 건네나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여자를 사로잡는 것은 ‘첫인사’ 한마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 저는 처음에 무슨 연예인이 오는 줄 알았어요’ 하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일단 끌려들어 와요. 좀 못생긴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약간은 비위가 상하지만(웃음) 저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사를 건네면 상대방은 웃음을 머금고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화답을 합니다. 상대방에 따라서는 ‘야 ×발. 너 너무 이쁘게 생긴 거 아냐’라고 욕을 섞어 쓰기도 하죠. 하지만 여자들은 그 말에 기분 나빠하지 않더라고요.”

    올해 나이 서른셋. 서울에서 태어나 친구와 함께 강남의 31평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씨리, 그는 이미 인터넷상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재야의 유명인이다. 하지만 그의 ‘사냥일기’가 8월말 한 스포츠신문에 소개되면서 자신의 홈페이지(www. cityhunter6969.com)에 접속이 폭주한 탓에 한때 서버가 다운되는가 하면 네티즌들로부터 이메일도 쇄도했다.

    “그렇게 많은 여자를 섭렵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확인성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나도 당신처럼 여자를 꼬실 수 있냐” “당신의 능력을 전수받고 싶다”는 남자들의 질투 어린 문의와 “당신의 섹스 테크닉이 좋은가 보다”며 “한번 확인하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섹스 파트너가 되어 줄 것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메일이 일주일 사이에 1000여 통이 쌓였다고 한다.

    -주로 어떤 사람들로부터 이메일이 왔어요.

    “사실 저도 놀랐어요. ‘인간 같지도 않다’고 손가락질이나 받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기우였어요. 그런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어요. 소위 식자층이랄 수 있는 남자들로부터 ‘한수 배우고 싶다’ ‘풀코스로 대접할 테니 꼭 한번만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메일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 사흘쯤은 남자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메일이 70% 정도였어요. 그 다음부터는 여자들이 보낸 메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여성들은 20대가 많았는데 의외로 30∼40대 주부들도 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20대 여성들은 직접적인 화법으로 ‘한번 자고 싶다’고 하는 반면 주부들은 말을 돌려서 표현하기는 했지만 결국 같은 메시지였어요. 남자들 못지않게 여성들의 반응도 대단하더라고요. 지금은 여성들이 보낸 메일이 60%를 차지하고 있어요. 여성들은 제가 ‘섹스를 할 때 특별한 테크닉이 있어 여자들이 따르는가 보다’ 하고 넘겨짚는 것 같아요.”

    실연의 아픔이 계기

    -메일을 보내온 식자층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가장 놀란 대목은 바로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직업군의 남자들이 저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대학 강사, 의사,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들도 저의 여성편력을 질책하기보다는 오히려 선망의 눈길을 보냈어요. 내재된 성적 욕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지요. ‘열 여자 싫어하는 남자 없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겉으로는 근엄한 척하지만 저를 부러워할 만큼 섹스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긴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해 토론하던 남성들도 술자리가 무르익으면 결국은 여자를 화제로 삼잖아요.”

    그에게 쏟아지는 이메일의 상당수가 식자층이라는 그의 주장은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과장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9월초 검찰이 마약거래상을 쫓는 과정에 입수한 540여 명의 윤락사범 명단을 살펴보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서울지검 마약부(부장 정선태·鄭善太)에 따르면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고 윤락을 알선한 혐의로 구속된 이아무개(48)씨는 2000년 7월부터 생활정보지에 ‘즉석 만남’이라는 광고를 낸 뒤 최근까지 입회비 3만원을 받고 남성회원 429명을 모집, 여성회원 115명과 모두 2900여 회에 걸쳐 윤락행위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피의자 수가 워낙 많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정작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피의자 명단에 중소기업체 사장과 간부, 국·공립대 직원 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사건이 예전에도 심심찮게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식자층에도 자유로운 섹스에 대한 관심이 알게 모르게 퍼져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씨리는 엄격한 부모 아래서 자랐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성에 대해 눈을 떴다. 어느날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자위하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에는 역겨웠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그날 이후 씨리는 자위행위에 ‘입문’했다고 한다.

    “유머와 찬사에 안 넘어오는 여자 없었다”

    그는 "얼굴이 알려지면 부모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얼굴 촬영을 피했다. 카사노바의 \'조언\'에 따르면 여성을 사로잡는 비결은 성적 테크닉이 아니라 재치와 유머다.

    -첫 성관계는 몇 살 때였나요.

    “자위행위를 배운 지 두 달이 지난 후였어요. 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였죠. 후배(중1) 집에 놀러갔다가 함께 살고 있던 후배의 먼 친척뻘인 스물여덟 살 이혼녀에게 동정을 바쳤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 누나에게 강간을 당한 것 같기도 해요.”

    -그런 평범하지 않은 경험이 있은 이후부터 여자를 밝히게 됐나요.

    “아니에요. 저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모범생에 가까운 학생이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남들과 같이 같은 반 여학생도 사귀기 시작했고, 1년에 한번쯤 여자친구가 바뀌었죠. 그리고 여자친구와는 가끔 섹스도 했고요. 재수도 하지 않고 무사히 대학에도 입학했고요.”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사냥’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열아홉 동갑내기인 우리는 캠퍼스 커플로 불리며 2년6개월을 사귀었는데 제가 군에 입대한 후 6주간의 훈련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어요. 날마다 편지를 보냈는데도 답장 한번 없었어요.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떠났죠. 여자친구의 배신에 처음에는 탈영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힘들었어요. 그녀와 연락이 두절되자 엄마에게 면회를 와달라고 부탁을 했죠. 1박2일의 외박이 주어졌지만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어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 수 없는데도 엄마가 운전하는 차의 트렁크에 숨어서 4곳의 검문소를 어렵게 통과한 후 그녀의 집에 도착했죠. 그녀의 입을 통해 새로운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잘 살아’라는 말을 남기고 그녀를 단념했죠. 하지만 그 아픔이 너무 커서 ‘제대만 해봐라. 세상 여자들을 다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속으로 이를 악물었죠. 그리고 제대한 후부터 학업은 뒷전이었고 나이트클럽 등을 전전하며 ‘여자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겁니다.”

    -단지 배신한 여자친구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숱한 여자와의 섹스를 꿈꿨다는 건가요.

    “남들보다 여자를 밝히는 기질이 강하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그 영향이 컸어요.”

    -성관계를 한 여자들이 10년에 걸쳐 1000여 명에 이른다고 알려졌는데, 숫자를 일일이 세보았나요. 많은 사람이 그 숫자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제대하던 해인 1992년 직후에는 하루에 한 명은 기본이었어요. 한달 동안 30명의 여자를 갈아치운 기록도 세웠고, 적어도 사흘에 한번씩은 새로운 여자를 꼬셔서 섹스를 즐겼죠. 1년에 100명 이상을 갈아치운 때가 많았어요. 그 생활을 10여 년 동안 해왔거든요. 1000명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거예요.”

    그가 작업을 벌인 무대는 초기에는 주로 나이트클럽이었다. 이후 록카페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자 나이트클럽과 록카페를 넘나들며 ‘사냥’에 전념했다. 그리고 인터넷이 발달한 이후로는 작업이 훨씬 용이해졌다고. 채팅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은 최상의 작업 공간이었던 것.

    여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외모도, 명품으로 치장한 옷차림도 아닌 여자를 끌어들이는 달콤한 언변. ‘사냥감’의 외모 상태에 따라 적절한 유머를 구사하는 능력까지 겸비한 자신의 말솜씨에 녹아나지 않는 여자는 드물었다는 게 씨리의 주장이다. 그는 작업 대상에 오른 여자 중 95% 정도는 당일치기(하룻밤에 만나서 섹스까지 이뤄지는 경우)로 사냥을 완료했다고 한다.

    -단지 말솜씨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들을 하룻밤에 침대로까지 이끌 수 있나요.

    “말솜씨가 여자를 침대로까지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하지만 딱 꼬집어서 언변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겠죠. 똑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이 여왕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만든 후 박학다식한 유머로 단숨에 휘어잡는 게 중요해요. ‘당신 너무 예쁘게 생긴 거 아니야’ 등의 찬사가 섞인 멘트를 건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경험에 비춰 볼 때 여자들은 재치 있고 유머가 풍부한 남자를 좋아해요.

    침대까지 이끄는 작업의 또 다른 비결은 여자에게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저의 연봉 7000만∼8000만원은 모두 작업 비용으로 들어갑니다. 한때 버는 돈의 절반은 나이트클럽에 바치고 살았어요. 채팅을 통해 여자를 사냥할 수 있게 된 후로는 나이트클럽에서 쓰는 비용이 줄어들었어요. 대신 여자에게 더 많이 투자를 하죠.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면 명품 핸드백을 사주기도 하고 고급 호텔을 이용하기도 하거든요.”

    -헌팅 장소는 주로 어디였습니까.

    “강남을 비롯해 홍익대 근처, 신촌 등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았어요.”

    -여자들이 처음 만난 낯선 남자를 따라서 여관으로 직행한다는 말인가요.

    “작업 초기였던 1990년대 초반에는 ‘당일치기’가 쉽지 않았어요. 여자들이 여관 앞까지 왔다가도 머뭇거리곤 했는데 요즘엔 그렇게 내숭 떠는 여자들이 드물어요. 특히 채팅으로 만난 여성들은 아예 섹스를 목적으로 ‘번개(채팅으로 직접 만나는 것)’를 하기 때문에 하루에 두세 번의 ‘번섹(번개처럼 만나서 섹스를 나눈다는 뜻)’도 가능해요.”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여성과 얼굴도 안보고 채팅을 하며 만나다보니 한번 만났던 상대를 또 만나는 경우도 생긴다고. 관계를 가진 1000여 명 중 두 번 만난 경우는 세 번. 하지만 서로 얼굴을 알아보면 그 자리에서 ‘바이 바이’ 하고 등을 돌린다.

    그동안 그가 쏟아부은 숙박비는 줄잡아 5000여 만원. 웬만한 전셋집을 얻을 만한 비용을 지불한 그는 1998년 이후 강남 한복판에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0평짜리 오피스텔을 구입해 ‘호텔’ 대신 이용하고 있다. 거실에는 분위기에 약한 여자들을 위해 30개의 할로겐등을 설치했다.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31평의 아파트 또한 오피스텔과 더불어 작업의 대미를 장식하는 환락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어 숙박비는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고 한다.

    “유머와 찬사에 안 넘어오는 여자 없었다”

    한국판 카사노바 박씨가 운영하는 성에 관한 인터넷 사이트는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1000여 명의 여성 모두 하룻밤 지내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특별한 느낌이 전해지면 애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동거한 여성도 7명쯤 된다. 1∼2년간의 긴 연애도 있었고, 2∼3개월의 짧은 연애도 있었다. 연애기간 중에도 여자 사냥은 끊이지 않았다. 애인과 헤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바람기 때문이었다.

    애인 있는 주부 많다

    -상대 여성들은 주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었습니까.

    “스튜어디스, 대학강사, 직장인, 대학생, 제가 다니는 직장의 여직원, 길거리에서 만나 직업조차 알 수 없는 여자와 미시족인 주부들까지 다양해요.”

    -주부들도 ‘당일치기’ 섹스에 동의했다는 말인가요.

    “처음에는 주부인 줄 모르고 작업에 들어가죠. 요즘엔 저 같은 전문적인 ‘꾼’조차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처녀 같은 주부들이 많아요. 처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고백을 해서 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종종 있어요. 함께 침대에 누운 대부분의 주부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거나 섹스를 만족스럽게 해주지 못한다고 털어놓는데, 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아요. 제가 경험한 주부의 대다수는 다들 애인을 두고 있더라고요. 하긴 유부남들도 애인 하나쯤은 다 키우고 있는 세상이니 주부들만을 탓할 일은 아니죠. 제가 숱한 여자와 성관계를 가져왔지만 만약 제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한다면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주부들이 바람 피운 남편에 대해 복수하는 심정으로 낯선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다는 건가요.

    “낯선 남자와 섹스를 하게 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주부들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아요.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데도 생면부지의 남자와 섹스를 한다는 게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잖아요. 그래서 ‘내 남편이 나에게 이렇게 잘못을 해서 내가 이런다’며 ‘이러는 나를 이해해달라’는 취지로 남편 험담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어요. 반면에 남편이 실제로 바람을 피워서 속이 곪을 대로 곪은 주부들이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데 나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냐’며 작심하고 맞바람을 피운 경우도 있어요. 이런 주부들은 섹스를 마치고 나면 배신당한 남편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까지 털어놓아요.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보면 금방 알 수 있거든요. 남편이 실제로 바람을 피웠는지 안 피웠는지.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경우에는 말속에 아내가 당하는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나죠. 정숙한 여자도 남편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불륜의 늪으로 빠져들어요.”

    -만났던 주부들은 주로 어떤 부류였나요.

    “생활수준은 대개 중산층으로 고학력자가 많았어요. 주부들은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먹고 살만해야지 다른 곳에 눈을 돌리더라고요. 남편들도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요.”

    -주부들을 만나는 경로는 조금 다른가요.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채팅이나 나이트클럽이었어요. 20∼30대 주부들은 대학에 다닐 때든 직장생활을 할 때든 한번쯤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통해 낯선 남자와 놀아본 짜릿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모르는 남자와 노는 것을 그리 어색하게 여기지 않아요. 한마디로 ‘하루살이’ 인연이 아주 자연스럽게 맺어지죠. 처음엔 처녀라고 속이고 신나게 놀다 침대에서 ‘나는 주부’라고 고백하는 여자가 많아요. 그런데 저와 관계를 가졌던 주부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남편과의 섹스가 원활하지 않다는 거예요.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데도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부부간의 성생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 주부는 9개월 동안 남편과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더라고요. 생각보다 섹스리스 부부가 많다는 데 저도 놀랐어요. 여자들은 섹스에 불만이 있어도 남편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살잖아요. 마치 그게 여자의 미덕인 것처럼요.”

    -성관계를 맺은 후 다시 만나자고 연락하는 주부도 있습니까.

    “어∼휴. 말도 마세요. 스토커의 대부분은 주부들이에요. 특히 성생활이 원활하지 않은 주부일수록 정도가 심해요. 만나자고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요. 이런 주부 스토커를 만나면 얼마나 피곤한지 몰라요.”

    -‘사냥감’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필드(나이트클럽 등 얼굴을 보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는 외모를 철저히 따져요. 까만 피부에 마른 여자를 선호해요. 팔뚝과 발목이 두껍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죠. 청순함보다는 섹시함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가슴은 그리 크지 않고 엉덩이도 안 큰 여자가 좋아요.”

    그는 스스로 만들었다는 ‘콩 점수’ 올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살아가는 목표라고 말한다. ‘콩 점수’란 현재 섹스꾼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그들만의 용어로 ‘몇 명의 여성과 어떻게 섹스를 했느냐’로 콩 점수표를 만든다.

    일반 여성은 1점, 애인이 있는 여성은 2점이다. 작업하기 힘든 종교인이나 연예인 등은 20∼30점이다. 여기에 같이 긴 밤을 보내면(많지는 않지만) 점수는 2배가 된다. 특기할 것은 유부녀가 0.5점밖에 안된다는 점. 가정을 지켜주자는 의미에서 낮은 점수를 적용한단다. 그는 해마다 연초가 되면 콩점수 100점을 올려야겠다고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콩점수는 목표치를 초과해 달성했다. 현재 그의 콩점수는 1600점 정도다.

    -섹스에서도 여성을 다루는 방법이 한 수 위일 것 같은데요. 남들과 다른 독특한 섹스 체위나 방법이 있습니까.

    “하하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자를 침대 위에 눕히기까지 쉽지 않은 작업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것은 스릴 넘치는 일이거든요. 섹스에 별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여자를 최대한 애무해주려고 노력하죠.”

    10%만이 오르가슴 느껴

    -여성들이 침대 위에서 보여준 행동은 주로 어떻습니까.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침대 위에서도 자신의 몸을 보여주기 싫어서 이불을 덮거나 성관계 후 욕실로 갈 때나 씻고 나올 때 수건으로 몸을 가리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처음 만난 남자 앞에서도 훌렁 옷을 벗어 던지고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여성도 있습니다. 전자는 섹스에 소극적인 반면 후자는 아주 적극적이죠. 둘 다 개성이 있어서 어느 여성이 더 좋고 나쁘다고는 말하기 곤란해요. 요즘에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속한 여자가 더 많습니다.”

    변태는 남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는 여자도 가끔 있었다고 한다. 그는 변태적인 성행위가 구미에 당기지만 법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어 트리플섹스(남자 둘에 여자 한 명, 또는 여자 둘에 남자 한 명이 나누는 섹스)나 그룹섹스 등은 아직 자신의 미개척 분야라고 한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이 얼마나 됩니까.

    “섹스는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겁니다. 어느 곳을 어떻게 애무하고 어떤 체위로 하느냐는 하루아침에 길들여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남자는 사정하면 그만이지만 여자는 섹스에 길들여져야만 오르가슴에 도달할 확률이 높습니다. 낯선 남자와 첫번째 섹스에서 오르가슴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실제로 저와 처음 성관계를 맺은 여자들 중 10% 정도만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일부는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않았어도 도달한 척하지만 한눈에 ‘저것은 연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자가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져 숨이 가빠진다든지, 살갗에 소름이 돋기도 하고 등에 땀이 흐르기도 합니다. 얼굴 표정만 봐도 금방 알 수 있거든요. 진짜 오르가슴인지 아닌지를. 오르가슴에 도달한 여자의 얼굴은 연기와는 비교가 안되는 묘한 표정이 나타나거든요.”

    -섹스 시간은 대략 얼마나 됩니까.

    “하여튼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몇 분 동안 했느냐’인 것 같습니다. 전 기본이 한 시간입니다. 단 외모가 맘에 들지 않는 여자와는 10분 만에 끝내기도 합니다. 이 경우 빨리 끝내려고 공을 들이고 일부러 오래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는 뚱뚱한 사람입니다. 그런 여자들은 대부분 성감이 떨어지거든요. 역시 발목이 가는 여자가 섹스도 잘 합니다. 전 주로 술 마신 후에 섹스를 즐깁니다.”

    -따로 하는 운동이 있습니까. 성기 단련이라고 할까요.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운동은 따로 하지 않고 침대에서의 성행위 자체가 곧 운동이죠. 집에서는 늘 아랫도리를 벗고 다녀요.”

    여성 편력기 담은 만화책 출간

    최소한 3개월에 한번씩은 꼭 성병검사를 받는다는 그는 지금까지 성병에 걸린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1995년부터 모 대기업에서 5년 동안 근무할 때도 취미 삼아 섹스를 즐기는 것 외에는 보통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직장생활에 전념했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요즘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금 성에 관해 솔직하고 적나라한 이야기가 오가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9월말에는 자신의 화려한 편력기를 담은 만화책(가제목 ‘씨리의 1000여 유혹’)을 출간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성담론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혹시 사이트를 홍보하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요.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기에 화가 나서 욕을 해줬어요. 정말 기분 나쁜 말이에요. 전 이런 거 안해도 돈 벌 수 있어요. 제가 지난 4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를 통해서 10원 한푼 벌어본 적이 없어요. 무조건 무료였죠. 성담론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일명 ‘콩 스토리’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고요. 인터넷에 올린 제 글을 읽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과 조회 횟수(평균 조회 횟수는 5000∼6000여 회)가 늘어가는 것을 보는 게 저의 가장 큰 즐거움이죠.”

    -그렇다면 만화책을 출간하는 이유는요.

    “책을 내는 것도 그래요. 누구나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갖고 싶어하지 않나요? 인터넷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각양각색의 여성을 유혹했던 비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우연히 제 사이트를 방문한 만화가의 제의에 무릎을 쳤어요. 그렇게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싶었어요. 제가 하는 행동을 숨기지 않고 알리고 싶어요. 또한 제 책이 팔리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을 것 같고요. 전 내숭 떠는 것을 아주 싫어해요. 솔직 담백한 것을 좋아하죠.”

    -스스로 자신이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누가 뭐라고 해도 전 절대 나쁜 놈이 아니에요. 성관계를 미끼로 누구를 협박한 적이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호색가 치고 인간성이 나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서로 느낌이 통해서 성관계를 즐겼을 뿐이에요. 재미있는 성생활을 즐기자는 게 제 삶의 목표입니다. 때로는 이 생활을 접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따르면 결혼해서도 바람 피우지 않고 살 자신이 없어 독신을 고집하고 있어요. 우습게 들리겠지만 저와 결혼할 여자는 정숙한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여자이기를 바라죠.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가정을 꾸리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지만, 글쎄요, 그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네요. 너무 과한 욕심인가요?”

    -자신의 특별한 여성편력을 두고 정신과치료를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지요.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직장생활에서나, 다른 생활에서는 저도 남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단지 섹스를 좀 밝힐 뿐이죠. 그런데 섹스를 밝히는 것은 대다수 남자들의 속성 아닌가요. ‘색마 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남자도 속으로는 저를 무척 부러워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는 밖으로 나와 사진촬영에 응했지만 앞모습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행동이 떳떳치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얼굴이 알려질 경우 부모와 형제들이 받을 충격이 적잖이 클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이트를 새로 오픈하느라 바빠 며칠간 ‘굶었다’는 그는 또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인파 속을 헤집고 유유히 사라졌다.

    “미숙한 이성관에 따른 섹스 중독증”

    신경정신과 전문의 최주연(36) 강남 연정신과의원 원장은 한국판 카사노바 박씨의 ‘여자 사냥’에 대해 “군 입대 후 사귀던 여자친구로부터 배신당한 충격은 ‘핑계’는 될 수 있지만 결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연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보다는 성적인 발달과정에서 여성을 불신하는 계기가 생겨 이후 여성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여성에 대한 이해와 믿음, 나아가 감성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0대 때 일반의 상식 수준을 뛰어 넘은 첫 성관계가 박씨의 여성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최원장의 진단이다.

    “성에 대해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중학교 2학년 때 이루어진 이혼녀와의 성관계가 당시에는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여겨졌을지 몰라도 그의 뇌리에 알게 모르게 성적 수치심으로 각인됐을 겁니다. 무의식중에 여성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잃은 상태에서 군 입대 후 여자친구로부터 버림받자 뇌관처럼 묻혀 있던 여성에 대한 공격성이 살아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연의 아픔이 ‘세상에 있는 모든 여자를 정복하고 말겠다’는 이상심리로 발전한 것이죠. 물론 섹스를 탐닉하는 타고난 기질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성적인 발달과정이 정상적이지 못하면 성인이 됐어도 정신적으로 미숙할 수밖에 없다. 박씨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는 것.

    최원장은 “미숙한 자아가 지배하는 시기인 중학교 2학년 때 형성된 이성관이 여전히 박씨를 지배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나 일종의 섹스중독증에 빠진 박씨의 경우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머니가 여성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에 대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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