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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제 3전선은 동남아시아

미국과 알 카에다의 끝없는 싸움

  • 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테러와의 전쟁’ 제 3전선은 동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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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는 빈 라덴 목소리가 담긴 2분짜리 메시지를 내보냈다. 여기서 빈 라덴은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그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경제적 관심이 걸린 목표물을 겨냥해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10·12 발리 테러는 동남아 반미세력이 빈 라덴의 메시지를 실천에 옮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 투자가들 눈에는 발리 테러사건이 동남아가 결코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로 보일 것이다. 테러사건 직후 인도네시아 증권시장은 무려 9%나 곤두박질쳤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증권시장도 다를 바 없었다.

현재 미 CIA가 파악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알 카에다 조직의 핵심인물은 세 사람.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80년대 아프간 대소항전에서 무자헤딘(이슬람전사)으로 참전했던 리두안 이사무딘(37·‘함발리’로 불리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쿠웨이트 출신으로 지난 6월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된 뒤 미국으로 압송된 오마르 알-파루크, 올해 여름 필리핀에서 체포된 아구스 드위카르나 등이다.

드위카르나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지역에 근거한 이슬람 무장세력 라스카르 준둘라의 고위간부 출신이다. CIA는 함발리나 파루크에 비해 드위카르나의 비중은 처진다고 분석한다.

주목할 인물은 함발리. 그는 알 카에다의 동남아 총책이다. 파루크는 알 카에다와 인도네시아 무장단체의 연락부장쯤으로 보면 된다. 미 CIA는 지난 9월에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 “오마르 알-파루크가 9·11 1주년을 맞아 동남아시아 주재 미 대사관들을 겨냥한 연쇄 폭탄테러를 계획했음을 털어놓았다”는 충격적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체포된 파루크는 처음엔 거의 말을 하지 않다가 9월 들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미 CIA는 파루크로부터 알 카에다의 동남아 조직과 활동상황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루크와는 달리 함발리는 당국의 수배를 비웃으며 잠행중이다.

발리 테러는 미국의 음모?

인도네시아 당국은 처음부터 이렇다할 증거 없이 “10·12 발리 사건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제마 이슬라미야(JI) 짓”이라 못박고 나섰다. 그동안의 정황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슬람 공동체’란 뜻을 지닌 JI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남부(민다나오) 등 동남아 일대에 조직돼 있다. 범 이슬람 국가건설을 목표로 90년대 초에 결성된 JI의 현재 지도자는 아부 바카르 바시르. 바시르는 90년대 초 말레이시아에 머물 무렵부터 알 카에다 요원 함발리와 친하게 지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을 깊이 존경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자신은 발리 테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바시르는 “발리 사건은 미국의 음모”라는 주장마저 편다. 이라크전쟁을 앞두고 이슬람권을 잡겠다는 음모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미 CIA와 인도네시아 정부는 JI가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고, 발리 사건은 “더 많은 미국인을 죽이겠다”는 알 카에다의 목표 아래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바시르를 체포할 경우 과격 회교단체들이 어떻게 반발할지도 주목거리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국내 과격 단체가 발리 테러를 저질렀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바시르가 주장했듯, 이른바 음모론을 믿는 분위기다.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밀어붙이려고 획책한 ‘조작된 사건’이라는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이는 듯하다.

함발리는 동남아시아 알 카에다 조직의 핵심인물로 미 CIA가 잡으려 하는 수배자 1호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을 겨냥해 동남아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테러에 관련된 인물로 꼽힌다. 미 CIA는 10·12 발리 사건도 함발리가 기획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함발리는 싱가포르 미 대사관 폭파음모말고도, 2000년 초에 22명을 죽인 마닐라 폭탄테러, 같은 해 크리스마스 무렵 일어난 인도네시아 교회 연쇄 폭탄테러에 관련됐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미 CIA에 따르면, 함발리는 아프간 내전 참전과정에 빈 라덴의 오른팔인 모하메드 아테프에게 발탁됐다(아테프는 지난 11월 미군의 아프간 공습으로 사망했다). 빈 라덴의 또다른 측근 아부 주바이다는 지난 3월 파키스탄에서 체포될 때까지 그와 자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CIA의 한 간부는 “함발리가 핵심인물이다. 만일 내가 동남아 알 카에다와 관련해 딱 한사람만 심문한다면 함발리다”라고 말할 정도다. 미국으로 압송된 파루크가 9월 들어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동남아시아에서 일련의 테러를 모의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자, 미 CIA는 함발리를 떠올리며 긴장했다는 소식이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미 대사관이 그 무렵 문을 닫은 것은 파루크의 진술 때문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싱가포르는 19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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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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