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는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다. 1997년 대선 때는 정치 메시지가 TV를 통해 전달됐다. 올해 대선의 특이점은 인터넷 미디어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 6월 지자체 선거에서 드러났듯 인터넷이 현실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한다. TV 등 기존 매스미디어가 대중에게 폭포수 같은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데 반해 인터넷 미디어는 쌍방향성(Interactivity)이라는 특성상 수백만의 정보생산자 간에 경쟁을 일으켜 미디어를 통한 여론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네티즌들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꿨으나, 이 사이버 세계의 시민들은 정치색이 약해 투표장에 좀체 가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기에 정치인들은 인터넷을 무시해도 아직까지는 현실 정치에서 크게 봉변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된 듯하다.
인터넷은 이렇듯 매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혼란스럽고 일정한 틀이 없다는 결점을 갖지만, 정치적으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인데, 인터넷 투표가 바로 그것이다. 2000년 처음으로 미국 민주당이 도입했고, 국내에선 올해 ‘노풍(盧風) 신드롬’을 낳은 국민경선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러나 공적인 선거에서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는 것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온라인이라는 신뢰도 낮은 영역을 정치 권역에 끌어들인다는 것은 고전적인 국가의 틀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친다. 민주주의 시대의 정치권력은 선거라는 원시적이고 100% 확실한 결과에 기대 존재하는 것. 해킹이 난무하고, 배운 이가 아니면 검증하기 어려운 첨단기술을 전 국민이 믿게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위험부담이 있다고는 하나 정보통신기술이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고민은 다른 곳에도 있다. 100년 전 에디슨은 국회에서 편리하고 신속하게 투표하고 개표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기계는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이유는 투표지연전략도 정치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도 고도의 정치전술이라면 누군가는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을 즐기며 수수방관할 것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기술이 발전하고 투표율 또한 참담하게 낮아져 정치권력의 정통성마저 의심받는 날이 오면 인터넷 투표 도입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의외로 머지 않은 미래의 일일 수도 있다.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