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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의 조선 사회 뒷마당 ③

섰다와 짓고땡으로 날 새는 줄 몰랐다

도박·투전에 미친 사회

  • 글: 강명관 부산대 교수·한문학 hkmk@pusan.ac.kr

섰다와 짓고땡으로 날 새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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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전은 뒤에 본격적으로 살필 것이므로 우선 쌍륙과 골패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다. 쌍륙은 체스판과 같은 장기판에 쌍방 16개의 말을 일렬로 배열하고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그 숫자에 따라 말을 전진시켜, 원래 자기 말이 있던 라인에서 모든 말이 먼저 다 벗어나는 쪽이 이긴다. 쌍륙은 이규보(李奎報)의 시에 보이니 고려 때 이미 존재하였던 것이다. 쌍륙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 사이에 성행하였다. 지금도 안동지방 고가(古家)의 여인들 사이에 간간이 행해진다.

골패는 가로 1.2㎝∼1.5㎝, 세로 1.8㎝∼2.1㎝의 납작하고 네모진 검은 나무 바탕에 상아나 짐승뼈를 붙이고 여러 가지 수를 나타내는 크고 작은 구멍을 새긴 것으로 모두 32쪽이다(요즘의 마작과 비슷하다). 노는 방법에는 꼬리붙이기·포(飽)·여시·골여시·쩍쩍이 등이 있다.

노는 방법은 매우 복잡해 여기서 다 설명하기 어렵다. ‘꼬리붙이기’를 예로 들면, 12짝을 갈라 한 사람이 패를 내면 상대방이 낮은 패를 계속 내 더 이상 낮은 숫자를 낼 수 없으면 진다(여기에도 더 복잡한 룰이 있으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생략한다). 골패는 쌍륙보다 더 유행한 종목이었다. 민요까지 나왔을 정도다.

“얼싸 오날 하 심심하니/훗패 작패 하여 보자/쌍준륙에 삼륙을 지르고/쌍준오에 삼오를 지르니/삼십삼천이십팔수/북두칠성이 앵돌아졌구나”(경상도 민요 ‘골패타령’)

조선후기 도박계의 패권을 차지한 것은 투전(鬪? 또는 投?이라고도 쓴다). 조선후기는 물론 19세기 말 화투가 수입되기 전까지 도박계를 완전히 석권했고, 화투가 수입되자 그 놀음 방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 40대 이상이면 아마도 화투 2장을 쥐고 하는 이른바 ‘쪼기’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쪼기는 고스톱이 화투판을 석권하기 전 오랫동안 유행하던 종목이다. 쪼기의 ‘땡’과 ‘족보’, 그리고 ‘짓고땡’ 종목은 모두 투전에서 유래한 것이다(유구히 이어진 민족의 전통! 거룩하다). 이국(異國)에서 수입해온 ‘화투’에 민족적인 정조를 불어넣는 데 혁혁한 공헌을 한 투전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정조(正祖) 때의 학자 성대중(成大中)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 의하면, 숭정(崇禎·1628∼44) 말년에 역관(譯官) 장현(張炫)이 북경에서 구입해 온 것이라고 하였다.



투전이 중국에 기원을 둔 것이란 말인데, 도대체 중국의 어떤 도박을 수입했던가? 투전은 원래 중국의 마조(馬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데, 19세기 인물인 조재삼(趙在三)의 ‘송남잡지(松南雜誌)’에 의하면, 마조는 원대에 시작됐으며 중국 고금의 인물을 품제(등급을 매김)한 120장으로 된 놀음이라고 한다(마조에 대해서는 이상의 설명이 없기 때문에 어떤 룰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120장짜리 마조를 간략화한 것이 투전이다.

투전은 80장(혹 60장짜리도 있다)의 종이 쪽지로 구성되는데, 그 폭은 손가락 굵기만 하고, 길이는 15㎝정도이다. 한 면에 사람·물고기·새·꿩·노루·별·토끼·말 등의 그림이나 글을 흘려 적어 끗수를 표시한다. 같은 글자(그림)가 10씩 모여 80장을 이루는데, 이것을 팔목(八目)이라 한다. 각각의 명칭도 달라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志)’에 의하면, 인장(人將)을 황(皇), 어장(魚將)을 용(龍), 조장(鳥將)을 봉(鳳), 치장(雉將)을 응(鷹), 성장(星將)을 극(極), 마장(馬將)을 승(乘), 장장(獐將)을 호(虎), 토장(兎將)을 취(鷲)라 한다고 하였으며, 사람·물고기·새·꿩은 노(老)로 사용되고, 별·말·노루·토끼는 소(少)로 사용된다고 하나, 그 구체적인 의미를 알기는 어렵다. 투전목에는 손을 타도 훼손되지 않게 기름을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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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관 부산대 교수·한문학 hkmk@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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