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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시시대의 현장 ⑫

들르는 ‘관광제주’에서 머무는 ‘휴양제주’로

제주도 남제주군

  • 글: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hanmir.com, www.travelwriters.co.kr

들르는 ‘관광제주’에서 머무는 ‘휴양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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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제주군의 감귤 재배면적은 1만700여㏊, 생산량은 23만2000t(2000년 기준), 수익금은 1697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국 생산량의 41%, 남제주군 농업 조수입(粗收入)의 51%를 차지하는 규모라고 한다. 그러나 외국산 오렌지 수입과 도내 감귤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감귤농사 지어 자식들 대학공부 다 시킨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이에 남제주군은 과잉생산으로 인한 품질저하와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열매 솎아주기와 나무 솎아베기를 지속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또한 일반 감귤에 비해 당도가 월등히 높고 특유의 향기가 있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한라봉’ 재배를 권장한다.

남제주군에서 감귤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농작물은 감자다. 대정, 표선, 성산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는 감자는 연간 7만1000여t, 470억원어치가 생산된다고 한다. 이곳 감자는 전분 함량이 많고 맛과 영양이 풍부한 데다 한겨울에도 곧바로 밭에서 캐내 출하되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값을 받는다. 또한 표선면과 성산읍에서 주로 재배하는 당근도 97억원의 농업 소득을 올려준다.

감귤, 감자, 당근뿐만 아니라 꽈리고추, 멜론, 참다래(키위), 토마토, 옥돔, 갈치, 돼지고기, 토종닭 등 생산량이 많고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11개 품목에 대해서는 우수특산품 추천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수특산품으로 선정되면 남제주군이 품질을 보장한다는 뜻으로 ‘으뜸’이라는 상표가 부착되어 10% 이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남제주군의 우수특산품은 막연히 ‘내 고장의 특산품이 최고’라고 우기는 게 아니다.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잔류농약검사, 품질검사와 여건검사를 거쳐 기준에 부합하는 품목만 우수특산품으로 선정된다.



이 제도는 남제주군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축산물의 청정(淸淨)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행정자치부는 이 시책의 운용규정인 ‘남제주군 우수특산품 추천 운영관리조례’를 특색조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경쟁력을 갖춘 선진 농업과 함께 남제주군의 미래를 이끌어갈 또 하나의 축(軸)은 역시 관광산업이다. 남제주군 곳곳에는 제주도의 어느 시·군 못지않게 아름다운 관광자원이 산재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송악산, 산방산,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남원 이외에도 성읍민속마을, 안덕계곡, 혼인지, 추사적거지, 마라도, 용머리해안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민간 자본으로 조성된 제주조각공원, 제주민속촌, 신영영화박물관, 정석항공관, 오설록뮤지엄(서광다원), 소인국 테마파크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다.

제주도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지정된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 가운데 2개 관광단지(성산포해양, 표선민속)와 7개 관광지구(토산, 미천굴, 남원, 수망, 신흥, 송악산, 용머리)도 남제주군에 속해 있다.

뜨거운 펜션 열풍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제주군의 관광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은 무엇보다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그 동안에는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면 어김없이 둘러보는 성산일출봉 주변에조차 마땅한 숙박업소가 드물었다. 고급 호텔과 콘도는 아예 없거니와 대중적인 숙박업소인 모텔이나 민박도 편안하게 쉬어갈 만한 곳이 흔치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숙박시설 문제는 머지 않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을 열거나 완공을 목전에 둔 콘도와 펜션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근래에 부쩍 늘고 있는 펜션은 농가가 많은 남제주군의 실정에 매우 부합하는 숙박시설로 평가된다.

제주도에서 펜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숙박업소 중 하나인 ‘남원통나무집’(064-764-2095) 대표 방수길씨(42·남원읍 남원리)는 이렇게 말했다.

“농민이 많은 지역 실정에 가장 적합한 숙박업소는 펜션이라고 본다. 펜션은 대규모 자본이 드는 숙박시설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힘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지어 운영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익 또한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더구나 우리 지역에 흔한 감귤밭은 펜션 이용객들을 상대로 하는 체험행사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 고장의 특산품을 널리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 부분 판매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방씨뿐 아니라 제주도 관광산업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은 “침체된 제주도의 관광산업을 되살리려면 ‘관광제주’에서 ‘휴양제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한번 휙 둘러보는 방식의 관광행태가 수십 년 계속되다 보니 제주도를 서너 번 찾은 사람들은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단정한다는 것.

반면에 제주도가 언제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체류형 휴양지’로 인식되면 열 번 스무 번이라도 다시 찾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도의 자연경관보다도 제주 사람들의 두터운 인심과 제주도만의 독특한 체험프로그램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인식의 확산과 새로운 농가 수익모델로 떠오른 덕택에 최근 남제주군을 비롯한 제주도 전역에는 펜션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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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hanmir.com, www.travelwrit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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