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 땅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관계는 최근 다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쏠리는 동안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관계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으나, 지난 2월초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정찰비행하던 인도의 무인정찰기가 정체불명의 공격을 받고 격추된 후 양측이 자국 주재 상대국 대표부 대표를 추방하는 등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사건발생 10일 후 인도 정부는 정찰기 피격에 대한 보복으로 자릴 압바스 질라니 뉴델리 주재 파키스탄 대리대사를 카슈미르의 무장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추방했다.
이에 파키스탄도 스파이 혐의를 씌워 이슬라마바드 주재 인도대사관의 수디르 비아스 대표를 비롯해 다섯 명의 외교관을 추방시켰다. 비아스 대표는 이미 수주 전부터 외교관 업무수행에 있어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항의했으며 파키스탄측은 이를 맞받아 자국의 외교관들도 뉴델리에서 업무수행에 많은 장애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거친 설전이 오가고 있다.
최근 들어 양국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이 휴전선(LOC)을 월경해 카슈미르로 침공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침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와 미국 관리들은 수 개월 전부터 파키스탄 정부의 침투재개 허용을 비난해왔다. 둘째는 이라크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동안 인도는 자국 영토 내에서 테러행위를 부추기고 있는 파키스탄의 만행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셋째는 인도에서 3월 하순에 치러질 몇몇 주선거와 내년에 있을 총선 전략의 하나로 집권당인 힌두민족주의 정당 BJP가 다시 파키스탄에 대한 비난의 고삐를 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카슈미르의 사회불안 조장
카슈미르 문제의 시작은 1947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가 종교적 이유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독립하게 되었을 때 인도의 독립문제 처리를 맡았던 영국의 마지막 총독 마운트 배튼경은 562개에 달했던 군주국(君主國, Princely State)들에게 지리적 인근성, 종교분포 등에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을 선택하도록 했다. 카슈미르는 주민의 다수가 모슬렘이었는데도 힌두왕 하리 싱의 통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파키스탄이 아닌 인도연방에 귀속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카슈미르의 자국 귀속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던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내의 사회불안을 야기시켜 인도로부터의 분리를 끊임없이 획책해왔고, 인도는 그같은 파키스탄의 시도를 인도연방 전체를 해체시키려는 기도로 간주하고 철저하게 대응해왔다. 그 결과 지난 50여 년간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벌어진 세 차례 전면전쟁은 물론 수많은 위기상황들의 근저에 카슈미르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카슈미르 문제는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카슈미르의 오늘날 공식명칭은 인도령은 잠무 카슈미르(Jammu & Kashmir), 파키스탄령은 아자드 카슈미르다. 이곳의 인구는 인도령 900만, 파키스탄령 300만으로 총 1200만에 달한다. 잠무는 남부지역으로 힌두교도가 많이 사는 지역이다. 중부의 인구 밀집지역인 해피밸리는 회교도가 많이 거주하며 현재 잠무 카슈미르의 수도는 밸리지역의 중심도시인 스리나가르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