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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취재

‘사이버 권력’ 앞에 인권은 없었다

갈팡질팡 교육부총리 인선 파문

  • 글: 김진수 jockey@donga.com

‘사이버 권력’ 앞에 인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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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명 전부터 논란을 빚은 교육부총리 인선 파문이 ‘2·27 조각(組閣)’ 8일 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이른바 ‘참여정부’를 향한 시민 참여의 미성숙한 한계를 노출시킨 본보기가 됐다.
  • 사상 초유의 ‘교육부총리후보 사이버 테러’는 왜 불거졌나.
  • 그리고 어떤 교훈을 남겼나.
‘사이버 권력’  앞에 인권은 없었다

2월26일 ‘오명 총장 교육부총리 내정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들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끌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장관의 인선 파문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3월6일 윤덕홍 대구대 총장(56)의 임명으로 매듭지어졌다.

당초 청와대가 내정 혹은 거명한 인사들이 네티즌의 ‘맹공’으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교육부총리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장고(長考) 끝에 나온 ‘윤덕홍 카드’에 교육시민단체들이 수긍하면서 파문은 봉합됐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시사하는 바는 의외로 크다. 우선 인선 과정에서 빚어진 교육시민단체들과 네티즌들의 집단 반발이 과거 정권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인신공격의 양태를 띠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역시 조각(組閣) 명단에서 교육부총리만 뺀 뒤 부랴부랴 다른 인사를 거론하는 등 매끄럽지 못한 인선과정을 드러냄으로써 교육시민단체의 ‘액션’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많은 난제들이 산적한 우리 교육현실에 비추어, 교육시민단체들이 특정인사가 교육계 수장(首長)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가능한 한 5년간 임기를 함께할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공언한 노무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인선기준을 까다롭게 했고, 이것이 인물난으로 연결됐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네티즌, 작심하고 ‘특정인’을 쏘다



문제는 의견 개진 방식이다. 익명성을 특성으로 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인사의 학력·경력 등 세세한 이력과 행적을 낱낱이 까발리며 무차별 공격하는 ‘인민재판’식 ‘공개검증’이 되레 비교육적 행태가 아닌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증유의 ‘교육부총리후보 사이버 테러’ 사태가 빚어진 속사정은 무엇인가. ‘신동아’는 ‘특정인사’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미리 밝힌다.

교육부총리 인선 파문은 지난 2월25일 교육시민단체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www.edungo.or.kr, 이하 교육연대)’가 오명 아주대 총장(63)의 교육부총리 내정 소식을 접하고, 이날 밤 긴급 대책회의를 연 뒤 오총장 내정에 제동을 걸면서 불붙었다. 교육연대는 2월26일 오전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건물 내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총장 내정을 철회하고 ‘개혁적 인물’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즈음해 2월25일부터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총장 내정에 반대하는 글들이 집중적으로 오르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오명 총장은 왜 교육주체들에게 배척받는 인물로 낙인 찍힌 것일까. 우선 청와대 게시판을 달군 몇몇 글들을 살펴보자.

글제목 교육부총리-오명은 안 된다. 그의 이력을 보라 글쓴이 바위처럼(bawilove) 2003-02-25

(상략)…단지 지금 총장이라고 해서 그에게 이 나라 교육을 맡기다니 위의 이력을 보아라.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부터 정말 잘나가던 사람 김영삼 정권 시절 지하철노조 파업시 군자기지창을 보무당당하게 백골단 동원하여 진압하던 사람…(중략)…그런 사람한테 교육을 맡기려고 우리가 노무현을 밀었던가…(하략)

글제목 교육부 인사-벌써 관료에게 굴복인가

글쓴이 캔(pumpsw) 2003-02-25

도대체 오명을 추천하는 인간들이 누구란 말인가?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또 뭔가? 시작부터 관료들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더군다나 가장 탄탄한 철밥통으로 소문난 교육관료들에게 굴복한다면 앞으로 그 많은 개혁은 어찌 해나간단 말인가?…(하략)

글제목 교육부장관 오명은 안 된다

글쓴이 첼로사랑 2003-02-25

차라리 교육부장관을 개나 소에게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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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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